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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목사 맞아?

by 主同在我 2009. 2. 2.
출국하기 전 인사드릴 겸 해서 순천에 다녀왔다
마음을 만지지 못한 상태에서 다녀와서 그런지
아니면 이 사람의 본성이 그런건지 '왜 다녀왔나....' 하는 생각이 올라오는 기차에서 나를 사로잡았다
순천엔 왜 다녀왔나......
그러려고 간게 아닌데......
 
모든 일에는 후회라는 존재가 상존하기 마련이지만
이번엔 더욱 커다랗게 그 존재가 다가왔다
정말 왜 내려갔었을까
인사 드리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멋있게 하고 올라왔었으면 좋으련만
 
내려가서 했던 일이라곤
뒹굴뒹굴..... 많은 시간을 자고, 동진이 돌보고
집 초인종 좀 교체하고, 쓰레기좀 버리고
 
정말 한 일이 없네
마치 누에고치처럼 뒹굴뒹굴하면서 먹기만 하다 올라오다니
 
예수님이었다면 십자가에 달리러 가시기 전
아니, 사역을 시작하기 전 집에 어떻게 알렸을까, 그 사실을.....
어떻게 매듭을 지었을까, 가족과의 인연을.....
 
이제 가면 언제 돌아올지 아무도 보장할 수 없는 길이건만
그 길을 이렇게 떠나왔다
의젓한 아들, 또 한 사람의 목사, 주의 종의 모습으로 지난 시간동안의 인연을 아름답게 마무리 지었다면 좋으련만
아직도 아버지의 손길과 사랑과 품이 필요한 어리광스런 둘째아들녀석의 모습만 보이고 오고 말았다
아내는 어머니 머리라도 감겨드리고 오자고 했건만
 
목사 맞나....
 
누나의 소식을 접하고서도 찾아보기를 거부한다
아파 누워있는 매형, 생업을 전폐하고 남편의 곁을 지키고 있는 누나를 위로하러 가지도 않는다
그저 마음이 동하지 않는다
아직 찾아볼 때가 안 되었다
그저 그런 핑계들만이 가슴팍 속에 차 있는 너는 누구냐? 목사 맞아?
 
스승 목사님은 그 가족과 형제들까지도 목사로 인식하게 하루를 살아도 살고 있고
스승되신 예수 역시 오죽하면 그 형제들이 후일 그의 제자가 되었을까
 
부족해도 한참을 부족하고
도에서 멀어도 한참이 멀어있다
 
나는 도대체 어디를 향해 걸어가고 있는가
아니 어디를 향해 걷고자 이토록 여러 사람을 힘들게 하면서 기를 쓰고 있는가
형습아, 너 목사 맞니?
목사면 목사다운 생각, 목사다운 반응, 목사다운 말, 목사다운 행동이 자연스럽게 베어나오도록 해보는 것이 어떠니.....
 
내 일생 최대의 지표, 내 모든 세포 조각들을 통해서라도 예수의 흔적과 아름다운 향기들이 나타나게 되기를 바라는 것이건만
오랜 지기를 만나서도
지극히 가까운 가족을 만나서도
아내에게조차
그 냄새를 피우지 못하는구나
오호라
곤고한 사람
오늘도 주의 자비가 필요합니다
 
가족과의 마무리를 어떻게 지을까
사람들과의 마무리를 어떻게 지을까
하나님과의 마무리를 어떻게 지을까
주님은 어떻게 지으셨을까.......
 
그 뒤를 따라갈 힘과 지혜를 이 밤에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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