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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생각하기

말(馬)을 생각하다

by 主同在我 2010. 8. 19.
<인도네시아 자와 섬에 있는 족자에 가면, 안동(andong)이라 불리는 마차를 만날 수 있다. 물론, 관광객에겐 조금 비싸게 받는게 당연하겠지요^^. 사진은 인니 사이트 중에서 '펌'>


문득 말을 생각해본다
자기 힘으로 어디든 힘차게 박차고 나갈 수 있는 말이
어쩌다 눈에 가리개가 씌워졌을꼬

그 솟는듯한 힘이 얼마나 부러웠든지
한 마리 말의 힘이 모든 엔진종류의 힘을 규정하는 표준이 되었는데
어쩌다 그 눈에 가리개가 씌워졌을꼬

어디든 마음만 먹으면
산이든, 들판이든, 계곡이든 거침없이 뛰쳐가는 그 녀석이
어쩌다 눈에 가리개가 씌워졌을꼬

창이 무섭고, 총이 무섭고
차가 무섭고, 마주오는 적이 무서워 갈길을 제대로 가지 않으려하니
그래서 가리개를 씌웠지

옆에서 알짱거리는 녀석들 의식하지 말라고
무섭게 달려드는 녀석들에 쫄지 말라고
그래서 가리개를 씌웠지

오직 한 길을 걸어야만 한다면
그래서 주춤거림 없이 한없이 최대한 달려가야만 한다면
기꺼이 귀마개까지도 씌우지

그게 말(馬)이다

그럼, 사람은 뭐꼬
무섭게 달려드는 녀석이 있다해도 쫄림 없이 나갈 길을 나가는 것이 사람이다
알짱거리는 녀석 있어도 털어버리고 제 갈 길을 묵묵히 가는 것이 사람이다
그래서 사람은 눈 가리개도, 귀 가리개도 필요하지 않다

비록, 계곡이든 산이든 비탈이든
말마냥 힘차게 통통 차오르지는 못한다 해도
눈가리개, 귀가리개 없이도
자기 가야 할 길을 묵묵히 내 딛을 수 있기에 사람이다

하지만

난 지금 눈 가리개가 필요하다
귀 가리개가 필요하다
보여지는 환경과 사건들이
새로운 길로 나아가는 내 갈 길을 멈추게 하고
주춤거리게 한다면

아니, 내 인생 전반의 길들여지고 익숙해진 성품이
나를 그리 만들고
동행을 그리 전염시킨다면
기꺼이 눈가리개를 쓰리라
기꺼이 말이 되리라

위협하는 소리와
머리 속을 가득 메운 일어나지 않은 미래의 사건들과 염려가
이 걸음을 계속 주춤거리게 하는 한
이 귀를 계속 기웃거리게 하는 한
기꺼이 눈 가리개를 쓰리라
기꺼이 한 마리 말이 되리라

사람이지만 사람의 성품과 사람의 자질을 갖추지 못했으니
한 마리 말이 되어서라도
이 한 걸음을 내 딛으리
가자.... 하시는 곳으로 한 걸음 내 딛으리
한 마리 말이 되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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