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를 맞으러 주일 예배를 드리자마자 마카사르로 내려가
다음날 아침, 공항에서 두 부부를 만나게 되었지
야구모자 하나씩에 반바지를 걸친 두 부부의 모습이
반가우면서도 신혼부부같다고나 할까 ㅋㅋ
아무튼, 여기 이사오고 난 후 처음으로 맞는 한국인 손님이
다름 아닌 친구라니 참 이 반가움을 뭐라 해야 할지
집에서부터 마카사르까지
그리고
마카사르에서 집에까지......
그렇게 이틀 연짱으로 8시간 이상씩 운전을 해 낼 정도로 내 체력이 뒷받침을 해 줄지 누가 상상이나 했겠누
오랜시간 "스피드 모드"로 별의 별 형태의 길을 창문에 머리 찌어가면서 달려온 길이라 피곤할법도 한데
두 부부는 차에서 짐부터 풀기 시작한다
오바차지를 물고서 가지고 온 그 짐을
아니,
따뜻한 마음을 우리 집 안에 풀어놓기 시작한다
참 기가 막혔다
마치, 딸래미 걱정되어 친정엄마가 바리바리 싸서 오기라도 한 것처럼
각종 반찬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다
어느 정도로 ??
사렙다 과부가 기름을 더 이상 담을 통이 없어 발을 동동 굴렀을 심정을 느낄 정도로
나는 동재엄마를 채근하기 시작했다
"여보, 그릇 더 없어?? "
급기야, 냉장고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된장, 고추장들
그리고 아까워서 남겨놓은 김치국물 담은 작은 통들을 모두 꺼냈고
겨우 자리를 마련, 문을 겨우 겨우 닫아 놓고나니
그제야 앉아서 서로 얼굴 볼 시간이 찾아오더구만
그런데
두 사람이 오기 전, 몇 주 전부터 오면 뭐할까를 고민하다 짜 놓았던 계획들이
어렵쇼......
물 건너가고 있었다
그저 친구 만나기 위해 온줄로만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사역하러 온 게다
방콕하며 사는 친구 가족, 말 시켜 주려고, 말 들어주려고.....
얼마만큼 ??
두 부부를 공항에 보내고 나서야
온 입이 부르트고 혀에 돌기가 돈 것을 그제야 발견하게 된 동재엄마만큼 말이다
그만큼
두 사람은 어디 구경도 못 가고
붙잡혀 동재엄마의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첫 날 저녁, 그 피곤한 길을 왔던 그 밤에는 3시간을 자고
그 다음날은 한 숨 자지도 못하고
그리고 떠나기 전 저녁도 3시간만 자 가면서
그들은 본인들의 사역에 충실했으니
참 ~ 미안했다
그 멀리에서 손님이 왔는데도
제대로 어디 한군데 구경도 못 시켜주고, 맛있는 음식으로 대접도 못하고
붙잡아놓고선 계속 고문을 했으니 ㅡㅡ;
우여곡절 끝에 자카르타로 돌아가는 비행기가 확정이 되고
공항에서 그들이 비행기에 오르고 비행기 문이 닫히고 나니
동재엄마 눈에 눈물이 고여 있었다
그리고 자기를 보고 있던 나를 보았는지 이렇게 말한다
"햇볕이 너무 따갑다....."
아직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우리가 멀리 사는건가 ???
아님, 마음이 멀어 있었던건가 ......
한편으론 친구에게 고맙고
한편으론 먼저 사역지로 들어간 선배들에게 연락 한번 제대로 하지 못한 게 참 죄송하고
친구야, 고맙다
< 때로는 재미있다고 웃어주고..... >
< 때로는 진지하게 함께 동질감을 반응해주고...... >
< 때로는 비어있는 아빠의 자리를 대신해 아이들과 놀아주면서...... 그렇게 다녀갔다 >
< 비행기 이륙 30분 전, 아무도 없는 공항 터미널에서 한 컷..... 뒤로 쇠붙이 탐색기가 보인다 >
< 드디어, 안 올 것 같던 비행기가 도착하고 친구가 떠나간다 >
< 문 안 쪽, 시커먼 실루엣 속에 친구 부부의 얼굴이 우리를 향해 웃으며 손 흔들고 있다 >
< 그리고는 우웅....... 마카사르를 향해 날아오른다. 티켓 사 놨는데 비행기 안 뜨니 차로 가라고 했다가, 출발일 아침에 다시 비행기 뜬다고 비행기 타라고 해서 속 썩였던.... 그 비행기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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