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langi Baru 유치원
지난 2월 10일, 오후 늦게 전화 한통이 울렸다. 유치원 교사였다. 대개 일상적이지 않은 연락은 좋지 않은 소식이게 마련인데, 역시나… 수업중에 원생 하나의 팔이 부러진것같다는 내용이었다. 전화를 끊고 나니 궁금해지는게 한두가지가 아니었다.수업중인데 어떻게 아이들이 진열장 위로 올라가 점프놀이를 할수 있었을까? 그동안 교사는 뭐하고 있었지? 초동조치는 했을까?
해결되지 않는 의문으로 인해 세미나 후에 CCTV를 살펴보니…. 이럴수가…! 교사 2명중 1명은 교실을 비운 상태였고, 그나마 남아있던 1명은 한 아이에게 집중하느라 교실 뒤편에서 통제없이 놀고 있는 남자원생들을 방치하고 있던중 낙상사고가 발생한것이었다.
아이들이라는게 놀다보면 넘어지고 깨지고 할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업이 진행되는 교실에서 발생한 점, 골절이 의심될정도로 팔이 심히 부은 점, 타종교를 갖고 있는 가정의 자녀라는 점 등은 단지 유치원뿐 아니라 시골 한 가운데 자리하고 있는 우리 교회에도 직접적인 부담을 안겨줄 수 있는 민감한 문제였기에 유치원 교사들처럼 가만이 있을 수는 없는 문제였다.’이걸 어떡하지?’
다음 날, 학생 부모에게 상황을 묻고 인근 병원에서 X-ray촬영 결과, 팔꿈치 관절들이 이미 부러져서 위 아래로 각각 말려올라간 상황이었다. 부모 말로는 사고발생후 아이가 너무 고통스러워하는데 병원에 갈 돈은 없고 해서 동네에 뼈 좀 만질수 있다는 사람을 찾아 사고부분을 마사지를 받았다는데, 우리가 보기에는 좋아지기는커녕 더 악화시켜놓은 것처럼 보였다.‘이걸 어떡하지?’
그런데 우리의 마음을 더 무겁게 한 것은 의사의 말이었다. 지금 병원에서는 C-arm 장비가 없어 수술이 불가하니, 도시 큰 병원으로 가야할거라는…. 인도네시아는 한국과 달라서, 장비가 갖춰진 이른 바, 큰 병원에서는 국민건강보험을 받아주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더군다나 이 아이의 가정은 그마저도 보험이 없으니, 부모 입장에서도 비용걱정이 앞섰던 것이었다. 그런데 비용걱정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인근 큰병원에서 진찰후, 한화 약 1100만원에 육박하는 수술예상비용을 받아보니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하는 회의감이 밀려왔다. 가난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엄청난 장사를 하고 있는듯 보이는 중국계 병원도 싫고, 가난하단 이유로 아이 건강보험조차도 안 들어놓은 부모도 짜증나고, 수업중에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친구들과 위험한 장난을 벌인 아이도 꼴보기 싫고, 그간 병원 찾는다고 근 일주일을 환자 데리고 이리 저리 돌아다니는것도 지치고….
그런데 아내의 한 마디에 다시 움직일수 밖에 없었다. “그럼, 이 아이가 청년이 되어도 장애 때문에 직장도 못구하고 사는 것을 당신 볼수 있겠어?”역시 정선영은 논리로 이길수 없는 사람이다. 그래서 하나님께 일러바쳤지, 나만 나쁜 사람이 되버렸다고…. 사실, 그간 유치원의 리스크 비용을 조금씩 모아둔게 있긴 했지만, “큰 의미 없는 이런 일”로 다 소진시켜야한다는 것이 나를 숨막히게 만들고 있었다. 결국, 며칠간의 씨름 끝에 그것을 사용하기로 결정하고나니, 언제 그랬냐는듯 옭죄이던 느낌이 사라졌다. 도대체 이 무슨 조화인지...
