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과 심판
어제(2일) 오후 재미있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물 마시고 있는데 갑자기 머리도 발도 몸도 흔들거리는 것이었습니다
순간, ‘드디어 빈혈이 왔구나! 흑흑흑….’ 생각했더랬습니다
그런데 가만이 보니 나만 그런게 아니었습니다
아내도 ‘어, 어’ 소리쳐서 주위를 둘러보니
천정에 매달린 선풍기도 흔들리고 창문도 드드득 거리고
벽도 특히 바닥도…
집 전체가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마치 누가 밑에서 우리를 판 위에 올려놓고선 좌우로 장난삼아 흔들어대듯 말이죠
난생 처음 경험한 지진이었습니다
그런데, 참 신기한 것은
그래서 사람이 습관이 무섭고 경험이 무서운거겠죠?
머리로는 지진이라는 것을 알았고
몸뚱어리는 벌써 몇 초전부터 지진의 진동을 피부로 느끼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뇌 속에서는 집 밖으로 대피한다거나
책상 아래로 숨는다거나 하라는 명령을 내릴 생각을 도통 내리고 있지 않더라고요
그저 ‘아 이게 지진이구나, 지금 지진이 났구나……’ 생각뿐
동진이가 흔들거리는 선풍기 아래를 기어다니고 있는데도
아무런 감각이 없었으니 이것이 망국백성입니다 ㅋㅋ
주위에서 밖으로 뛰어나가라는 소리에
그제서야 아이를 안고 집 밖으로 나갔는데
나가서 또 그제서야 깨달은 것이 있었습니다
여권과 지갑!
생각해보니 집에 놓고 온게 너무 많았습니다
노트북, 시계, 핸드폰, 아이 분유, 후레시, 으아……
이것이 훈련 부재의 결과로구나!
위기상황을 생각하면 그 일이 내게 닥치게 될 테니 결코 위기상황을 생각하지 말라고
누군가가 말했건만 그 말은 전혀 논의가치가 없게 되었습니다
사람의 기분만 안심시켜주는 말은
갑작스레 닥친 위기상황에서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합디다
모든 위기상황은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우리를 덮쳐오기 때문에
위기상황이라 부르는게지요
주의 심판도 이렇게 다가오실까
원수의 시험도 이렇게 다가올까
잠자고 있을 때 이런 일이 일어난다고 하면 살아남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 싶습디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빠져나갈 수 있는 이는 없습니다
단지 주님의 긍휼로 오늘 간밤도 무사히 지나 눈을 뜨는거지요
그래서 오늘 아침 인사도 ‘안녕하십니까?’ 입니다 ^^
여권과 지갑은 대문 가장 가까이에 놔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아님, 자는 곳 옆에 손 가까이에 놔 두든지요 ㅡㅡ;
어제 보도에 의하면 강도는 7.3
진원지는 저희가 살고 있는 자와섬 남쪽 해상 134킬로미터 지점
가까이에 있는 동네는 통신이 두절되어 피해상황이 보고되지 않았다고 했는데
오늘 저녁도 뉴스를 좀 봐야겠네요
그렇다고 걱정은 마세욤
다만 기도해 주시고요, 은혜가 없으면 하루조차도 살수없는 하루살이 인생
주님께서 저희네 인생을 긍휼이 여겨주시기를 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