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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생각하기

제 목소리 기억 못 하시겠어요?

by 主同在我 2010. 7. 31.
전화 저 너머로 이런 말을 듣게 되면
참 난감하다
특별히, 나처럼 기억력 꽝인 사람들에게는
그야말로 곤혹스러운 시간이다
기억이 나면 그야말로 정다운 대화가 오가겠지만
정말 기억이 안 난다면
그 때부터는 대화가 어려워질뿐 아니라
서로의 감정도 본의 아니게 다칠 수 있음이다

어제 약속이 있어 길을 찾아가던 중 전화벨이 울렸다
한 손으로 운전대를 잡고 한 손으로는 조심스레 엿봤더니
한국번호!!
여보세요.... 하고 운을 뗐지만
목사님, 저에요..... 하는 답이 들려왔다
제가 누구냐고요 ㅡㅡ;
나는 물었다
죄송한데 어디시냐고
한국이란다
한국 어디냐 했더니, 고속도로 위 란다 OTL

내 머리속은 혼돈 상태에 빠진다
누굴까......
운전을 하면서 그렇지 않아도 길을 못 찾아 진땀 빼고 있는 상황에서
내 머리속을 강타한 이 물음은.... 뭐라 해야 할까....
나도 때로는 그런 식의 통화를 장난삼아 하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정작 내가 당해보니 이건 영 아니올시다이다
한국에 있는 우리 집 식구들 목소리도 가끔씩은 몰라서
누구냐고 거듭 물어보고 대화가 잘 안될때가 있는 나로서는
신분을 밝히지 않는 한은
뒤집어 말하면
정말 자주 만나고 전화통화해서
목소리가 익숙하지 않는 한에는
'나야!' 라는 말이 결코 반갑지만은 않다
수수께끼도 아니고.....

그런데 한편으로 곰곰히 생각해보면
'나야!' 라는 목소리를 알아맞추지 못한다는 것은
내가 그만큼 그와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증거
그 쪽이야 가깝게 생각했겠지만
내가 정성들여 그 사람의 목소리 톤까지도 흡수할 정도는 아니었다는 말인가??

성경에
목자는 그 양의 이름을 알고
양은 그 목자의 음성과 휘파람 소리만으로도 듣고 따른다고 한다
그만큼 서로가 서로를 잘 알고 있다는 뜻이려니
그런데 내가 전화 너머의 목소리를 모른다.....
참으로 미안한 일이 되는군
물론, 전화한 사람 입장에서는 이런 일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평소 친한 사이라도 자기 신분을 먼저 밝히는 것이 낫겠지만
그럼.....
하나님도 내게 찾아오시고 말씀하실때
신분을 밝히셔야 하나??

그렇다
신분을 밝혀야 하지
그러니, 모세에게도 '나는 나다!'
바울에게도 '네가 핍박하는 예수다!'
기드온에게도 끊임없는 신경전이 있었다
그런데 처음 만남 이후에도 이런 신경전이 있었느냐 하면 그건 아니던데....
그 후로 계속해서 교제가 있었다고 한다면
그의 목소리를 기억하고 인식하는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주님의 목소리 마저도

하물며 인간관계랴....
서로에게 예의를 지키는 것도 중요한 일이나
내 자신이 인간관계를 그동안 어떻게 해 왔는지를 되돌아 봄도 필요한 일이다
기억이 안나도 어쩔 수 없는 노릇이지만
계속 그 상태이면
맛깔나는 대화는 지속되기 어렵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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