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옵니다
엄청난 천둥소리와 함께
마치 미쳐가는 세상을 물로라도 씻어버리려는듯
정말이지 무지무지하게 세찬 빗줄기가 내리 붓습니다
뭐라 표현할수 없는 빗줄기가
아무리 우기철이라 해도 해도 너무한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가슴이 막혀있던 이는 가슴이 뻥 뚫려버릴 듯 퍼부어댑니다
마음이 답답하고 지저분해있던 이는
이 빗줄기가 자기의 가슴에도 내리부어 모든 것을 씻어버리게 되기를 소망할 정도로
다른 이에게 거짓을 고함으로 이득을 취했던 이는
자기의 잘못을 되돌아보지 않으면 않될 정도로 겁나는 천둥소리가
심장까지 그 진동을 때려댑니다
이 정도 빗줄기는 아니지만
어느 날 대학 건물 앞에 큰 대 자로 드러누워
한 없이 내리는 빗줄기를 맞아봤던 일이 생각납니다
몸뚱어리 위로 퍼부어대는 빗줄기의 울림들을 통해
그 날 나는 무얼 느꼈는지
무얼 깨닫고 얼마나 변화하고 성장했는지
전혀 알 수는 없습니다
단지
답답했던 가슴 한 켠이 시릴정도로 비를 맞았다는 것 이외에는
소름이 돋도록 무섭게 내리붓는 빗줄기를 보다보니
문득 다시 뛰쳐나가고픈 충동이 느껴집니다
아직 젊고 철이 없어 그런지
가슴에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가 있어 그런지
정말 온 몸이 잠길 정도로 비를 맞고 싶습니다
아이들을 키우면 키울수록
아니 함께 살면 살수록
너무나 부족한 나의 연약함이 여실히 드러남을 피할 수가 없습니다
나의 영성도 성품도 온유함도
그 모든 것이 거짓됨을 알아갑니다
그 얇팍함으로 인해 더 비를 맞고 싶은 것인지 모릅니다
지금 밖은 물난리가 낫겠지요
도로는 정강이까지 잠겼을테고
그 위로 온갖 길거리의 묵은 때와 쓰레기들이 춤을 추며 항해해 가겠지요
이 비가
지붕을 쪼개버릴 것만 같은 이 천둥이
오늘 내내 계속된다면
저지대 사람들은 고통이겠지만
그러면 가슴이 좀 뚫릴까요
집에 물이 안나온다
주인집에 따져야 하나를 고민하고 있는데
이런 비가 오니 할 말이 없어졌습니다
모든 말이 잠잠하게 되는 때
모든 불평과 원망이 잠잠하게 되는 때
그 때를 보고 있네요
주여
긍휼히 여기소서
'살아가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동진이의 비상(飛上) (1) | 2010.02.10 |
---|---|
한 여름의 크리스마스 (0) | 2009.12.30 |
빠당 지진 구호사역을 다녀와서 (0) | 2009.10.27 |
찐빵 (6) | 2009.10.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