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살아가는 이야기

게 사냥

by 主同在我 2011. 5. 2.
한국교회에서는 부활절때는 부활절 예배 및 축하행사를 가지는 게 보통이지만
여기와보니 조금은 다른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부활절 예배가 곧 야외예배같은 느낌.... ^^;
예수님이 제자들과 함께 부활 후 첫 식사를 해변에서 가졌던것처럼
해변가에서 예배드리고
그 곳에서 함께 밥 먹고 재미있게 놀다가 집으로 돌아간다

덕분에 각자 집에서 가져온 도시락들을 내어놓고 나눠먹는 재미도 있었고
바닷속에 몸을 담궈볼 수 있는 기회도 있었다
바닷가 도시인 빨로뽀(Palopo)에 살고 있으면서도
정작 바닷가에 와 본게 이 때가 처음이니
우리 식구도, 아니, 나도 참~ 방콕 스타일이긴 하나보다


그렇게 쌈빡한 해변가도
눈부시는 모래밭도
즐거운 놀이기구도
에머랄드빛 바닷물도 아니었지만
그래도 완만한 경사가 참 마음에 들었다
아이들이 안전하니까
그래도 바다속에 몸이 들어가고
죽은 나무 뿌리 속에서 아이들과 함께 게를 잡다보니 
쌈빡한 해변가로 이미 변해있었다고나 할까
그래서 환경도 환경이지만
누구와 무엇을 하느냐가 정말 중요하다
 
<해변가의 죽어있는 나무 뿌리에 구멍을 뚫고 서식하고 있던 게 사냥중....>

교회에서 동재 동진이는 조금 특별한(?) 존재이다
외국인인데다가
교인도 많지 않는 교회라서 그렇기는 하지만
그래도 동진이와 동재에게는 특별한 관심들이다
아이들이 게를 잡겠다고 졸라대는데도 소심꾼 아빠가 움직이질 않으니
아이들과 몇몇 교인들이 잡아주겠다고 바지를 걷어 올렸다
이윽고..... 가지고 갔던 용기에는
소라게를 비롯한 각종 바다생물들이 가득찼고
동재의 얼굴은 그야말로 뿌듯함 그 자체였다


그러나......
집에 돌아갈 시간이 되자
동재의 얼굴은 흙빛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하나님이 만들어두신 생명을 집으로 꼭 가져가야겠느냐는 엄마의 말 때문이다
요는
걔네들은 바다속에 있을 때는 천국이지만
집으로 가면 동재는 즐거울지 몰라도
며칠 있다 산소부족, 먹이부족, 바닷물 부족으로 모두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 아니냐는 것....
역쉬..... 동재엄마.....
솔직히 나도 집에 가져가는게 귀찮은 마음
또 한편으로는 가져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동재엄마가 저리 나오니 아무 할말이 없었다
솔직히 바닷물 구할 수 없는 상황에서 집에서 며칠을 견딜지 자신이 없었던 까닭이다

급기야 동재의 눈에서는 굵은 눈물방울들이 뚝뚝 떨어졌고
가장 마음에 드는 한 마리를 제외한 나머지 친구들은
모두 다시 방생하는데 직접 참여하고 안녕을 외쳐야 했다

집에 돌아와서는 어땠냐고?
아이들은 금방 잊어버린다
그리고 집에 가져온 게 한 마리는.......
일주일이 지난 지금....
아직 살아있다

 

<하나님의 피조물을 집에서 죽게 놔 둘수는 없다는 엄마의 말에 동재가 울자, 교인들이 말한다. "집으로 가져가요, 죽으면 튀겨서 먹으면 되요~!">

'살아가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답사를 핑계한 가족 나들이  (0) 2011.06.12
친구가 왔다  (4) 2011.06.03
만행  (5) 2011.04.19
정수필터 교환하는 날  (2) 2011.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