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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생각하기

누군가 날 비난할때

by 主同在我 2016. 7. 13.
나는 크리스챤이다

나름대로는 진짜배기가 되보려고 애를 쓰고 있는 사람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래서 남에게 비난받을 짓을 하지 않고 있고, 또한 비난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애를 쓴다
특별히, 크리스챤으로서, 또한 목사로서
말과 행동을 일치시키기 위해 애를 쓰는 것이 사실이다

혹여, 교회에서 진리 혹은 비진리의 문제로 제직들과 부딪히게 되었을 때에라도
비난받지 않기 위해 애를 쓰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 탓인지, 
교회에서 혹시라도 제직들의 입술을 통해 날 비난하는 말이 들리는 때면
마치, 빌라도의 손 씻음마냥 난 그 사건과는 이미 상관이 없는 사람으로 반응해왔다
왜? 
내 입장에서는 그것이 진실이니까, 한 치의 악한 마음, 비뚤어진 마음을 가지고서 제직들과 부딪힌게 아니니
나로서는 하나님 앞에서도, 사람 앞에서도 떳떳했다

그런데.....

하루는 그 비난의 화살이 나를 가장 잘 아는 이로부터 발사되었다
"당신도 당신이 하는 말을 좀 순종하라!"
아이들과 가족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하는 아내의 볼멘 소리였다

이십여년 전 겪었던 어느 선교사님의 가족 내에서 발생했던 가장의 위선적인 모습으로 인해
깊은 상처를 가지고 있었던 아내에게서 나온 소리이기에 더더욱 내 마음은 춤을 취 버렸다
내가 과연 그 사람과 같다고?
정말 내가 그 사람처럼 가족을 죽여가면서 겉으로는 만연한 웃음과 사랑의 표정으로 속이고 있었던가?
만인에게는 사랑으로 행하면서 정작 자기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는 인색하고 잔인하게 굴었던가?
결국, 내가 위선자라는 말인가?

순간, 나의 감정 통제선은 무너지고 말았다
지금껏 절제되고 훈련되어 있던 조용조용하던 말씨와 태도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하이에나와 같은 야비한 음성으로 죽을듯이 반격을 시작한다
물론, 자기를 변호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상대를 흠씬 비난하는 것이다

그런데 한가지 문제가 있었다

아무리 비난을 퍼부어보고, 소리를 질러보고, 제스쳐를 해봐도
그리고 함께 하기로 했던 모든 공적인 계획들마저 분노로 인해 취소하기로 선언하고 액션을 취해도
내 마음에 개운치 않은 한 가지가 있으니

위선자.....

아, 정말 내가 위선자인가
사실 따지고 보면, 아내의 말이 틀리지 않다
식구 이외의 사람들에게는 하나님의 사람들 대하듯 하면서도
유난히 가족들에게는 인색하고 화를 냈던 나로서는 입이 열개라도 유구무언이다
누구보다도 가족이 가장 먼저 희생해야 한다고 생각해왔고, 
또한 그것이 진리를 따라가는 자로서 당연한 자세라 생각해왔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위선자......

나와 함께 가장 가까이에 숨 쉬고 있는 이의 눈에는 
나의 행동과 결정들이 그렇게 보였다는 것이니
나로서는 모든 크고 작은 사역에 설 힘을 잃어버렸다

참으로, 
나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이의 비난과 힐책은 
어떤 때는 약이 되는 경우가 있으나
지독히 무서운 칼이 되어 나 자신을 죽이기도 한다
다른 이도 아닌
나를 가장 가까이에서 보아온 이의 시각이 그렇다면.....

사실, 처음에는 그 비난의 내용에 놀란 충격으로 사역을 접고 싶은 마음이 들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위선자라는 나의 본질적인 약점이 나를 약화시키고 있었다
그것이 인정하기 싫었던 것이다
그동안 그리도 몸부림치며 위선자가 되지 않으려 애를 썼던 나의 모든 노력과 의로움이 한 순간에.....
십수년의 노력들이 너무나 허무하게도 불 타서 재만 남아 버렸다
밥 맛도 없고, 살 이유도 잃어버리고, 사역은 쳐다보기도 싫어지고
또한, 무섭도록 나를 잘 알고 있는 가족들과 함께 있다는 자체를 벗어버리고 싶고.....

내가 그토록 분노하고, 감정적으로 반응했던 것은
어쩌면 내가 내 안에 보이는 위선적인 모습을 잘 감춰오고 있었기 때문인지 모른다
나도 아는 내 최대의 약점,
그것을 들켰을 때의 수치스러움.....
우리의 의로움이 더러운 옷과 같다고 하셨던가
이제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의로움이 클수록 충격도 크다
애를 쓴 만큼, 그 시간이 길수록, 충격과 상흔도 깊게 우리를 흔들어댄다
하지만, 민낯이 세상에 까발려 졌으니
이젠 정말로 주님의 긍휼하심을 바라볼수 밖에 없게 되었지 않나

며칠 지켜보던 아내가 하는 말이다
"의의 흉배를 덧입으라"
그리스도의 의!
나의 민낯을 인정하고, 오늘도 겸손히 내 할일을 한다
그리고, 연약함을 가지고서 오늘 가족으로부터 시작해본다
주님을 믿는 소자 하나에게 행한 것이 곧 주님께 행하는 것이라 하시니....

충격과 공포!
그것이 민낯의 첫번째 얼굴이요
포기와 미래상실이 그 두번째 얼굴이요
그리고
편안함과 자유함이 
긍휼하심의 의를 의지하는 이가 맞게 될 민낯의 세번째 얼굴이다

그래서 오늘도 주님의 긍휼하심을 구한다
그것이 없이는 설 수 없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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