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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역 이야기

주님의 밭에서 일한다는 것

by 主同在我 2018. 2. 13.

< 사진출처 http://blog.naver.com/kibies/220071280040 >


오랜만에 컴퓨터 앞에 앉아 있으려니 무슨 말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오래동안 묻어 두었던 이야기를 하려 한다

첫번재 텀을 끝내고 두번째 텀을 시작하려는 시점....

친구와 통화를 하던중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

우리 나이가 이제는 자기 가게 차려야 할 때라고, 언제까지 남의 가게에서 일하겠냐고....

하긴, 나이가 나이인만큼

동기들도 담임목사 자리 찾아서 나가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게 보인다고나 할까

자기 가게라.....

친구의 의도는 정상적으로 접수되었다

평생을 남의 밑에 있지 말고, 주도적으로 내가 원하는 사역을 하라는 

좋은 충고였다

전화를 끊고 난 오후 내내 나는 되묻고 또 되물었다

그래야만 하는건가.....

사실, 오랜 친구의 조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총회 파송 선교사 훈련을 받으면서 이미 한번 겪었던 일이지

저마다 장기적인 선교 프로젝트 및 계획을 발표하던 날,

우리 부부는 고민에 빠졌다

아무리 생각해도 다른 멋진 계획이 없을뿐 아니라, 발표가 5분 안에 끝날 판이었기 때문이다

첫번째 텀 선임 선교사님과 협력 사역

안식년 후 두번째 텀, 선임 선교사님과 협력 사역 유지....

아침에 아내가 입을 열었다

꿈 이야기였다

넓다란 밭인지 논인지.... 

거기에서 각자가 구획을 나눠 열심히 곡식을 추수하고 있더란다

그 중, 한 곳은 추수할 것은 너무 많은데 일하는 이는 한 사람뿐인지라

주인이 옆에 있던 일꾼에게 가서 도우라 시켰다지

그런데, 아뿔싸.....

주인의 명령을 받고 새로 도착한 일꾼에게 어떤 일이 일어난지 아는가?

아까부터 일하고 있던 그 일꾼이 갑자기 낫을 들어 새로 들어온 일꾼을 향해 휘두르더란다

저리 가라고, 여긴 내 땅이라고..... 내 구역이라고.....

서로 낫으로 이마를 찍는데 피가 나고 난리가 아니더라지!

일꾼이 자신에게 맡겨진 일에 충성하는 것은 좋은 자세이나

주인의 마음과 관점을 갖지 못한채 열심히 충성하기만 하면

오히려, 주인의 마음과는 정 반대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일에 열심을 낼수도 있다는 것이다

나중에 보냄을 받은 일꾼도,

아까부터 땀 흘리며 열심히 추수하던 일꾼도,

주인의 마음을 마치 친 아들마냥 알아먹었더라면

힘을 합쳐 훨씬 더 빨리 일을 마치고 다른 곳을 또 수확할수 있었으리라


사실, 나는 선교에 대해 별 위대한 포부를 따로 가진 것은 아니었다

98년에 견습선교를 마치고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나는 못 오지만, 누군가는 여기 와야 할텐데.... 와서 이들과 친구가 되어줄 사람이 필요한데.....

결국 동기들을 부축여보았지만 다들 박사 하러 외국 나가는 것은 해도

선교하러 가겠다는 이는 만나지 못해

결국은 나와 있는데

그러다보니 이렇다 할 멋진 플랜을 가진것이 없다

그저 내가 아는 것이라곤

부르신 곳에서, 내게 맡겨진 일을 하는 것 뿐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나나 아내에게 있어서도 이 사역이 내 것이냐, 남의 것이냐는 사실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내 것도, 그 사람 것도 아니라, 그것은 주인의 텃밭이요, 주인의 일이지

내가 내 것이라 주장할 이유 자체가 없었다

그래서 첫 텀을 협력 사역으로 들어간 것이었고

두번째 텀 역시 또 다른 부르심을 따라 협력 사역으로 합류하는 것에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

그 즈음,

스승님의 제자 가운데 한 분이 

하나님께 드리고 싶다며 인도네시아에 있던 자기 소유의 아파트 한 채를 헌납하셨는데

스승님이 그것을 인도네시아에 있던 우리에게 사용하라 넘기셨지

참, 고민이 많이 되었다

그 때 당시 우리의 형편은 그 돈을 당장 사용할 수 없는 상태였다

시골에서 신학교 사역을 하고 있긴 했지만, 

마침 그 때 신학교에서 고질적이던 재정 횡령 사건이 정황을 드러내는 바람에

우리는 이 귀한 헌금을 거기 맡길수가 없었던 것이다

쓸수도 없는 우리에게 왜 이런 후원금이 들어왔을까를 고민하던차에

A 나라에서 사역하시던 B 선교사님의 소식을 듣게 되었다

파송된지 3년이 넘어가는데 5식구가 아직도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이동하며 사역한다는 소식이었다

우리나라야 대중교통이 잘 되어 있어 어디를 가든 많은 고생을 하지는 않는다

냉난방 다 되어 있지, 교통 거점들마다 버스, 택시, 지하철, 마을버스 할것없이 다 잘 연결되어 있지....