그래도 난 내 할일을 해야지! 부랴부랴, 10년전 동진이 팔 수술했던 자카르타 병원을 가보니, 총 예상치료비 한화 750만원. 할렐루야! 잠시 생각해보면, 만약 처음부터 750만원인줄 알았더라면 내가 과연 흔쾌히 수술하자고 했을까? 결국, 사고발생 11일만에 1차 수술을 받았고, 지금은 깁스를 풀고 재활치료 가운데 있다. 아직, 와이어 제거를 위한 2차 수술이 몇 개월후에 남아 있고, 이젠 유치원 위기관리 자금이 날라갔지만, 한 가지 감사한 것은 우리 부부와 문목사님, 모두가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는 무언가 행동해야만 한다는데 같은 마음을 품었다는 점이다. 이번 사건을 통해, 정말 은밀한곳에 숨은 재물을(사 45, 3) 얻은듯한 기분을 느낀 것도 있었지만, 더욱 큰 결실은 그간 반복되는 일정에 익숙해지다 못해 느슨해졌던 교사들도, 또한 이 지역에 조그만 빛이나마 비출수 있겠다 싶은 마음에 유치원을 시작했었지만, 그런 동기따윈 이미 마음 속에서부터 흐릿해졌던 우리 부부에게도 신선한 자극제가 되었으니 이 또한 감사한 일이네요.
Bojong Kamal 교회
2014년초, 4개월간의 안식월을 마치고 사역지를 옮겨, 이 곳 보종까말 교회로 온지도 햇수로 10년이 되간다. 초기에는 이리 저리 뛰어보고 함께 동역하는 문목사님 하시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해서 열심을 내었던 것 같은데, 어느 덧 교회사역하는 것도 교인들과의 관계도 익숙해졌는지, 이제는 뭔가 나사가 풀려있는 느낌이랄까….
사실, 요즘은 목회를 제대로 하고 있는건가 하는 생각이 오간다. 청소년들은 이제 자랐구나 싶으면 도시로 떠나보낼 마음의 준비를 해야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물론, 어른들은 이제 들쑥날쑥하던 기복은 줄어든 것 같은데, 정말 든든한 신앙의 뿌리를 내린것일까? 문득 문득 그런 질문들이 날 괴롭힌다. ‘정말 예수님을 믿고 있기는 하는걸까?’ ‘예수님은 이분들한테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기는 할까?’10년의 시간을 함께했는데, 정작 다른 사람을 양육할만한 정도로 자라난 사람이 있는가 찾아보면 그마저도 내놓을 사람이 없어, 우리 부부는 가끔씩 “우리 잘하고 있는걸까?” 서로에게 물어보긴 하지만, 여전히 뾰족한 답은 없다.
지난 2월 말 대심방 기간에 한 교인으로부터 주일 예배 드리고 온 날 염소 5마리를 도둑맞았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괜실히 미안해졌다. 작년에 다니던 직장이 문을 닫아 고정수입이 없는 50대 가장이라 더욱 그랬다. 도대체 이 사람들에게 있어서 예수님이 뭐길래, 오늘도 예배드리겠다고 또 나오는걸까….
마음을 어루만지는 살가운 목회자는 못되더라도, 사람 모집해서 하나님 나라 보내주는 에이전트 역할이라도 잘 감당해야 할텐데…PIP 사역자 훈련학교
작년 12월에 약 3년간의 휴식기를 마치고 시작했던 사역자 훈련학교가 지난 3월 19일을 마지막으로 마침내 마무리되었다.오랜 휴식기로 인해 정상적으로 진행될수 있을까 하는 염려도 있었지만, 현지인 한국인 할 것 없이 간사들간의 협력과 더불어 한국에서부터 먼 거리를 마다않고 기꺼이 지원 나온 간사님들과 함께여서 더 수월했던 것 같다. 특별히 이번에는 지역적으로도 비행기를 따로 타고 나가지 않아 내가 백업해야 할일이 줄어들기도 했지만, 더군다나 2기 졸업생을 중심으로 각 조별로 어시스턴트가 배치되었던 까닭에 에너지가 분산되는 일이 적었던탓도 있다.
