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하루를 돌이켜보면서 많은 부끄러움을 느껴본다
내 자신의 한계….
아니, 본 모습을 보았다고나 할까
나도 내가 그렇게 반응할 줄 설마 인정하고 싶지 않았었는데
역시 선택이 아닌 반응이라는 것은 본 실력을 여과없이 드러내주는가 보다
시장 다녀오면서 앙꽂을 탔었다
양 손 가득이는 식자재로 가득차 있는 봉지가 들려있는 내게
옆 자리에 있던 한 노인이 묻는다
자와 사람이냐고…뭐 그런거 같다
어르신들은 인도네시아 말을 못 하는 경우가 많이 있고
게다가 이 곳은 순다족 사람들의 동네이기 때문에 순다 말, 혹은 자와 말로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 보통인 까닭에 처음엔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데 그 다음은 분명 인도네시아 말이 맞았다
‘민….따….. 오 ㅇ……..꼬스!’
민따 옹꼬스…… 분명치는 않았으나 그 말이 분명했다
차비를 달라는 말이다
나는 인지했다
아니 이해했다
그러나 동시에 내 입술은 발음을 잘 못 알아먹겠다고 말하고 있었고
내 머리 속은 그이에게 돈을 주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는 중이었다
한 편으로는 도와야 한다는 생각
또 한편으로는 앵벌이와 같은 생각이 들어 안된다는 소리들…..
양 손에 들려있는 시장봉투들이 나를 부끄럽게 한다
또한 건너편에 앉은 소녀가 나를 부끄럽게 한다
그녀는 자기가 내릴 때 할머니 것을 계산할 테니 편히 내리시라 한다
결국 내 손으로 차비를 계산하기는 했지만 씁쓸함과 부끄러움은 가시질 않고 있다
인간 지형습의 본 실력, 본 수준, 스승님의 말을 빌리면 본 내공이 드러난 날이다
한국에서도 전철에, 버스에, 길 거리에 이런 분들을 꽤 만나게 된다
그런때면 천원짜리 한 장 내 밀고서는 마음의 위안을 삼곤 하는데
이 곳에서는 그 마저도 잘 되지 않는다
두려움일까….. 욕심일까….. 아니면, 무관심일까…..
전혀 나와는 상관이 없는 이들이라 생각한 결과에서 나온……
어느 나라에도 가난한 사람들, 빈자들, 특히 타인의 도움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이들이 있게 마련이다
선진국이라 그럴듯한 이름을 가진 나라들에서는 물론 이런 이들을 보기 힘들다
잘 사는 나라라 그런가….?
아니 일반인에게 마음의 부담, 양심의 부담을 지워주는 그들은 더 이상 거리에 없을 뿐
아니 일반인의 눈에 보이지 않을 뿐
분명 존재한다
시설에, 특별 제한 구역에…..
사회 구호품을 제공해주는 대가로 일반인의 양심을 괴롭히지 말라고 강요받으면서 말이다
그리고 사회의 구성원들은 기꺼이 자기들의 세금을 떼어 자기들의 눈과 양심이 이들로 인해 간섭받거나 괴로워지지 않도록 애쓰는 것이
바로 선진국의 빈자 정책이다
겉으로는 그럴 듯 해 보이나
시스템이 바로 갖추어져 있어 정말 천국 같은 곳이나
사실은 한 무리의 사람들이 갇혀서 ‘사육’되고 있는
철저히 사랑 없음에 기초한 구제가 이루어질 수 있는 곳이 바로 선진국의 사회복지이다
머리가 그만큼 좋지 않고 재원을 끌어댈 수 없는 나라
우리나라나 인도네시아 같은 나라에는 그만큼
우리의 눈과 양심을 괴롭히는 이들이 가까이 지내며 있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빈자가 사회의 양심을 깨우고 그 사회로 생명 안에 머물 수 있도록 하는
하나님께로 내려온 최소한의 대사회 조치라는 생각들은 이미 오래된 생각이요, 보편화된 생각들인데
이를 근거로 생각해본다면
과연 이들로 그들의 역할을 감당할 수 없도록 제도화시켜 놓은 사회복지 정책이 꼭 바람직한 것인가….
사랑이 결여된 채로 세금을 떼어 빈자와 약자를 ‘사육’하는 것과
주린 배를 움켜쥔 채로 벗어나지는 못해도 사람들의 사랑을 피부로 먹으며 하루를 사는 것….
과연 어떤 삶이 더 행복하게 느껴질까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로 살겠노라 말하는 이들이 있다
남의 신발을 신어보지 못한 이는 그의 심정을 알 길이 없다는 이야기가 또한 있다
모르겠다……
뭐가 뭔지 모르겠다……
그저 고개를 돌려 외면하고
귀를 막아 들으려 하지 않고
머리를 멈춰 이해하려 하지 않는 것이 마음 편한 줄로만 알고 살아간다
하지만…..
그게 살 길이 아니요, 오히려 내 심령을 죽이고, 영혼을 마비시켜가고 있음을
나는 또한 자각하고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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