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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역 이야기

2011년 12월 이야기

by 主同在我 2011. 12. 24.

한국에 있었을 때의 겨울의 개념은 축적의 기간, 충전의 기간이었습니다. 반달곰이 겨우 내내 겨울잠을 자기 위해 꾸준히 먹이를 찾아 지방질을 비축해 놓는 것처럼, 겨울방학이 되면 학생들은 저마다 긴 방학시간을 이용하여 그동안 모자랐던 학습부분을 강화하는데 시간을 보냈었지요. 저희 가족에게 있어서 이번 기간이 바로 그러한 기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동안 언어를 배운다, 이사를 한다, 본 사역지로 들어와 새로운 동역자들과 만난다, 게다가, 우리가 참여하게 될 사역을 찾는다 하는 등등의 이유로 분주하게 보냈었던 작년과 금년 초와는 달리, 금년 후반기 들어서는 하나님께서 저희의 현주소를 보여주시고 정비할 수 있도록 해 주신 기간이었습니다.

물론, 후반기 들어서 새로 개교하게 된 신학교에서(STT YA) 강의를 하며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등 처음으로 학생들과 함께 한 시간들에 적응하느라 분주하기도 했었지만, 하나님께서는 어느 날 저희로 하여금 저희의 벌거벗은 것을 알게 하셨습니다. 하나님을 위하여 우리가 무언가를 해 보겠다고 애를 쓰며, 안타까운 마음으로 현지인 사역자들을 지적하며 가르치려 했던 그 모든 과정 가운데 정작 저희 스스로의 한계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기도편지들에 언급했던 것처럼, 불을 붙이고는 싶은데 저희 가진 불쏘시개 만으로는 이들의 마음 속에 불을 일으킬 수 없다는 것을 마주하게 되었을 때의 그 박탈감이란 말로 할 수 없을만큼 참 부끄러운 것들이었습니다.

숲 속 한 가운데에서 오랜 세월 비에 젖고 방치되어 있는 오래된 고목나무에 새 순이 돋아나는 일을 우리는 너무나 쉽게 생각했었던 것이죠. 굳이 우리의 환경을 둘러싼 현지 기독교인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저희 두 부부 역시 방치된 한 그루 고목나무였습니다. 나름 정해진 시간에 기도도 하고 말씀도 보며 말씀 준비도 하여 살아있다고 스스로 되뇌여 왔었지만, 사실은 그 안에 생명력이 없음으로 인하여 힘들어해왔던 것이죠. 그러던 저희를 하나님께서는 조그마한 한 모임에 초대해 주셨고, 지난 3개월동안 다듬어주시고 훈련을 시키셨습니다. 1개월에 1주일씩 그렇게 3번을 비행기를 타고서 온 식구가 움직이려다보니, 시간적인 부분도 재정적인 부분도 숨이 턱턱 막혀 왔었지만, 하나님은 이 과정을 통해서 우리의 벌거벗음을 보게 하셨고, 다시 마음을 새롭게 하여 하나님 앞에 앉을 수 있도록 독려해 주셨습니다.

무엇보다도 큰 은혜는 내가 그동안 하나님 말씀을 믿어왔다고 자부해 왔고 나름대로는 신실하다고 생각해왔던 부분들이 하나님의 기준에서 전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스스로 속이고 있던 나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얼마나 많은 부분이 더 주님 앞에 비추어져야 할지 계속해서 나아갈 뿐입니다. 아무튼, 지난 3개월간의 짧은 기간들을 통해 저희 부부 뿐 아니라 함께 참여했던 인도네시아 구석 구석에서 나아온 (저희 부부와는 비교할 수 없는 정말 훌륭한) 선교사님들이 마음을 새롭게 하고 하나님 앞에 옷을 빨아 재정비하게 된 귀한 시간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이것이 완성이라고 결코 말하지 않습니다. 앞으로 주님의 성소를 향해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한 걸음을 이제 겨우 떼어 놓았다고 말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소망 중에 기도하기는 인도네시아에 들어와 있는 모든 사역자들과 현지인 사역자들의 심령 속에 정말 주님을 경외하는 마음이 더욱 불타 오르게 되기를 원합니다.

당장 열매가 들어나지 않는 이 일을 위하여 자신의 피와 같은 돈을 헌금해주신 후원자님들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후원자님들의 대가를 바라지 않는 그 헌신이 아니었다면 저희같은 사람들은 이런 귀한 기회들을 접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한 사람이 변화될 수 있다는 것이 어찌 그리 귀한 일이지만 많은 정성과 시간과 돈이 들어가야 하는 일인지요. 이 모든 일을 위해 다방면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시고 역사하시는 하나님을 또한 찬양합니다. 저희 역시 지난 1학기는 강의를 하는 것에 맞추어 포커스를 두고서 진행하였으나 돌아오는 학기에는 한 사람을 세워나가는 일에 주의를 기울이며 힘을 쏟아야 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 일을 위해 함께 기도해 주십시오.

참, 그리고 보니 성탄절이군요. 이 곳은 벌써 한 달 전부터 성탄절이 한창입니다. 동역자님들의 교회와 가정에 구주 예수 그리스도의 오심이 생명으로 나타나게 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 그 동안의 활동들

- 사역자 훈련학교(10/11-15, 11/08-12, 12/06-10)

40여명의 선교사들과 30여명의 평신도들이 하나님 앞에 회개하며 한 사람의 그리스도인으로, 한 사람의 사역자로 마음을 새롭게 하는 귀한 시간들이었습니다.

- 람뿡 샬롬신학교 단기세미나 통역협력(11/22-24)

한국에서 양기수, 강흥준 목사님께서 오셔서 쉐마교육과 하나님의 음성듣기라는 주제로 강의하셨는데 이 시간을 통하여 학생들은 물론 통역을 맡은 저희 요원들도 큰 은혜를 누리게 되었습니다.

- 예 신학교(STT YA) 종강(12/12)

총 6명의 학생들이 주님의 은혜 안에 한 학기를 마치게 되었습니다. 이들이 저보다 나은 주의 사역자로 성장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 기도해 주십시오

1. 저희 가정이 더욱 하나님의 뜻을 민감하게 분별하고 그 의지에 기꺼운 마음으로 순종할 뿐 아니라, 저희의 심장에서 성령의 불이 활활 타오를 수 있도록 하옵소서.

2. 빨로뽀 소도시를 놓고 기도 중입니다. 이 도시가 성령님의 불길에 타올라 잠자고 있던 그리스도인들이 깨어나 생명을 얻고, 비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으로 충만하게 하옵소서.


2011년 12월 24일 성탄 전야에



인도네시아 빨로뽀에서 지 형습, 정 선영, 동재, 동진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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