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은 사진의 녀석보다 좀 더 크다. 산책데리고 가면 내가 질질 끌려다닐 정도니까 ㅡㅡ; 위 사진은 mjseong.tistory.com/20에서 펌>
때는 2010년 3월,
아직 반둥에 있을 때였다
살고 있던 집의 안방 지반이 침하되어 집 전체가 붕괴 위험에 처해지자,
선배 목사님 댁으로 급히 피신해서 신세를 지고 있던 때이다
그 집에는 목사님 스스로가 아주 자랑스러워하는 진돗개 한 마리를 비롯해
이름 모를 개 두 마리, 총 3마리가 함께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선배님이 출타하시면서 새벽기도를 부탁하고 가신 까닭에
나는 새벽마다 차를 기다리며 집 앞에서 기다려야 했다
그런데…..
그 새벽에 나의 마음을 상하게 했던 것이 있었으니
바로, 그 진돗개!!
다른 녀석들은 가만이 있는데, 그 녀석만은 집 앞에 서성이는 나를 향해 짖는 것이다
컹, 컹, 컹!!
덩치도 큰게 소리는 오죽할까……
동네 사람들을 다 깨우지 않으려면 내가 집 앞에서부터 20M 이상 떨어져야 했다
서러웠던 것일까
유난히 개를 좋아하던 나로서는 속이 많이 상했다
그렇게 잘 대해주는데도 왜 아직도 나를 향해 짖어댈까…….
개를 상대로 야단도 쳐 보고, 원망도 해 보고, 회유도 해 봤지만
그 녀석은 여전히 날 향해 말한다
“우리 집 대문에서 멀리 떨어져!”
그 날도 서러운 마음을 뒤로 하고 집 멀치감치 떨어져 있는데
갑자기 한 생각이 들어온다
“네가 누군데 저 개가 안 짖어야되니?”
“저 개가 네 개라도 되느냐?”
생각해보니, 그 말이 맞았다
내 개가 아니니 나를 도둑 취급하며 짖어대는게 당연하지
밥을 몇 번 줬지만 어디까지나 손님은 손님일뿐, 주인은 아니었으니까
가만히 더 생각해보니,
낯선 손님에게 낮에 안 짖어댄게 오히려 고맙게 느껴졌다
이 날의 깨달음은 나로 한 가지를 계속해서 묻게 해 주었다
저 사람이 누군데……
내가 저 사람에게 무엇이라고……
사실, 그 집에 있던 도우미들이 잘 웃지 않고 대꾸도 하지 않았던 것도
그리 탐탁치 않았었는데 정작 따지고 보니
그들이 내게 웃어야 할 이유도, 대꾸해야 할 의무도 없지 않은가
나는 그들의 주인이 아니라 지나가는 손님일 뿐인데 왜 굳이……
그리 생각하니,
월급도 주지 않는 손님의 빨래감을 가지고 가 세탁해 오는 것이 고맙고
설거지를 해 주는 것이 오히려 고맙게 느껴졌다
당연하게 생각하고 서운하게 생각했던 것들에 물음표 하나 달고나니
오히려 고마움으로 바뀌던걸
그런데 요즘들어 1년전 반둥에서의 개에게서 배웠던 그 교훈이
다시 내 안에 일깨워지고 있다
“(저 사람에게) 내가 뭐라고……”
'잠깐 생각하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해관계와 사랑의 관계 (0) | 2011.09.19 |
---|---|
결정은 너 자신이 하는거다 (2) | 2011.03.31 |
시골 사역자를 뒤로하고.... (4) | 2011.02.01 |
목회자가 뭘까 (0) | 2010.12.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