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돈이라는 말이 있다. 언제가부터인지 서구에서부터 들어왔던 이 용어가 한국사람의 잠재심리 안에까지 자리잡게 된 것 같다. 나만해도 그렇다. 하루 온 종일 달달거리면서 아이들과 아내를 볶아대는 내 성격이 시간은 돈이라는 말을 증명해주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그 말이 내 심리에까지 작용하고 있음을 반증은 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시간이 돈이라는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날이 갈수록 편해지고, 빨라지는 다양한 교통수단들과 통신수단들은 이를 잘 증명해주고 있다. 아무리 돈이 들어가더라도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는 것이 훨씬 더 많은 이득을 가져다줄수 있다는 사실은 구태여 언급할 필요가 없다. 또한 정해진 시간 내에 최대한의 노동을 통하여 생산성을 증대시켜 단기간 내에 경제성장을 이룩한 우리나라 산업구조 역사 역시 이를 뒷받침해 준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가능하면 정해진 시간 안에서 모든 것을 다 하려고 애를 쓰는 편이다. 밖에 나갈 때에도 우선순위를 먼저 정해서 돌아오는 그 시간까지 내가 할 수 있고, 또한 해야 하는 일이 뭔지를 잘 생각하여 집을 나서기 일쑤이며 집을 들어오기 전에는 그 모든 일을 다 마치고서 들어와야 마음이 편한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이러한 나의 사고방식이 이 곳 인도네시아에서는 잘 통하지가 않는 것만 같아 요즘 혼란이 밀려온다. 약속시간이 정해지지 않는 나라, 아니 약속시간보다 2-30분 늦게 도착하는 것을 사회적인 존경도를 나타내는 척도로 인식하는 나라….. 참 기가 막히다. 수퍼에 가보면 더더욱 실감난다. 아무리 직원들이 놀고 있어도 카운터는 오직 한 사람, 그것도 사람들이 아무리 줄을 많이 늘어서 있어도 세월아…. 네월아…. 성질 급한 사람은 제 명에 못 산다.
그래도 딱 지키는 시간은 있다. 자기들 쉬어야 하는 시간, 업무를 마감해야 하는 시간은 칼같이 지킨다.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는 말이 우리나라에는 있지 않는가?
이 나라에는 없는 것이 분명하다. 아니 이렇게 고칠 것이다.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라!!
그래서 이 곳에는 ‘배속’이라는 말과 ‘난띠’라는 말이 있다. 내일과 나중에라는 말이다. 약속 좀 잡으려면 배속이란다. 난띠란다. 일 처리하러 마감시간에 턱걸이해서 가면 난띠란다. 빨리 빨리 고쳐달라고 하면 그것도 배속이란다.
그래도 이 모든 상황 속에서도 꿋꿋이 내 길을 가련다 하고서 시간을 칼같이, 효율적인 시간을 추구하면서 열심히 살아가던 지형습!!
이제 생각을 바꿀 때가 왔다.
동재엄마가 학교 갔다가 언어선생님에게서 처음 배운 말이 있다고 한다. 인도네시아는 타임 이스 머니가 통하지 않는 나라라고…. 처음엔 피식 웃었던 나이지만, 이제는 공감한다. 아니, 피부 깊숙이 공감할 수 밖에 없게 되어버리고 말았다. 오늘 하루동안 처리해야 할 일을 모두 처리하여 바득 바득 애를 쓰다보니 돌아오는 것 효과는 효과인데 몸뚱어리가 부서지는 효과이구만 그려….
동진이가 아프고, 아내가 아플때까지는 몰랐었다. 그런데….. 내가 밥을 못 먹게 되고나니 이제야 조금 알겠다. 오늘 일을 내일로 미루라는 말의 뜻을…..
며칠 고생하면서 내린 결론은 이렇다. 오늘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마라!!! 그렇기 위해서는 내일로 미룰만큼 오늘 일을 많이 만들지 말라!!! 타임 이스 머니…. 그렇다. 백번 맞는 말이다. 타임 이스 머니…. 시간 자체가 돈인줄 알고 시간에 쫒겨살다 보면 결국 그 쫒겨산 시간만큼 돈을 잃게 되어있다. 몸뚱어리가 고장나면 아무것도 아니다. 열을 다해 달려가던 학업도, 일도, 가정생활도, 적응도…. 모든 것이 스톱!! 이다. 시간을 즐길 줄 모르면, 아니, 시간을 다스리는 법을 모르는채 타임 이스 머니를 추구하다보면 진짜 의미를 알아가게 될 것이다.
왜 이렇게 이 사람들이 난띠를 말하는지, 왜 배속을 그리 자주 사용하는지 이제야 공감한다. 나도 난띠다…. 다음 주 중간고사가 있지만 그래도 난띠다…. 오랜 시간동안 하나님이 제공해준 자연조건 안에서 형성된 이들의 문화와 습관을 존중하는 것이 결국 겸손이라는 것을 오늘이야 알게 된 것이로구나. 조금 피곤하다 싶으면 일단 쉬자! 오늘 죽어도 해야 할 일이란 그리 많지 않다. 세상이 두 쪽 나는 것도 내일 일어날 일이지 오늘은 아니다. 오늘 내게 생명이 없다면, 오늘 내가 죽으면 그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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