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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생각하기

나, 어떡해....

by 主同在我 2013. 2. 6.
뜨거운 컵라면 국물을 뒤집어 쓰고 나서 동진이가 한 말이다
"엄마, 나 어떡해
이제 나 어떡해....."
찬물을 받아 둔 통에서 꺼내 눕혀놓고 아무리 진정을 시키려해도
동진이는 막무가내였다
어떡해.... 나 어떡해.....

아마, 동진이 가슴이며 배때기며 사타구니며 엉덩이며
여기저기 부풀어 오르거나 터져버린 수포들을 보면서
동재엄마가 '어떡하지...' 했던 그 한 마디가
동진이의 뇌리에 그대로 꽂혀버린 것만 같았다

어떡하지....

그 기분나쁜 소리(?) 를 잠재우려
난 소리를 높여가며 윽박지르기 시작했다
가만이 있어봐, 그래야 치료를 하지!!
그 때, 동재엄마가 외친 한 마디

"그래, 넌 아무것도 못해!!
그러니 엄마, 아빠가 해 줄거야
넌 가만이만 있으면 되!! "

자기도 어쩌다가 그 말을 하게 되었는지 모른단다
하지만,
나중에 동재엄마가 깨달은 것은
똑같은 말이 우리의 입에서도 되풀이되고 있다는 것
일마다 때마다
당황스럽고 낙심되는 일을 맞닥뜨릴 때마다
우리의 입술에서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나오는 말
어떡하지....

인정할 건 빨리 인정하는게 낫지
그래, 우린 어떡할 순 없다
아무런 방법도 능력도 없다
어떡하지??? 나 어떡하지??? 라는 말 자체가
어찌보면 모든 일의 주체가 나요
모든 일에 책임이 나요
대책도 내가 져야 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말이기에
나 어떡하지?? 하는 순간
그 책임도 내 것으로 져야 하는 거다

그래!! 넌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지금 너가 할 수 있는 건 엄마 아빠가 치료할 수 있도록
움직이지 말고 가만이 좀 누워 있어봐

그게 우리 부부만의 생각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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