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재미있는 인도네시아

대동강 물을 팔아라

by 主同在我 2010. 12. 7.
옛날 김삿갓이 대동강 물을 팔아 먹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유년의 기억이 있다
그리고 그 기억은.....
1997년 현실이 되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고서 인도네시아에 와 봤더니
세상에.....
이 곳 사람들은 물을 돈 내고서 사 먹고 있었다
당시만 해도 한국에서는 돈을 내고 물을 사 먹는 건 상상도 못했던 일
물론, 시판용 생수가 있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수요라는 게 극히 미미해서
오히려 사 먹는 사람이 이상하게 보일 정도였지 않았나??
500ml 한 병에 무려 500원 씩이나 주고 사 먹어야 했으니

그런데 여기에서는 그렇게 물을 사 먹을 수 밖에 없었다
강물을 먹자니 그 진한 쵸콜렛 색깔이 눈에 아른거리고
우물물을 그대로 먹자니 칙칙한 회색빛이 뭔가 있는것 같고
수도물을 먹자니 밑에 가라앉아 있는 가루들을 보면 마실수가 없었으니
아무것도 안 보이는 깨끗해보이는 물
그 물을 사 먹는 수 밖에 없었지

우리 주변에 물이 이렇게나 많은데 왜 물을 사 먹어야 하나.....
수 없이 많이 그 질문을 하고 또 해 본 사람이 나만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오늘 이 곳에서는 희한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기름이 여기 저기 묻혀있는 나라에서 기름이 떨어져 주유소에서 기름을 안 판단다
지난 11월 중순 즈음부터
이 곳 신문에서는 연일 기름 이야기다
곧 기름이 떨어질 거라는둥
오토바이들이 기름을 넣으려고 몇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둥
설마 하는 마음에 주유소 가 봤더니
경유는 벌써 하비스(떨어진 상태) 란다
주유소에 기름 없다는 판때기가 걸릴 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더군다나 기름이 나는 산유국에서 말이다

요는 이렇다
정부에서 소비자들에게
엄밀히 말하면, 석유 공급업자에게 보조금을 주고 있었는데
문제는 그 보조금이 문제다
무한 공급이 아닌, 정해진 금액이 있었다는 것
그러니, 정해진 보조금이 떨어지면
석유업자 역시 더 이상 주유소에 기름을 팔아 넘길 수 없다는 노릇이다
자기가 손해볼 수는 없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알고보니 더 놀라운 이야기는 바로 이것이다
이런 사태가 매년 반복되어 오고 있다는 것이었다
세상에.....
그러다보니
아는 사람, 돈 있는 사람들은 11월 중순께부터는
미리 미리 기름을 조금씩 사 두어서 집에 저장해 두던지, 회사에 저장해 둔다고 한다
그리고 머리 빠른 장사치들은
그렇게 사둔 기름을 가지고서
주유소가 문 닫았을 때 바로 주유소 앞에서 30% 마진율로 버젓이 판매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석유공급업자는 매 연말마다 가격을 올리자 하고
정부는 보조금 더 줄 수 없다고 하고
결국, 이런 밀고 당기기 가운데
이번에 정부는 고육지책을 내 놓았는데
자가용 운전자는 정부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차량 넘버 검정색......
우리 차도 해당된다 ㅡㅡ;
2011년 1월 1일부터는 보조금이 없는 기름을 넣어야만 한다
물론, 아직 의회의 승인 등 후속조치가 남은 상태이지만
정부의 이러한 방침은 결국 언젠가는 현실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정부가 세금을 더 받느냐 않 받느냐
또한 석유업자가 가격을 올리느냐 않 올리느냐가 아니다

산유국에서 기름 가지고 매년마다 소비자를 대상으로
그것도 정부가 국민을 대상으로 밀고 당기기를 하며
어찌보면 장난치는 것 같은 일을 한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 이유는 따로 있다
석유강국 인도네시아가
자체 정제능력이 없다고 한다면 이해가 될까
정확히 몇 %인지는 모르지만
인도네시아 자체적으로 원유정제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업체가 미미하다는 것
그러다보니 산유국 치고는 비싼 가격으로 구입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석유 뿐이 아니다
천연자원, 자연자원이 많은 부자나라 인도네시아
그래서 블루오션이라고도 하지만
다 껍데기 소리이다
자본주의 시스템 내에서는 강대국과 선진국들의 좋은 먹이감이라는 말을
허울 좋은 말로 바꿔놓은 것 뿐이다
오랜 식민생활 끝에 인도네시아가 얻은 것이라곤
주인이 던져주는 먹이감을 충실하고도 감사하게 받아 먹는 것 이외에는 없는 듯 보인다
그 오랜 시간동안
정부에서 사람을 키웠었더라면.....
기술자와 학자들을 키웠었더라면......

선진국의 식민지 노릇을 하고서도 선진국의 기술은 결국 얻어내지 못한 나라
참 불쌍한 나라이다
그 많은 자연자원, 천연자원들을 가공할 기술과 기반이 없어
어처구니 없는 싼값에 그 값진 원료를 선진국으로 다 가져다 팔고서
비싼 값을 주고 그 가공제품들을 들여와 소비하는 나라
부자는 부자로 살고 가난한 자들은 가난하게 살면서
그 순환고리들을 깨보지를 못하는 나라
정부와 가진 자들이 힘을 합하여 전략적으로 사람을 키우고 기술능력을 키워
21세기 가장 중요하게 떠 오를 자연강국으로서 이미지를 굳힐 수 있음에도
결국 그렇게 하지를 못하는 나라

그건가.....
한 민족이 아니라는 건가.....
한 덩어리 땅이 아니라는 건가.....
설마 그건가.....
교회마저도 종족 끼리끼리의 교회로 각개전투를 하는 형상이
전혀 무관해 보이지는 않는다
재미있는 인도네시아가 아니라
마음아픈 인도네시아로구나

'재미있는 인도네시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골과 도시  (0) 2011.05.02
결혼식을 엿보다 - Luwu 지역(남부 술라웨시)  (0) 2010.12.11
이상한 나라의 날씨  (0) 2010.10.28
이상한 나라의 운전법  (0) 2010.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