살아가는 이야기

자카르타 가는 길

主同在我 2009. 6. 24. 12:54

이미 인도네시아를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내가

새롭게 알게 된 것이 있었다

그것도 몸뚱어리로….. 피부 깊숙이……

바로 바나나….!

 

한국에서는 바나나 한 손을 한꺼번에 먹어도 시원찮을텐데

여기에서는 그러면 안된단다

특히, 암본 지역에서 나는 바나나는 더더욱!

지난 주간에 길가에 파는 바나나 더미가 너무 탐스럽게 보여

결국 한 손을 샀는데 암본 바나나란다


<어느 까페에 올려진 사진을 펌합니다. 요 녀석들이 따 놓으면 노랗게 탐스럽게 바뀐답니다~ 보기만 해도 얼마나 먹고 싶은데요 ^^>
 

처음 맛은 달콤…. 바나나가 이렇게 달콤할 수가

단 것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맛이었으므로

그 날로 4개를 먹어 치웠다

그리고 결과는…..

 

일주일동안 배앓이 님이 찾아오셨다 ㅡㅡ;

깔리만딴 들어가기로 한 날짜가 하루 앞으로 다가오는데도

설사와 복통은 멈추지를 않고

과연 이 상태로 깔리만딴 들어가서 팀에 피해를 입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어온다

 

하지만 이대로 물러날 수가 없었다

얼마나 학수고대해온 이번 여정인데 배앓이 때문에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동안 먹던 죽을 끊고

정로환을 있는대로 털어넣고서는 짐을 꾸렸다

그리고 반둥역으로 출발~


<반둥역 모습입니다. 물론 길 건너편에 또 한 개의 반둥역이 있지만, 주로 이 쪽 출구를 이용하여 다니지요>

<한 가지 재미있었던 것은 우리 나라 같으면 손님이 주문한 다음에서야 음식이 나올텐데, 여기는 무조건 음식이 먼저 나오면 승무원이 음식을 들고 다니면서 먹을 사람을 찾는다는 것..... 결국 내가 탔던 칸에서는 아무도 안 시켜 먹었답니다. 아이고, 아까워라~>
 

<인도네시아의 전형적인 계단식 논입니다. 실제로 보면 얼마나 이쁜지 모릅니다. 산비탈을 이용해서 논을 만든 이유도 있지만, 이렇게 논을 만들어 놓으면 맨 위에서만 물을 채워주면 자동적으로 아래 논까지 물이 균일하게 채워진다고 하는군요>

사실은 익스프레스 버스로 이동하면 송목사님 댁 동네까지 가는 게 있어 딱 좋은데

이 녀석의 배앓이 덕분에 어쩔 수 없이 화장실 있는 기차를 선택한 것이다

그래도 기차 여행은 새로운 기분을 전해준다

반둥에서 수도 자카르타까지는 3시간 정도

 

<중간에 정차하지 않았던 역의 모습인데, 아주 조그만 시골인가 봅니다. 정말 간단하죠 ㅋㅋ>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은

사진 찍는 타이밍을 놓쳐 안타깝지만

역시 완존 시골 사람보다 도시빈민이 더 불쌍하다는 사실!!!

반둥역을 지나면서 벌어지는 풍경이란 정말 가관이었다

평소 도시 한복판에서는 볼 수 없던 사람들이 거기 살고 있었다

기차길 옆 오막살이~~

노래는 이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다 쓰러져가는 판자집에 어둠컴컴 그 자체로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

바로 거기 자리하고 있었다

기차길 옆 오막살이….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 아니, 도시 시민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지 않을 그 장소에서

그들은 모여 살고 있었다

커다란 다리 밑에, 그리고 기차길 옆으로

조그만 산 자락으로, 도로의 끝 자락에…..

바로 거기 반둥과 자카르타의 도시빈민들이 그들의 존재를 알리고 있었다

 

같은 하늘 아래

누군가는 햇볕이 드는 양지에서

누군가는 어둠만이 지배하는 음지에서

자신의 존재를 노출시키지 않은 채로, 서로의 생활리듬을 전혀 알리지 않은 채로

그렇게 살아가고 있었다

 

정부에서는 이들의 존재가 귀찮은지도 모른다

한국도 다르지 않으리라

차라리 없어져주었으면 좋은 존재들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들이야말로 살아있는 양심을 깨우고

비인간화된 사람을 인간화되는 길로 한발자국이라도 움직이게 해 주는 좋은 명약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 일까?

 

오늘도 울고 있는 사람들

오늘도 어둠 속에 갇혀 있는 사람들

몸뚱어리는 햇볕의 의기양양함 속에 드러내 놓고는 있으나

정작 그 속은 문드러져만 가는 어둠의 사람들의

또 한 단면이

이들의 삶을 통해 반사되고 있는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