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역 이야기

땜빵 설교 하고 와서

by 主同在我 2012. 6. 3.
엊그제 목요일, 갑자기 또라자에서(toraja) 연락이 왔다
토요일에 학교 졸업식이 있는데 와서 말씀전해달라고.....
정말 기가 막히지....
아니, 어떻게 토요일이 졸업식인데, 그 때 설교를 목요일에 부탁을 하나 싶어 이상하긴 했지만
가겠다고 했다

그런데 그게 실수였다
장소가 장소인지라, 10시 졸업식 시작인데 이사장 아저씨와 함께 새벽 6시에 출발했다
길은 순조로웠다. 또라자 시내까지 1시간 30분에 주파완료
이제 남은건 성경학교가 있는 께뻬지역만(keppe) 남았다
거리는 별로 않되지만, 산길을 타고 올라가는 코스라서 내 기억으로 1시간정도 걸릴 것 같았다

그런데... 이건 정말로 그런데.... 라는 표현을 써야 한다
산길코스로 올라간지 20여분이 지나자, 그제야 기억이 났다
작년에 한번 차 가지고 올라왔다가 밑바닥 엄청 찍히고 나선 다신 않 가겠다는 그 곳을 다시 가고 있음을.... ㅠㅠ
설교를 맡았으니 않 갈 수도 없고
벼랑 옆으로 좁게 난 길이니 중간에 차를 돌릴수도 없고
어쩔수 없이 앞으로 앞으로 슬슬 몰고 올라갔다
그런데 길 상황이 작년보다 더 심각했다 (연약한 지반과 자주 내리는 폭우로 인해 그렇단다)
차를 여기 저기 긁고, 아래쪽은 쿵쾅거리며 찍는건 약 1시간쯤 지나니 '또 찍히는구나....' 하며 넘어갔다
하지만, 차 앞바퀴 한 쪽이 벼랑에 빠지고
또 한번은 자동차 뒷바퀴 구동축이 양쪽으로 너무나 움푹 패인 나머지 쑥 올라와 있는 아스팔트 조각에 걸려버려서
앞으로도, 뒤로도 가지 못하고 떠 있었을 때에는
정말이지 '내가 꼭 가야하나....!' 싶은 생각이 들어왔다

정말 감사하게도 하나님께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그 때마다 보내주셔서
벼랑에 빠진 차도, 땅 바닥에 처박혀 꼼짝 못하던 차도....  빼 낼 수 있었다
다음엔 다른 교통편을 알아봐야지!
아무튼 그렇게 1시간 30분정도를 올라가고 나니 드디어 학교가 나왔다
작년보다는 건물이 말끔해진 느낌..
분주하게 왔다갔다 준비하는 졸업생들을 틈으로 순서지 한 장을 집어들었다

< 작년까지만 해도 공사인부들 숙소 가건물이 있던 자리에, 여학생 기숙사가 들어서 있었다. 그 왼편 구석에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우리차가 보인다 ㅠㅠ >

< 졸업생들 리허설 중.... 나머지 사진은 내가 순서를 맡아서리 내가 나를 못 찍었으니.... 아쉬움이로다... >

어허.... 이럴수가....
순서지를 펴 든 순간, 눈에 들어오는 설교자 자리!! 공란으로 남겨져 있었다
다른 순서는 모두들 이름이 기록되어있는데 설교자 자리만 공란이라니....
더군다나 토요일 행사인데 목요일에서야 연락이 온 것 하며....
하하하
땜빵이었다
게다가 순서지에는 자기들이 이미 정해놓은 설교본문과 주제가 인쇄되어 있었다는.....
MC 를 맡은 친구가 이런다
"설교 너무 길게 하지 말아달라고..." 20분을 넘지 말아달랜다

땜빵하는 것도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는데, 시간까지 짧게 해 달라니....
예배보다 앞에 위치시켜 놓은 축사시간에 드디어 빵 터졌다
축사하는 3명이서 무려 1시간 30분을 사용했으니, 한 사람당 30분꼴로 사용한거다
구청장을 비롯한 축사자의 주 내용은 주로 자기업적에 대한 자랑으로 마무리되었다
설교는 20분을 넘지 말아달라더니.... 결국은 시골정부 사람들에게 식 순서 중 절반이 넘는 시간을 주기 위함인가??
졸업식에서 예배가 찬밥대우 받는것 같아 마음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내가 꼭 설교를 해야 하나, 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 더군다나, 정해놓은 본문과 제목이라니.... 그것도 짧게....

