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동면에서 깨어난 곰마냥
한국 다녀오고나서 기지개를 펴며 찌뿌듯한 몸으로 정신을 차려보니,
이럴수가!!!
너무 많이 교회를 다니고 있었다.
“쉬엄쉬엄 살고, 오늘 할일을 내일로 미루자”가
언젠가서부터 내 삶의 모토가 되었었는데
요즘은 정말이지 '이건 아니다'싶을 정도다.
하긴 따지고보면 자업자득이다.
작년에 선교사훈련을 다시 받으면서
우리 부부가 깨달은 것 하나는
지난 10년간 있는 힘껏 달려온것이 맞지만,
정작 교회 안에 사람을 세우지 못했다는 사실이었다.
다른 영혼을 붙잡아 일으킬만한 사람...
그래서 시작한것이 TEE 모임인데,
지원자들 시간에 맞추다보니 쉬엄쉬엄이 어려워졌다.
다시한번 느끼는거지만
목회는 목사가 하는게 아니라 하나님이 하시는것 같다.
7개월씩이나 목회자가 자리를 비웠는데도 교회가 돌아갈수 있었다니,
더군다나 새로 정착하고 있는 교인들까지...
내 머리로 붙잡고 있었으면
지난 7개월동안 이런 일이 있었을까 싶다.
아무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왕 다시 돌아왔으니
내가 할일은 해야지 싶어 오늘도 낑낑대며 붙들고는 있다.
예전에 스승님이 말씀하시기를,
은혜 오는만큼만 일하라고 하셨는데,
은혜가 오기도 전에 너무 움직이느라 고갈이 될 지경인지라
약간은 조심스러운것도 사실이다.
얼마전에 하나님께서 기억나게 하신것이 있다.
개인의 예배를 회복하라고,
특별히, 고등학교 시절 학교가 끝나면
매일처럼 교회에 들러 1시간씩 찬송가를 불러대다
목에서 피가 나오기도 했었는데, 그 때를 떠올리게 하셨다.
하긴, 앞에서 말씀 전한답시고
양복입고 서 있는 것에 익숙해지다보니
이제 사역자로서가 아니라
인도네시아 땅에 살고 있는 지형습이라는
한 인간으로서의 찬미의 제사가 멈춰진지 오래된것이 사실이었다.
왜 내 마음이 이리 답답하고 새로운 생명력이 느껴지지 않을까
적지않은 시간동안 고민했었는데
한 가지 원인을 찾았다.
내 소시적에 하나님께 드렸던
그 시간... 그 마음... 그 갈망...이
식어진채 잊혀졌던것!
최근에 계속 듣는 찬양이 있다.
“나는 주를 섬기는 것에 후회가 없습니다”
가사 한 구절 구절이 어쩜 그리 마음을 후벼파는지....
요리조리 움직이는걸 좋아하는 나로서는
한 군데서만 가만이 있던 세월이 너무 속상하다..
내심 답답해했던 내 모습이 주 앞에 송구스러워지고,
지나간 시간들이 감사로 재해석되는 은혜를 누리고 있다.
그냥 돈을 들이면 되는 일인데,
굳이 직접 현수막을 만들겠단다. ‘50이 넘은 나이를 생각해야지’ 싶은데,
결국은 재료준비부터 붙이는것까지
유치원 졸업식 현수막을 자기 손으로 붙여놓고야 말았다.
정선영이나 지형습이나....
둘 다 사람 못 부리는 것은 매한가지다.
시간 들이고 에너지 들여야하는 일을
어떻게 직접 붙들고 있냐....
유치원 교사들에게 지시하면 되는거를 ㅠㅠ
유치원을 운영하면서
그간 몇 차례의 고비들이 있었던것이 사실이다.
억지로 등 떠밀리다시피 시작하게 된 유치원 사역이다보니,
신입생이 적게 올때마다, 사건사고가 터질때마다,
이 사역을 접고 다른데 에너지를 써야하나 고민했었다.
더군다나,
코로나 기간동안 학부모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
Rp.100k 만을 받아왔었는데,
코로나 이후 학비를 예전 수준으로 회복하려하니,
비싸다고 이슬람 유치원으로 보내는 부모들을 볼라치면
정말이지 힘이 파인다.
우릴 더 충격에 빠뜨린 것은
우리 교인중에도 그런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
교인이 자식을 이슬람 유치원으로 보내다니...
머리에 지진이 나는줄 알았다.
‘난 지금까지 교회에서 뭘 가르친거지...’
양질의 교육을 시켜야한다는 것보다는
얼마나 더 싸게 아이를 맡겨둘수 있느냐에
관심있는 부모들을 보면서 둘 사이의 현격한 간극을 보고 있다.
그런데 어찌하랴,
정선영 선교사는 또 다른 활동들을
유치원에 접목해보고자 꿈틀거리고 있는데....
부부끼리도 이리 관점이 다른데,
하물며 주민들과 선교사들이랴...
뜻이 있는곳에 길이 있다고 했던가... 적지 않은 시간동안 우리에겐 고민이 있었다.
빚에 허덕이며 살아가는 보종교인들의 삶의 질을
어떻게 현실적으로 도움줄수 있을지...
미싱을 배워두면 집 안 살림의 누수를 막을수도 있겠고,
혹 더 잘하는 사람이 있으면
과외수입도 될수 있겠다싶어 고민하던중,
교회에 새로 조인하게 된 셀모니를 통해 응답을 얻게 되었다.
심방을 갔는데, 이럴수가....
집 안 온통 수주받은 화장품 백들로 가득한게 아닌가!!
소규모의 미싱조합을 운영하고 있던 사람이었다.
