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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빠당 지진 구호사역을 다녀와서

by 主同在我 2009. 10. 27.

<2차 사역팀이 머물렀던 모텔(위스마). VIP 룸이라고 붙여져 있던 로비 공간도 이렇게 되어버렸다니.... 집을 잃은 이들이 저마다 숙소를 잡는 바람에 우리 팀은 강당 공간을 빌려 상황실 겸 숙소로 사용했다>

지난 1차 구호사역 때 합류하지 못한 나로서는

2차 구호사역만큼은 합류하고 싶었었는데 마침 기회가 되어 따라나서게 되었다

 

반둥에서 14일 새벽 2시 버스를 타고 자카르타 공항으로

자카르타 공항에서 730분 비행기를 타고 빠당으로 향했다

 

지난 주, 응아방에 들어가기 위해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는동안

수많은 젊은이들이 빠당행 비행기에 탑승하기 위해 모여있던 모습이 생각난다

무너진 집 때문에, 실종된 가족들 때문에

하던 일을 접어두고 고향 빠당으로, 빠당으로 돌아갔던 젊은이들

 

2차 팀에 합류하여 돌아본 빠당의 모습은 다소 안정적이다

망연자실한 표정보다는

자기들만의 오늘을 또한 살아내야 함을 이미 그들은 몸으로 알고 있는 듯 하다

 

교단 인니선교부의 말을 빌리자면

10 14일 주정부 공식통계로 실종: 2, 사망: 1117, 중상: 1214, 경상: 1688

건물이 심하게 파손된 곳이 135,448, 중간쯤 파손된 곳이 65,280

경미한 파손이 78,604채라고 하지만 어디까지가 진실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도 그럴것이 생필품 공급조차도 도로 접근이 가능한 곳 이외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문득 문득 마주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넓고 좋고 안전한 길 주변에 자리잡은 구제처에서는 중복적으로 구호물품을 보급받지만

시골과 외진 곳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기본 생필품에 아직 목말라 하고 있으며

더군다나 중앙 구제처 한 곳에 다량의 물품이 도착하면

게 중에는 그걸 빼돌려 팔아먹는 이들도 있다고 하니

어느 나라가 문제가 아니라

이건 인간 심성 자체의 문제이다

 

바로 내 안에 잠재되어 있는

아니, 잠자고 있는

아니, 그것도 아니다

사실은 잠시 통제될 수 있는 상태일 뿐이지

그 무서운 나의 모습이 언제 어느 때

내가 비난하는 그들의 모습으로 탈바꿈할지 그건 아무도 장담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

스승님의 말씀대로 매일 매일 하늘의 에너지로 채워지지 않으면

내 안의 자연적 본성이

글쎄…..

선하게 나올 수 있을까

 

확인된 바는 아니나

지진이 일어나 정전이 발생하고, 대형 쇼핑센터에 지키는 이들이 없을 때

약탈도 일어났다고 한다

누군가를 탓할 일도 아니요, 문제점을 찾을 일이 아니다

따지고 보면 내 안에 숨어 있는 나의 모습인걸

 

코룹시(부정부패)도 약탈도

푹 꺼져버린 도로와 산 만큼이나 여실히 볼 수 있는 우리 인간 현실의 거울이다

 

빠당은 지금 일어서려고 애 쓰고 있다

극심한 실업과 경기침체가 우려되고 있는 시점에서도

얼굴에 웃음과 활기를 되찾고자 스스로 힘을 내고 있다

 

이제 NGO와 외부의 원조는 현저히 줄었을지 모르지만

일어서기를 바란다

접근로로부터 소외당해 무너진 집의 처마자락에서 빗줄기를 피해 서 있는 노파와 아이들도

이 우기철이 너무나 무섭게 느껴질 보금자리를 잃어버린 이들도

 

사람들의 온정이 엄청난 힘을 발휘하는 것이 사실이나

정말 부정과 부패의 고리가 끊어지고

나 한 사람만의 부를 계속해서 쌓아가려는 신자본주의의 폭력이 멈춰서

이 사회구조와 시스템이 벽혁에 변혁을 거듭해

우는 이들의 눈물을 씻기는 하나님의 나라가 어서 오게 되기를 구할 뿐

우리가 오늘 할 수 있는 일은 과연 무엇인가…….

나약한 우리여

힘없는 우리여

부끄러운 우리여


<지진 이후, 연일 TV 화면에 등장했던 암바짱 호텔. 이 곳에서 컨퍼런스 진행중이던 공무원 수백명이 피해를 당했다고 한다>

<암바짱 호텔 옆면.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기존 2층 건물에 3층을 증축했던 것이 무리였던 것이라고 하는데 진실은....> 

<역시, 암바짱 호텔 옆 동>

<빠당 시내에 있는 47개 호텔 가운데 23곳 이상이 이렇게 지진 피해를 입었다>


<그나마 경제력이 있는 중국인들은 중기를 불러 잔해들을 치우고 있는 형편이지만, 서민들이나 산 속에 있는 시골 사람들은 자신들의 힘으로 잔해를 치워야만 하는 실정이다. 하긴, 치운다고 해도 경제력이 없는 이들이 어떻게 주거지를 다시 일으켜 세울 것인지....>

<지진으로 인해 산사태 역시 났었는데, 빠당에서 부낏띵기로 넘어가는 길목에 그야말로 집채만한 바위가 산에서부터 도로로 굴러 떨어졌다. 다행히, 지나가던 자동차 본네트 부분에 떨어져 자동차만 박살나고 인명피해는 없었다고 한다>

<지진 이후 식수와 용수가 부족해진 까닭에, 미군이 바닷물을 민물로 바꾸는 기계를 들여와 인근해역에서 주민들에게 민물을 나눠주고 있었다. 아마 이렇게 해수를 담수로 만드는 기술이 대한민국이 최고라고 하지??>

<각종 회사들도 자기들의 이름을 내세우고서 주민 서비스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용수가 부족해진 빠당 사람들을 위해 무료로 세탁 서비스를 해 주고 있는 샤프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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