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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생각하기

덤으로 사는 인생

by 主同在我 2012. 1. 23.

< 공기총..... 시골에서 사용했었던 공기총은 위 사진에서 망원경만 뺀 모습이다.....사진출처: indonetwork.co.id >

덤으로 사는 인생....
이 말을 언제부터 사용했었을까
아마도 학부 다니던 때였던 것 같다
지방 내려가다가 모두 다 죽을뻔한 경험을 한 다섯 명의 친구들이
그 사건 이후로 했던 말이다

많은 분들이 덤으로 사는 인생을 말하곤 한다
따지고 보면, 나 역시 덤으로 살고 있다
여느 사람들처럼, 그만큼 죽을뻔한 고비를 아슬아슬하게 넘겼다는 이야기

1. 학령기 이전에는 집에서 죽을 뻔 한 적이 있다

엄마가 뜨거운 물을 팔팔 끓이고선 막 식히려고 부엌마루에 놔 두었던 주전자.....
그리고 그 옆에서 얼쩡거리고 있던 나.....
그리고 그 뒤에 있는듯 없는듯 서 있던 내 동생.....
기억이 정확히 나지는 않지만
결국, 동생이 나를 밀어뜨려 나는 막 끓은 주전자를 안고서 마루에 넘어졌단다
내 기억에는 내가 넘어졌던 장면, 
그리고 다음 날 미이라처럼 눈만 빼고는 온 몸에 붕대를 칭칭 감고 있었던 장면이 떠 오른다
전신화상이었지만 용케 살아났으니 이 역시 은혜다

2. 오토바이 사고

방위를 마치고 학교에 바로 복학하려다가
여러 이유로 1년을 더 휴학했다
먼저, 군대(?)까지 다녀와서 학비 달라고 손을 벌리면 않될것 같아
등록금을 벌 요량으로 1년동안 일해보기로 했고
두번째, 친구들은 다 현역 다녀오느라 1년 후에 복학하는데
나 혼자만 방위 다녀와서리 지금 복학하면 많이 창피해질것 같아 1년 더 휴학하기로 결정했다 ㅡㅡ;

아무튼, 휴학하는동안
하나님의 은혜로 한일자동펌프 대리점에서 일할수 있게 되었는데
거기에서 기술을 배워 펌프수리 및 판매를 하게 되었지
그런데 월급도 받고, 어느 정도 펌프 및 가전제품 수리도 경지에 오른것 같아
복학을 포기하고자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그러던 차..... 비가 부슬부슬 오던 날 오토바이를 타고 출장나가던 날
좌회전하는 8톤 화물트럭과..... 후후.....
감사하게 양팔의 찰과상들과 아킬레스 건 살짝 다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고
아킬레스 건 치료가 다 끝나갈 즈음,
다시 한번 좌회전하는데 직진하던 1톤 트럭과..... 호호호.....
두 번의 오토바이 사고 가운데에서도 중상은 입지 않았으니 이는 또 무슨 의미일꼬.....

3. 자동차 사고

두 번의 오토바이 사고를 경험하게 된 현장에서
다시 복학하라는 하나님의 부르심이 있다 생각하고 복학했다
그리고, 비가 억수같이 오던 어느 날,
친구가 처제에게서 빌려왔다는 프라이드를 타게 되었다
동향 사람들끼리 총 5명을 태운 프라이드는 신나게 순천을 향해 고속도로로 접어 들었다
당시, 김건모씨의 노래로 기억되는데
아무튼 그 노래를 크게 틀어 놓고서 운전을 하던 대영이도
그 옆에 탔던 창환이도
그리고 뒷 좌석 내 왼쪽 옆에 풍기 형인가??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군...)
그리고 내 오른쪽에 정관이.... 그렇게 5명은 신나게 비가 막 그친 고속도로 안에서 음악을 즐기며 가고 있었다
그런데.....
완만한 커브길을 접어들던 대영이가 브레이크를 살짝 밟던 그 순간,
우리의 프라이드가 놀이동산 기구가 되어 버렸다

수막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고속도로 한 가운데에서 (당시 호남고속도로는 중앙분리대가 없었다)
빙글빙글 돌던 프라이드....
어느 누구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하던 그 짧은 사이
정신을 차려보니 차는 반대편 차선 옆 논두렁에 처박힌채 멈춰 있었고
다섯 명은 모두 피 한 방울 나지 않고 무사했다
감사하게 반대편과 뒤쪽에서는 차 한 대도 없었던 것이다
마침, 길을 지나던 미화원 아저씨들의 도움으로 차를 도로로 끄집어내었지만
우리 집에 도착한 다섯 명은 당시 제정신은 아니었지 ㅡㅡ;
아무튼, 그 때도 살아났다

4. 공기총 오발 사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가 죽었어야 했던 사건....
1997년 인도네시아로 견습 나갔다가 언어마치고서
98년도에 서부 깔리만딴으로 투입되었다
자카르타에서 배를 타고 깔리만딴 뽄띠아낙에 도착했다가
거기에서 다시 4시간 버스타고 응아방으로
응아방에서 13시간 쪽배를 타고 스방아르 마을로 투입!
그 마을에서는 신학생과 함께 6주를 살았었는데
얼마나 지루하고 심심하던지.....

하루 일과가 신학생과 내가 먹을 밥 하고 반찬하고 설거지하고 목욕하고....
이게 전부이다 보니 답답하기도 했지
그러던 중, 공기총이 하나 생겼다
신학생 역시 심심해서리 마을 성도에게서 빌려다 놓은 것이다
신학생도 나가고 없는데다 나는 방위까지 졸업했겠다....
갑자기 사격연습이 하고 싶어져 근질근질했고
결국, 나는 공기총에 펌프질을 하기 시작했다
첫번째 사격..... 사택 저 멀리 건너편에 있던 고무나무의 과녁에 명중....
나무는 하얀 피를 흘렸다

만족스러운 나는 이번엔 다른 타켓을 향해 발사하기 위해 다시 펌프질을 해댔다
이번엔 더 멀리 있는 과녁이었기 때문에 펌프질을 더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에
나는 아예 공기총을 바닥에 세워놓은채로 펌프질을 했는데....
갑자기 "팡...."
깜짝 놀라 정신을 차리고 보니, 사택 함석지붕에 빵구가 생겼다
넣어두었던 총알이 펌프의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발사되 버린거다
순간..... 목덜미 뒤의 솜털들이 일어섰고, 나는 할말을 잃었다....
총구의 위치는 내 턱 바로 앞이었기 때문이다
펌프질해대던 총구의 각도가 1도만 더 내 쪽으로 기울었었더라면
나는 지금 이 글을 쓰고 있지도 못하겠지

공기총은 펌프질을 한 다음에 총알을 넣어야 한다는걸 몸으로 배운 셈이다

지금 생각해도 그 때 나는 이미 죽었다
지금껏 세 번의 고비는 어찌 어찌 우연으로 넘겼다 해도 
네 번째의 그것은 넘길것이 아닌데 정말 우연스레 넘어갔다
덤으로 살아가게 한거다
98년 2월 어느 날인가.... 이후로, 나는 덤으로 살고 있다
교회 사역도, 신대원도, 대학원도, 그리고 여기 인도네시아에서의 삶 까지도
네 차례나 덤으로 살면서 이렇게 살아서는 않되지
정신 차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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