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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비가 내린다

by 主同在我 2012. 3. 1.

< 주변 집들에 빙 둘려 있는 우리 집의 위치.... 이러니..... 집의 모든 소리가 옆 집으로, 뒤 집으로, 앞 집으로 다 새어 나간다 ㅡㅡ; >

지난 월요일….

스리띠 다녀오는 나에게 아내가 하는 말,

여보, 드디어 터졌어….”

“ ?? “

밑도 끝도 없는 말에 시큰둥한 나에게 하는 말이

앞집에서 주인 아주머니에게로 항의가 들어왔다는 것이다

새벽마다 시끄러우니 기도시간을 옮겨달라고

직접 이야기하기 껄끄러우니 동네 반장에게 진정했단다

 

이야기를 듣고보니 그 분들의 입장이 이해가 되었다

새벽부터 나는 기도소리에 잠을 설치게 되고

더군다나 나이든 노모가 한번 잠에서 깨면 도통 잠을 다시 자질 않으니

아들 며느리로써는 애로사항이 있었다

아침 일찍 일 나가야 하는 사람이 잠을 설치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설명과 함께

두 가지 요구사항이 들어왔다

1. 기도시간을 옮겨줄 것

무슬림들의 아잔시간이 보통 4 30분이니, 그 이후로 기도시간을 옮겨달라

2. 기도소리와 시간을 줄여줄 것

왜 굳이 그 시간동안 해야 하는가?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것인가?

 

아내에게서 전해들은 이야기를 듣고는

두 가지 마음이 교차했다

한 가지는 이웃에게 피해를 끼쳤다니 죄송하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고,

또 한 가지는 안타까운 마음이었다

예수를 믿는 사람의 입에서 왜 기도를 굳이 해야 하느냐는 말이 나왔다는 자체가

신선한 충격이었다

물론, 인도네시아 기독교인들, 특히, 네덜란드의 영향을 받은 전통교단의 상황을

전혀 모르는 것은 아니었지만,

여전도회장이 목사에게까지 왜 기도를 꼭 해야 하느냐고 묻는 그 물음은 정말이지……

 

다닥다닥 붙은 동네에서,

새벽에 닭보다 더 일찍 일어나 기도소리를 내는 것이 칭찬들을 일은 아니지만

도대체 이들의 기독교 신앙이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종교생활에는 무척 신실하고 열심을 내나,

신앙생활에는 거의 무지하다시피하는 것이 이 곳 기독교인들의 현주소인가…..

 

그 날, 하루종일 고민도 해 봤다가

확 이사를 가버려….. 생각도 해 봤다가

결국, 저녁 먹는 자리에서 나도 모르게 이런 말이 나오고 말았다

기도소리가 시끄러워 잠을 못 자겠다고 하니,

기도소리를 덮어버릴만한 더욱 엄청난 빗방울 소리가 필요하겠네….”

그랬다

우린 거세게 내리치는 빗방울 소리가 필요했다

이웃에게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기도소리를 줄이고

창문에 차폐음 장치를 하는 것도 하는 거지만

함석지붕을 다다다다다거세게 내리치는 빗방울 소리가 필요했다

바로, 가족예배 시간과 기도시간에…..

 

그리고 어제 화요일…..

저녁을 먹고서 예배를 드리는데 여간 신경이 쓰이는게 아니었다

기타소리도 찬송소리도 조심 조심…..

그런데…..

두 번째 찬송을 시작하려니 천둥 번개와 함께 거센 빗방울들이

동네 함석지붕들을 때려대기 시작했다

이럴수가….

기타소리도, 찬송하는 목소리도…..

모든 소리가 빗방울 소리에 먹혀버려서 더 이상 소음공해랄 것이 없게 되었다

 

1시간 남짓한 가족 예배가 끝나고 동재엄마 기도시간까지

비는 계속해서 내렸다

이런 빗방울의 기가 막힌 행진이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모르지만

오늘도 우리는 하나님의 보호하심을 마주한다

 

그래도…..

주님, 마음껏 찬양하고, 마음껏 기도하고 예배할 수 있는 집을 주세요

계약이 8월 초 만료인데

정말 하나님 앞에 마음껏 앉아있을 수 있는 장소를 주시기를 기도하고 또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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