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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생각하기

Mr. Worry

by 主同在我 2011. 10. 31.
동진이 읽어주는 책 가운데 미스터 워리라는 책이 있다
주인공은 당연히 워리다
워리는 집에 있어도, 나가도, 비가 와도, 멈춰도 걱정한다
한 마디로 히스테릭할만큼 평소에 걱정을 많이하는 캐릭터로 그려지고 있다
그래서 이름도 Mr.Worry 이다

그런데 그거 아나 모르겠네
나 역시도 Mr.Worry 뺨 치는 사람이라는걸 ㅋㅋ
좋은 일이 벌어졌음에도 불구하고 혹시나 하는 마음이 먼저 들고
그 좋은 일 이후에 벌어질지 모르는 후폭풍에 대해 생각하는 바람에
또 다시 염려하고 있는 그런 류의 사람 말이다
3자의 입장에서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참 불쌍한 인생의 형태이다

얼마전에 보고르 집회에 참석했었다
집회가 시작하고 안내책자를 받아보니..... 허걱......
이번 한 번만 참석해서 끝나는게 아니라 11월에도 그리고 12월에도 또 참석해야 한다니....

집회는 이미 시작했다
그리고 찬양이 한창이고
앞의 찬양인도자를 비롯해서 앞뒤좌우의 참석자들은 눈을 감고서 찬양에 잠기고 있었다
그런데 그 때 나는 어땠을까 그림이 그려지는가?
입술로는 앞뒤좌우의 동료들처럼 찬양은 따라 부르고 있었지만
그 순간 머리 속으로는 계산기를 앞에 두고 연신 탁탁거리며 두드려대고 있었다
'이번에 참석하는데 교통비며 회비에 부대비용까지 작게 잡아도 천만루피아가 넘게 들었는데
이걸 11월과 12월에도 또 해야 한다고????'
머리 속에서는  난리가 났다
초고속 컴퓨터 프로세서를 가동해서 CPU도 램도 초과상태가 될만큼 바삐 굴러갔다
'그나마 이번 10월 건은 유목사님네 통해서 하나님이 보내주셔서리 해결했지만,
11월 경비는 또 무슨 수로 마련하나......'

한 곡이 다 끝날때까지 그렇게 나의 컴퓨터는 쉴 줄 모르고 굴러가고 있었다
그런데..... 찬양이 다 끝나가기 위해 후렴을 반복할 즈음
한편 이런 생각이 들어왔다
'또 걱정이냐? 
천만루피아도 넘게 써서 지금 온 거라며?
한달 생활비를 몽땅 쑤셔넣고 지금 너 와 있는 거라며.....?
그런데, 다음달 경비 걱정하느라고 지금 이 시간을 다 보낼거냐......?
다음달에 경비가 없으면 못 오면 되는거지,
그건 다음 일인데 다음에 걱정하게 될 일을 왜 굳이 땡겨와서 지금 걱정하느라
지금 받고 누려야 하는 은혜마저도 놓쳐버리고 있니??'

정신이 퍼뜩 차려졌다
그 엄청난 돈을 들이고 와 놓고서도 
정작 은혜받겠다고 온 이 자리를 내일 일 때문에 놓치고 있는 나를 본 것이다

생각해보니
지금껏 지나온 내 인생의 패턴이 그랬다
언제 어느때, 그 한순간에 일어나는 일을 있는 그대로 누려본 적이 별로 없었던 듯하다
늘상 다른 일로 혹은 그 다음에 벌어질지도 모르는 일로 
현재의 그 순간을 제대로 누리지를 못했었지
그런데 그런 삶을 또 반복하고 연장하려고 하고 있는 내가 싫어진것이다

이제 나는 그렇게 살기 싫었다
그렇게 안 살란다
지금껏 얼마나 많은 좋은 것들을 놓치며 살아왔나
바로, 다른 걱정거리들을 땡겨오는 것 때문에
내가 누릴수 있는 좋은 것들이 솔솔 있는데도 불구하고
기분 하나 나쁘다는 것 때문에
인상 하나 안 좋다는 이유 때문에
내 예상하고 조금 않 맞았다는 이유 때문에
난 그동안 제대로 웃어보지도 만족해보지도 '좋다!' 하고 외쳐보지도 못한채 살아온거다
언제까지 그렇게 살건가

이제는 그러기 싫다
내게 있는 게 얼마가 되었든
그게 좋은 것이면 그것을 누리고 싶다
웃고도 싶고, 행복을 느껴보고도 싶고, 가슴 깊이 여유있게 감사하고도 싶다
동동거리던 삶을 내 인생에서 포기하자
그리고 내 손에 쥐어진 것을 보고 웃고 행복해하자
나는 지금껏 너무나 다른 곳만을 보고 달려왔잖아
내 손에 뭐가 있지
오늘 내게 이미 베풀어져 있는 것들
그것들과 함께 누리고 웃으며 마음 편히 쉬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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