하나님의 은혜와 공급하심 가운데 진행되었던 이번 학교였기에, 참여했던 학생들이 정말 하나님의 사람으로서 각자의 삶과 일터에서 빛을 발할수 있기를 바래본다. 아, 이젠 졸업생들 아웃리치 장소 서베이 가야 하는구나....?
선교사들은 뭐하고 살까?
동재엄마는 많이 안타까워했지만, 둘째는 오히려 엄마 없는동안 하루 종일 게임을 할수 있어 신이 났고, 동재는 무엇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내내 저기압이다 못해 이제는 뭘 물어도 대답이 너무 명료하다. “알았어…!” 체념에서 나온 말인지, 속이 상해 나온 말인지 도통 알 수 없는 뉘앙스의 그 말마저도 몇 차례 큰 마음 먹고 이야기를 해야 그 정도 나온다. 더군다나 최근 들어서는 저녁 먹기 전에 오토바이 타고 나갔다가 밤 12시가 되어서야 집에 들어오기를 몇 차례 하다보니 이제는 묻기도 겁나서 아들녀석 올 시간쯤 되면, 침대로 들어가 잠 자는 척을 해야할 정도였다.
“사춘기 자녀를 겪어보지 않고는 아직 부모가 되었다고 말할수 없다…” 스승님이 말씀하시곤 했었는데, 동재가 인제서야 사춘기를 겪나? 대학 진학할때가 되니, 공부 스트레스가 있어서 그러나? 주일 준비를 해야하는 토요일 저녁 늦게까지도 계속 눈치를 보다니… 한 두 주여야지…, 계속 그러면 살이 더 빠질것같아 드디어 기회를 잡아 대화를 시도했다. 그런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참 당황스러웠다. 여자친구가 생겨 그 친구 집에서 밤 12시가 훨씬 넘어 놀다 온 다음날, 엄마가 자기를 믿어주지 않은 채 무조건 가지 말라고만 해서, 자기도 속상해서 부모와 말을 아예 섞지 않았던 것이란다.
규정준수를 의외로 소중히 여기는 동재엄마의 성격이 가끔은 나를 놀라게는 하지만, 그로 인해 이번 해프닝이 일어났다니 아무리 가족으로 맺어진 관계라도 가까울수록 말 한마디, 반응 하나에도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음을 서로가 배우게 되었다. 자기 속에 있는 감정을 말로 어떻게 표현해야할지를 잘 몰라, 그 떡벌어진 어깨로 흐느껴 울기만 하는 녀석을 보고 있자니, 14년전 언어공부하던 반둥에서부터 지금까지 참 여러가지가 미안해졌다. “우리도 너를 돕고 싶은 마음은 많은데 부모노릇이 이번이 처음이라 어떻게 돕는게 잘 돕는건지 몰라 그랬다. 미안하다”라는 말 밖에는 할 말이 없었다. 좀 더 성숙한 부모가 되었었더라면 아이들도 마음 고생할 일이 줄어들었을텐데…
둘째 동진이는 초등학교 졸업후 진로에 대해 학교 선생님과 면담을 했었는데, 그간 유급을 몇 차례 한 탓에 같은 나이 또래들과 함께 학교다니는 것은 점점 더 요원해진데다, 아이의 상태가 ADHD(주의력 결핍 증후군)이 있는것같아 현재 학교에서의 중학교 진학이 힘들것같다는 의견을 내비췄다. 학교 진학 문제야 새로운 우리 부부에게는 새로운 문제도 아니었던터라, 중학교 과정을 검정고시로 대체하는 방법을 현재 고려중이다. 그것이 한국 교과과정이 되었든 혹은 인도네시아 과정이 되었든 말이다. 하하, 남의 자식들을 향해서는 빛을 발하며 앞으로의 삶을 살아가라 말씀을 전하지만, 정작 내 자식을 보노라면, 저 아이가 커서 사람 구실이라도 할수 있으면 좋겠다, 자기 힘으로 밥이라도 먹을수 있으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을 떨쳐내기가 참 쉽지 않다. 누구 말대로 믿음이 없어 그런건가, 아니면 정말 아이를 믿지 못해 그런건가…. 나도 잘 모르겠다.