그런데, 그 나라는 사정이 달랐다

이 곳도 크게 다르지 않지만, 대중교통을 타려해도 갈아타는 것도 여의치 않고

안전상의 문제 역시 무시할수 없는 문제였다

기도 가운데 우리 부부는 보내진 헌금의 약 절반에 해당하는 금액을 차량헌금으로 보내 드렸고,

그로부터 약 1년 후에

나머지 가지고 있던 헌금의 사용처를 만나게 되어

인도네시아의 C 섬에서 사역하고 계신 D 선교사님께 보내 드렸다

액수는 그 분들이 부지 구입을 위해 구하고 있었던 딱 그만큼의 금액이었단다


그래서, 내 손에 지금 얼마나 남았냐고?

없지

누가 그러더라

바보라고......

자기 밥그릇도 못 찾아먹은 바보라고.....

그럴지도 모르지

그래!

한편으로는 아파트 그거 가만이 놔두면

나중에 우리가 사역지를 옮겨 그 쪽 부근으로 가게 되면.....

( 지금은 그 동네에 와서 월세 얻어 거주하며 사역중이지만 ^^ )

집세 안 들이고 거기 살면서 자유롭게 사역하게 되니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근데......

문제는

지금 내게는 필요 이상의 돈이 쥐어져 있고

저 쪽은 이 돈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점이었지!

돈은 물론 내 통장에 들어있는 것이 분명하지만

정작 이 돈은 하나님 아버지의 것이다

나도 아버지를 모시고, 저 사람 역시 같은 아버지를 주인으로 모시고 있는판에

내 것이라 주장하며 꽉 움켜쥐고 있기가 민망하고 부끄러워

은행으로 달려간것 뿐이다

내가 의롭고 선하다고??

이사야서의 말대로 우리의 의는 더러운 옷에 불과할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는 것을 난 요즘 더 배우고 있다

우리 부부가 잘 나고 정직해서 그런것이 아니다

나도 맛난것 있으면 먹고 싶고, 또 사 먹는다

선교하라 보내준 생활비로 이렇게 맛난 것 사먹어도 되나 고민하던 때는 벌써 옛날이다

내가 정신상태가 건강하고 만족해야 남도 눈에 들어오지..... 

전혀 선해서가 아니다

배포가 커서도 아니고 (난 사실 밴댕이 속알딱지같다)

그 돈이 그 때 당시 거기 필요했기에, 그 쪽으로 보내드린것 뿐이다

내게 맡겨진 것을 돌려드린 것 뿐이라는 거지


내 것을 주장하기 시작할때

그 때가 내가 내 정체성을 잃어비리는 때이다

사역도 그렇다

지금 협력사역을 하고 있지만 나는 행복하다

내 가게가 아닌데 어쩌려고 그러냐고?

물론, 내가 그 가게를 물려받게 되지는 않을거다

그런다고 해도 내 것이 되는것도 아니고, 이 땅의 사람들에게 가야 할 것들이지만.....

내가 이 분의 밑에 있는 것도 아니고

그 분이 내 위에 있는 것도 아니다

단지, 먼저 이 텃밭에 부르심을 받은 분을 도와 일을 빨리 끝내라고

우리 부부가 보내심을 받은 것 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질서가 없는 것도 아니다

나는 그 분을 도와 일을 빨리 끝내라고 보내심을 받은 이상

먼저 온 주의 종을 존중하고 그 분의 결정을 전심으로 따라가려 애쓴다

언젠가....

이 텃밭에서도 떠나 또 다른 곳으로 부르심을 따라 가야할 때가 있겠지만

지금 이 곳은 내가 있어야 할 자리이고

먼저 온 주의 종을 도와 최선을 다하는 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이라는 것 역시 알고 있어 감사하다

그러기에 오늘도 산다

내 놓을만한 특별한 것이 없으나

오늘도 감사함으로 눈을 뜨고, 내게 맡겨진 일을 수행할라치면

하나님은 내게 감당할 힘을 주시니

이것으로 만족한다

오늘 부르신다해도.......

좀 더 최선을 다하지 못해 죄송하고 부끄러울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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