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진 룰이 없는 상태에서
그리고 어느 누구로부터 터치를 받지 않는 상황에서
성무일과를 따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은 여간 쉽지 않은 일인것만 같다
개인적으로 하나님 앞에 따로 앉는 시간이 있는 것도 없는 것도 아니다
몇 시, 몇 시.....
정해진 시간의 개념들은 그렇지 않아도 연약한 내 육신을 더욱 부담스럽게 하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오히려 내 신체리듬을 따라 하는 것을 좋아한다
아침은 일어나자마자 몇 시가 되었든지 그 시로부터 한 시간 남짓
저녁기도 시간은 보통은 9시 약간 넘어서부터 한 시간 남짓
그런데 그 기도 시간들이 고무줄처럼 왔다갔다하는동안 느끼게 되는것은
기도를 하러 자리를 옮기는 대신 조금 더 급한 일을 처리해야 하겠다 마음 먹은 순간부터
그 시간이 끝나기까지 기도시간을 옮긴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되더라는 것이다
요 며칠동안이 더욱 그런것 같다
동진이 우유 먹이기 위해
돌보기 위해
또 동재 목욕 시킬 시간이 되어
혹은 빨래를 정리해야 할 시간이 되어
혹은 설거지 해야 되어서
혹은 인터넷으로 급하게 작업할 일이 있어서.....
무슨 핑계가 되었건 급한 일이었는지는 모르나
확실한 것 한 가지는 그 급하다고 생각해서 기도시간을 물려놓고서 확보해놓은 시간이
능률도 효과도 실적도 발휘하지 못한 채 그저 그 한 시간 내내
나의 몸도 마음도 피곤하고 지치고 사람과 부딪히는 시간으로 점철되었으니 이럴수가
이럴줄 알았더라면 차라리 기도시간을 고수할 것을
하긴 따지고보면 그다지 급한 일들이 아니다
당장은 급하고 꼭 해야할 일 같지만 시간이 지나서 항상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그것들 중 많은 경우는 기도가 끝난 후에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들이었다
기도값을 치른다
노는 값을 치른다
공부도 공부할 시기를 미루고서 그 시간에 노는 것에 혹은 일하는 것에 열중하다보면
나중엔 공부를 하고 싶어도 어려움을 느끼게 될 뿐 아니라 일을 했던 그 시간마저도 그다지 많은 득이 되지 않는다
오늘도 기도시간을 미뤄본다
그리고 그 시간동안 또 다른 고통 속에서 후회를 하리라
가련한 인생, 가련한 하루
오늘도 주의 긍휼이 필요하다
기도하는 것 조차라도 주의 강한 팔이 필요하고
내가 주를 바라보는 것 조차도 주의 자비가 필요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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