그 때!
내 마음 속에 다른 생각이 하나 또 들어왔다

"다른 사람 구하다 갑자기 취소되어 네가 정말 땜빵으로 왔든지,
이사장 아저씨가 여기까지 올 차량이 필요해 너한테 설교를 시키라고 했을 수 있다
그렇다
하지만, 그런 여러가지 썩 기분좋지 않은 상황들을 통해서라도
너를 이 시간 이 곳에 말씀을 전하게 한 것은 나다
내가 너를 이 곳으로 부른 것이다, 너를 통해 할 말이 있기에.....
혹시 다른 순서에 밀려서 네가 설교를 빨리 빨리 짜투리 시간에 끝내버려야만 하는 상황이지만,
네게 주어진 시간이 단 1분뿐이라면 그 1분동안 최선을 다해 복음을 전하지 않을테냐
혹시 그 시간이 단 5분이거나 10분뿐이라면 그 5분동안 있는 힘을 다해 복음을 전하지 않을테냐
내키지 않은 마음으로 전한 요나의 회개의 외침으로도 
한 도시의 시민들이 구원함을 받았다
자! 너는 어떻게 하려느냐?"

그랬지
그게 맞았다
그 배경이야 어찌되었든 내게 말씀 전할 기회가 왔다면
그건 하나님께서 나를 통해 하실 말씀이 있기에 나를 그 곳에 보내신 것이고,
나는 그 곳에서 내게 주어진 시간이 단 1분뿐일지라도, 최선을 다해 하나님의 말씀을 토해낼 것이다
그것이 내가 주님의 군사로, 종으로 부름받은 이유 가운데 하나이니까...
나는 나로 하여금 실망하게 만들고, 감정이 상하게 만드는 모든 마음의 소리들로부터 귀를 닫았다
누군가를 향해 비난하고 싶지 않니... 하는 소리에서부터 돌아섰다
그리고 하나님이 나를 부르시는 소리를 향해 귀를 기울였다
끊어낼 것은 끊고
닫아버려야 할 것은 닫아버리고
정말 보아야 할 것, 들어야 할 것에 귀를 기울이고 나니
그제야, 금요일 새벽에 준비해간 말씀을
순서지에 이미 나와 있는 본문과 주제에 맞춰 어떻게 수정해 나가야 할 지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산 꼭대기에서 내려올 때는 이 곳, 저 곳에 간다는 낯선 분들을 또 가득 싣고서
또 다시 쿵쾅거리며 차 바닥을 찍고 긁혀가며 안전벨트를 매라고 소리쳐가며 내려왔지만
정말, 어제 하루를 통해 배운 바가 있다
들어야 할 소리에 귀를 기울이자
보아야 할 것을 보자
나를 낙심하게 만들고, 이간질시키는 소리가 아닌
하나님이 주시는 소리, 하나님이 주시는 마음에 귀를 기울일때 거기 구원이 기다리고 있음을!
  

< 께뻬에서 내려와 또라자 시내에서 빨로뽀로 내려오는 길목 한 곳에 사람들이 모여있길래 봤더니.... 차가 낭떠러지로 10여미터 아래로 떨어져 있었다. 원래 빨로뽀 - 또라자 간 구간이 안개도 많고 비도 내리는 곳이지만, 유득 이 날, 안개가 많이 끼긴 했었다. 아무튼, 대략난감이다, 저거 어떻게 빼 올리누.... >

< 붉은색 점선 안으로 보이는 연한 파랑색이 바로 피해차량이다. 위에서는 모여있는 군중들이 차 들어 올리겠다고 나무를 자르고 난리중..... 나도 처음엔 구경꾼들 보고선, 구경이나 하려고 모인 이들이라는 생각에 좋지 않은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정말로 이런 사람들이 없다면 어제 나도 산 중턱 한 가운데에서 차를 버려두고 맨몸으로 빨로뽀로 다시 돌아와야만 했다보니, 군중에 대한 내 선입견도 조금씩 바뀌어간다 >

'사역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2년 9월 이야기  (0) 2012.10.05
2012년 6월 이야기  (0) 2012.07.06
세계기도성회 참석  (0) 2012.05.22
어느 중학교에서 도착한 부활절 사랑  (0) 2012.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