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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생각하기

그대, 한 달란트 받은 자여

by 主同在我 2012. 12. 26.

한 민족은 언제서부터인지 모르지만
동방예의지국이라는 딱지표 아래 자기를 죽이고 낮추고 숨기는데 익숙한 민족인것만 같다
그도 그럴것이
단군신화에서마저도 홍익인간을 표방하여 한민족의 이타성을 드러내고 있는 바
각각의 종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이러한 한 민족의 기본심성이 하늘을 쫒아 살아가는 이의 심성과 꼭 닮아 있다고 입을 모으기를 쉬지 않는다

그런데....
과연 그것이 꼭 좋기만 하는 것인가
물론,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기 위해 자신을 낮추고 숨기고
남을 높이고 배려하는 것이 선이요 덕으로 비추어지는 것이 사실이기는 하지만
그러다보니 언제인가에서부터는
이 한 민족이 남을 배려하다 못해 남의 눈치를 살피느라
제 식구 굶어가는 것도, 제 허리 부러지는 것도 뒷전으로 미뤄두고 그것을 겸양이라 사랑이라 칭하고 있으니
그건 어딘가 좀 이상하지 않는가

성경에는 한 달란트 받은 자의 이야기가 나온다
주인이 다른 나라로 오랜 길을 떠나면서 부리는 사람들에게 각각 5 달란트, 2 달란트, 1 달란트를 맡겼다고 하지
능력에 따라 맡겼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달란트 자체는 지금으로 환산해도 엄청난 금액이라니....
5 달란트와 2 달란트를 부여받은 이들은 그것을 밑천으로 열심히 돈을 벌어 그만큼을 되려 남기게 되었지만
1 달란트 받은 자의 입장은 조금 달랐다고 하지

지금껏 성경을 읽으면서 이 이야기를 대할 때면
그 사람의 과가 '나는 왜 1 달란트 뿐인가' 하는 불평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요즘 들어 새롭게 그의 형편이 들어오는 것은
바로 겸양이지, 그것도 지나친 겸양, 지나친 배려, 지나친 자기 비하....
다른 이를 지나치게 배려하다보니 투자를 못했다.....
논리가 않 맞는 말 같지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이렇게 하자니, 저 사람이 걸리고
저렇게 하자니, 또 이 사람의 기분을 상하게 할 것 같고
이렇게 해 보자니 이런 법규에 걸릴 것 같고
저렇게 해 보자니 괜히 긁어 부스럼내고 말썽만 날 것 같고

처한 상황을 깊이 생각하면 할수록
자기를 옭죄는 그물망은 더 촘촘해질 뿐 가벼워지지 않을텐데도
실제로 일어나지도 않은 일들을 가지고서 염려하고 두려워하며
관련인물들에 대한 배려라는 이름 하에 움직임을 자제하다보니
결국은
자신이 행해야 할 최소한의 권리와 의무마저도 뒤로 접어두고 말아버리는군

바로 내 상황이다
교회를 보고 있자니 참 답답하고
한 소리를 하자니, 담임 전도사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 같고
이렇게 하면 어떤가 하고 말을 꺼냈다가 심드렁한 표정 하나에 내가 너무 강압하고 간섭하는 것은 아닌가 싶고...
학교도 다르지 않다
교장이 엄연히 있는데 내가 이렇게 나서도 되는 것인가
월권이 아닌가, 교장이 혹 이사장이 혹 다른 이가 상처받고 시험에 들지는 않을까 싶어
정작 생명이 살아나야 하는 아이들은 뒷전이 되기 일쑤....
'내가 교장이 아니니까....'
'내가 이 교회 담임목사도 아닌데 뭐.....'
'노회장이 가만 있는데 내가 나서면 어떡해, 내가 뭐라고.....'

결국, 교인들과 학생들, 노회 내의 사역자들
빛을 얻고 생명력을 회복해야 할 이들을 빤히 보면서도 손을 움츠리고 만다
어깨를 움츠리고, 날개를 움츠리고
그저 이리 저리 왔다갔다 할 뿐이다
혹시나 말썽이 생길까봐
혹시나 리더십들이 상처 받을까봐
혹시나 리더십들과 그래서 관계가 깨져 버릴까봐

한편으로는 지혜로운 것 같으나
성경은 악하고 게으른 자라고 하는군......
이 곳이 막혔으면 저 곳에서
이 일이 말썽이 될 것 같으면 저런 모양의 일로라도 할 수 있음에도
아예 뭔가를 할 의지 자체를 소멸해 버린채
최소한의 해야 할 일 조차 하지 않으려 애써 외면해버리니
그 속이야 말할 수 없는 고충이 있다손 치더라도
결국 되돌아오는 소리는 '악하고 게으른 자'

죽어가는 영혼들을 보고서 애타하는 마음이 있었다면
저들이 내 새끼들이지 하는 부모의 마음이 있었다면
그래도 그랬었을꼬
그랬어도 손을 놓고 다른 사람 눈치나 보면서 배려한답시고
그렇게 파리해져 가는 자식놈들을 보고만 있었을꼬
그래서 게으른거다
그래서 악한거고

1 달란트 받은 자의 정신, 마음자세를 가진 이여
정신 차리라
다른 이를 배려하는 것도 좋으나
네가 해야 할 일 조차 새까맣게 잊어버리고 나면 네 영혼마저 오히려 파리해져 가는 것을.....
오늘 네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라
죽어가는 그 영혼을 바라보고, 네가 할 수 있는 일을 행하라
오른편이 막혀 있다면 왼편에서 그 일을 행하고
위편이 가로막혀 있다면 땅굴을 파고서라도 그 일을 행하라
그것이 달란트 맡기운 자의 마땅한 자세이니......
마음을 강하게 하고
스스로 담대히 하라
너의 주인이 명한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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