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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묘한 느낌

by 主同在我 2010. 9. 6.


<하하, 우리 짐은 아니고, 내륙지방의 사람들이 마카사르로부터 짐을 옮겨가고 있는 장면이다. 개인일수도 있고, 장사꾼일수도 있다. 지난번에는 오토바이 한대를 대롱대롱 매고 가는 것도 보았다. 무슨 말이냐..... 항구에서 멀어질수록, 그리고 도심지에서 멀어질수록 물건을 찾기도 어렵고, 그나마 찾은 물건값은 하늘을 찌른다는 말쌈..... 실수는 우리 가족 하나로 족하니, 자와 이외로 떠나시는 분덜, 제발 자와에서 물건 다 마련해서 이사오시길 ^^>


집에 수도가 설치될때까지 버텨보겠다고 호텔에 있을때는 몰랐다
반둥에서 온 짐이 들어온다는 말에
부랴 부랴 짐 챙겨서 수도도 없는 집에 무턱대고 들어오고 나니
뭐라 표현해야 할까.....

벽과 바닥만 있는 텅 빈 집에
있는 것이라곤 반둥에서 막 도착한 짐 박스들과
우리가 호텔에서 들고 온 캐리어 가방들 뿐이니
당장 그 날 밤 잠이라도 자야할 것 같으면 침대가 있어야겠고
밥은 해 먹어야 하니 가스렌지도 있어야겠고
음식을 넣어두어야 하니 냉장고를 갖다놔야 할 것 같고
자카르타 떠나고 근 1주일동안 세탁을 하나도 못했으니 세탁기도 있어야겠고.....

가지고 있는 돈에서 당장 급한 것부터 우선순위를 정하기 시작했다
냉장고, 세탁기, 가스렌지, 가스통, 침대, 그리고 선풍기 한 대
그리고 보니, 딱 의식주 수준이네... ^^;
아무튼, 가지고 있는 돈을 싹싹 털어서 우선순위를 차지한 위의 녀석들을 구입했다
참!!
앞으로 시골로 본 사역지 정해 가시는 분덜....
컨테이너 비용이 있으시면 누구 말대로 쓰레기통 하나까지도 자와에서 사 가지고 가시기를....
여기 물가, 반둥/자카르타 가전제품의 약 1.8 배
예로, 아쿠아 구하기도 어렵지만, 이시울랑이 싼 곳이 35000 루피아랍니다
여기와서 사면 된다고 박박 우겨가지고 걍 온 죄로다가
동재엄마한테 며칠동안 시달린걸 생각하면.....

아무튼!!
우리는 울며 겨자먹기로 비싼 돈 주고 기대치보다 낮은 걸로 사 왔다고 생각했는데
뜨억.....
가게집에서 보낸 트럭들이 동네로 들어올 때마다 나타나는 마을 사람들의 반응은 ~ ㅡㅡ;
마치
동물원의 원숭이가 된 기분이었다
세탁기 없는 동네에서 웬 세탁기....
매 끼니 그 때 그 때 마련해 먹는 동네에서
혹 냉장고가 있어도 180 리터면 좋다고 하는 이들인데 480 리터짜리를 보았으니

순간
내가 뭘 잘못하고 있는 건가 ?? 하는 생각이 스치는 건 왜일까
외국인이면 별 났나
사람이 아닌가
이들은 그냥 그렇게 아무 문제 의식 없이 살고 있는데
왜 우리는 없으면 안된다고 생각하고만 있는걸까
언제부터 우리가 그런 문화생활을 누렸고, 가전제품에 익숙해 있었는가
아닌 말로, 태어날때부터 금수저 물고 태어난 것도 아닌데

솔직히, 한편으로 조금 부끄러워지고 또한 미안해졌다
나도 모르게 말이지
뭐가 그리 미안했을까
당신네들이 못 가진 것을 우리는 가져서 ?
아니면 당신네들이 가지고 싶어했던 것을 우리는 지금 오면서부터 현금으로 사버려서 ?
뭐 때문이지 ??
지금은 무뎌지고 있지만
며칠동안 이런 저런 생각들이 마음을 불편하게 했는데
후배 선교사님들에게는 뭐라고 해야 할까
마을 사람들 위화감 느끼지 않도록 조금 불편하더라도 하나씩 아주 천천히 조금씩 사라고 할까
아니면 아예 그런거 없어도 다들 잘 살고 있으니 살 생각 하지 말라고 해야 하나

사실, 남자들은 별 생각이 없다
해 주는 밥 벅고, 빨아주는 옷 입으니

나도 뭐가 옳은건지 모르겠다
여기도 아낙네들이 있고, 가사일은 똑같이 산재해 있을텐데....
그렇다고 동네 모든 집에 집집마다 세탁기와 냉장고를 사줄것도 아니면서
왜 이런 고민을 하고 있을까

차라리 집을 마카사르나 자카르타는 아니더라도
여기 빨로뽀 도심지에 얻을 것을 하는 생각도 해 본다
그러면, 마을 사람들 생각할 것도 없고
너도 차 있고, 나도 차 있고
너도 세탁기 있고, 나도 세탁기 있고
미안할게 없으니

우리는 외국인이니 이해해달라.... 는 말을 말버릇처럼 되뇌어보지만
똑같이 밥 안 먹으면 배 고프고
밥 먹으면 똥 싸야 하는 주제에 다를게 뭐 있냐 말이다
별종이냐 ?

물이 없어서 힘든 것도 있지만
그만큼 힘든것이 이런 물음들이다
내 안에서 계속해서 일어나는 이 물음들
'너는 별 났냐 ?'
황제처럼 살 능력도 안되고, 또한 그리 살 마음도 없다만
이웃들에게는 우리가 과연 어떻게 비추어지고 있을까
하여...
오늘도 물어본다
외국인이면 부자라고 생각하느냐고.....
이런 쓸데없는 질문을 말이다
그리고서, 다 그런것은 아니라고 말해준다.....
이런 쓸데없는 대답을 말이다
아마 차를 구입하고 나서도 되뇌이겠지 ㅡㅡ;

<동진이 옆으로 보이는 수도 파이프가 3개월여를 기다렸던 바로 그 파이프!! 아무튼, 햇볕에 노출되어 있는 이 녀석 덕분에 낮에는 따뜻한 온수를 쓸 수 있게 되었다. 웬일로 동진이가 신발을 신고 있지 ?? >

<마을에 어울리지 않는 칼라로 버티고 있는 우리 집, 그리고 그 앞에 앉아있는 주인집 아저씨. 넓다란 마당은 주인집과 함께 사용하고 있는데, 아이들은 뛰어놀 공간이 있으니 마냥 좋단다>

<동재는 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3일 나갔나 ..... 라마단 기간 방학이라 지금은 집에서 놀고 있지만, 아무튼, 인도네시아 현지 초등학교 교복은 모두 요걸로 통일되어서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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