11년 전, 빨로뽀에서 신학교 출근하던 길에 차 안에서 주기도문으로 기도했던 적이 있었지.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여….” 아이들을 긍휼히 여겨달라고 기도하는데 불현듯, ‘우리 아버지라고 했으니, 목사인 내 아버지만 되는게 아니라, 동재, 동진에게도 하나님이 아이들의 아빠가 되어주신다는 거잖아! 그럼, 아빠로서 내가 고민하는것처럼 하나님도 이 아이들의 아빠로서 따로 고민을 하시겠구나….’ 생각한적이 있었는데, 오늘도 그 때의 문장들을 되뇌어본다.
주님의 은혜 가운데, 마음 졸이는 비자연장도 잘 진행이 되었고, 집 계약 연장 역시 이전 가격 그대로 계약하게 되어 참 감사한 일이다. 지난 2년동안 집 주인 부부가 차례로 생을 마감했음에도 불구하고, 자녀들이 자기 부모가 계약했던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집 값을 올리지 않겠다니, 여러가지 일로 속 상할만하면 이런 저런 모양으로 하나님이 위로거리를 주시니 오늘도 또 걷는다, 선하신 하나님 아버지의 인도하심을 구하면서….
기도는 이렇게...
하나, 예배때마다 성령님의 임재하심이 있어서, 예수 믿는 재미를 알게 하시고, 주님을 더 알아가고 싶은 열망을 갖게 하옵소서
둘, 보종까말 교회의 성도들의 삶과 신앙이 날로 성숙해가도록 하옵소서. 특별히, 부모와 자녀, 부부간의 관계회복이 일어나도록 하옵소서
셋, 지난 3월 25일 강풍을 동반한 폭우로 인해 노후된 교회지붕이 망실되었는데, 르바란이 끝나는 5월중 수리를 계획중입니다. 동역중인 문목사님과는 아예 증축을 할까 고민중인데 지혜와 더불어 필요한 재정을 열어주소서
넷, 주님의 은혜로 요즘 새로운 교인들이 오고 있는데, 교회에 잘 정착하여 함께 신앙생활 할수 있도록 하옵소서
다섯, 힐링센터가 본연의 역할을 감당할수 있도록 문을 열어주소서
여섯, 유치원 허가건을 진행중인 교장에게 지혜와 담대함을 주셔서 절차들에 진보함이 있게 하소서
일곱, 유치원에서 사고를 당한 세안의 팔꿈치 재활치료가 잘 진행되어 온전히 회복될수 있도록 하시고, 이 일이 후일 부모들이 복음을 받아들이는데 여정에 있어서, 하나의 징검다리로 작용할수 있도록 하소서
여덟, 4월 말에 있을 예정인 교회 청년부 및 주일학교 리트릿이 은혜 가운데 진행되도록 하옵소서
아홉, 5월 30-6월1일까지 말랑지역 세미나 통역사역이 예정되었는데, 체력과 영력, 그리고 지혜와 순발력을 허락하소서
열, 5월중 PIP 아웃리치 장소 서베이가 있는데, 오가는 길 순적히 인도하소서
열하나, 정선영, 지형습 선교사에게 지혜와 건강과 영력을 허락하소서
열둘, 동재가 자기 마음의 원함을 언어로 잘 표현해서 마음이 다치지 않도록 하시고, 특별히 대학준비하는 과정동안 하나님을 의지하는 법을 배우도록 하소서
열셋, 동진이의 주의력결핍 증후군 증세와 앞으로 중학교 과정의 진로문제에서도 주께서 최적의 길을 열어 주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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