그 자리에서 정선교사는 비전을 나누며 도움을 요청했고,
이에 셀모니는 주1회 자원봉사로 돕겠다고
기꺼이 응답해 주었던것이 제1기 미싱교실로 이어지고 있다.
한 달 새에
교회내에 큰 사건이 2건이나 발생했다.
밤 11시가 넘어 오토바이로 퇴근하던 여청년이 사고를 당한것이다.
응급실로 이송했지만 교통사고 환자라 보험이 안되는 까닭에
엄청난 비용을 감당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다 하루가 지났다.
의식을 잃은채 누워있는 그라시아를 보니
어찌 마음이 미어지던지...
부모를 설득해서 아이를 데리고
3군데 병원을 이동하여 마침내 입원수속을 밟고 CT를 찍었다.
뇌에 피가 많이 고여있어 당장 수술을 해야 한단다.
그런데 이번에는 의사가 한 술 보탠다.
“수술해도 영구적 장애가 발생 할수 있다...”
결국, 교우들과 매일같이 기도하고
가까스로 의식이 돌아왔다.
너무 기쁜 마음에 날 알아보겠냐 물었더니
대답도 없이 짜증을 내며 힘겹게 고개를 돌리는데
왜 그리 야속하게 느껴지던지...
부분적인 기억소실이었다.
‘내가 너를 병원으로 데려왔고,
수속을 도왔고, 간절히 기도했는데
어떻게 날 못 알아볼수가 있지...
나는 널 생생하게 기억하는데....’
속상해하고 있는데 이런 생각이 들더라.
‘기억 못하면 어때! 내가 이 아이를 기억하면 되는거지.
이 아이가 내게 어떤 의미인지 내가 기억하면 되는거지’
순간, 섭섭한 마음은 사라지고 소망이 생겼다.
그라시아가 고통과 답답함에 짜증내는 그 순간에도
하나님에게는 그라시아가 여전히 자식으로 기억되며,
하나님은 그라시아의 지나간 시간을 기억하시며,
간절히 하나님을 찾던 그라시아의 손을 놓을수 없구나...!
부모들은 결국 수술을 포기하고 아이를 집으로 데려왔고
온 교회 역시 지속적으로 아이를 위해 기도했다.
주님의 긍휼하심으로 인해 그라시아의 몸의 움직임들은 빠르게 회복되었고,
아직 기억력은 부분적으로 소실된 부분이 있지만
예배드리고 기도회 참석하는 등의 호전을 보이고 있다
그런가하면, 지난 화요일에는
빚때문에 가정불화를 겪고 있는 가정의 요청으로 심방갔었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참 대책이 없는 엄마였다.
한 두 해가 아니었다.
8년쯤 전에도 빚 문제로 힘들어해서
대신 갚아준적도 있었던 가정이다.
그런데 아직도 습관을 고치지 않고
똑같은 일을 반복함으로 가정을 힘들게 만드는 걸 보고 있자니
마음 속에 한심함과 미움의 감정이 올라왔다.
그런데 권면을 마쳤을때
귀신들림 현상이 갑자기 나타났다.
아이고....!!
자기 머리를 바닥과 벽에 사정없이 찍어대는데...
대략난감이다.
왜 이렇게 안 나가는지...
내가 가진 예수 이름은 왜 이렇게 힘이 없을까,
TV보면 남들은 금방 금방 잘도 나가더구만...
정확히 1시간 40분을 진땀을 흘리며 씨름하고 나서야 잠잠해져
겨우 빠져나올수 있었다.
아무래도 예배를 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3일동안 매일 심방해서 예배를 드리자고 하고
수요일 집으로 갔다.
수요 기도회 시간은 다가오는데 왜 이렇게 요지부동인지....
다른 영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있자니
마치 농락당하는 느낌도 들고
또 한편으로는 이런 지경까지 만든 레나에게도 천불이 끌어올랐다.
‘오죽하면 공장다니는 첫째 딸이
더 이상은 이렇게 못살겠으니 집 나가겠다 했을꼬...’
그런데 그 때 이런 생각이 들어오더라.
레나의 가족들이나 내가 보기에는
레나가 한심한 존재요, 가정에 불필요한 존재로만 생각되는데
주님의 눈에는 레나가 다르게 보일수 있다는 생각!
‘주님께는 레나가
지금 늪에 빠져 허우적대는 잃어버린 양,
진흙범벅이 되어 힘없이 축 늘어진 자기 양으로 보일수 있겠구나...’
그 순간 기도가 바뀌었다.
“선한 목자되신 주님,
진흙범벅이 된 레나를 찾았습니다.
지금 안아서 데리고 가니,
주의 보혈로 깨끗하게 씻어 주옵소서”
드디어 약속한 3일째.
오늘까지도 안나가면 나도 모르겠다 싶은 심정으로 다시 갔는데,
기쁨의 소식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간밤에 레나가 꿈 속에서 주님을 만났다고 간증하는것이 아닌가?
자신의 집 안을 가득채운 환한 빛 가운데 서 있는 목자가
염소의 모양을 하고있는 자신을 부르더랜다.
“오랫동안 너를 찾았는데, 오늘에서야 만나게 되었구나”
제 정신이 돌아와 함께 예배드리는 레나의 간증을 들으면서
주의 사랑은 확실히 우리의 약함보다 크시며,
우리의 죄악보다 크심을 다시 깨닫게 되니
냉랭하던 나의 마음이 감사가 메아리친다.
다시 안 가도 되었으니 감사,
레나의 정신이 돌아와서 감사,
주의 긍휼하심을 맛보게 되어 감사.
사람이 얼마나 인정머리가 없고,
머리도 가슴도 얼마나 냉랭했으면
주께서 이렇게 개인레슨을 시켜주시나 싶다.
그래서 감사 또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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