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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사람들

관용의 나라

by 主同在我 2009. 5. 3.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보통 그러하듯, 인도네시아를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은 인도네시아가 자아내고 있는 모습으로 인해 약간 당황하게 된다. 공통적인 느낌이란, ‘2010년과 1960년이 공존하는 곳그 곳이 바로 인도네시아다.

 

2010년이라 함은 인도네시아 전역 어디에서나 편리하게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최신 핸드폰을 비롯한 첨단 기계들과 시내 중심가에 자리잡은 웅장하고 그럴듯한 건물들을 말함이요, 1960년이라 함은 이들의 생활방식을 비롯하여 웅장한 건물 뒤로 자리잡은 곧 쓰러져가는 판자집들과 다 떨어져가는 옷을 걸쳐입고서 강에서 목욕하는 이들을 접하게 되었을 때를 일컫는다.


<학교 근처 시장 모습입니다. 자전거같은 데 앉아 있는 이들이 베짝꾼들인데, 불황인 탓에 손님이 없어 하루 1만루피아 벌기도 힘든 상황입니다>


정말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다. 어떻게 이렇게 커다란 빈부 차이가 지속될 수 있을까….. 물론, IMF가 있었던 지난 1998년에는 극심한 빈부차이가 창출해낸 경제적인 고통으로 인해 서민들에 의해 부자를 향한 폭동이 일어나기도 했지만, 아무튼 지금까지도 극심한 빈부차이는 그대로 공존하고 있다.

 

여기에서 공존한다는 말의 의미는 부자에게는 빈자가, 빈자에게는 부자가 그대로 받아들여진다는 뜻이다. 첨단 보안장비와 함께 3미터가 넘는 보이지 않는 벽을 가진 거대한 성 같은 집이 길거리에 있는가 하면 그 건너편에는 비가 들이치는 코딱지만한 새까만 집들도 있지만, 어느 누구 하나 그 으리으리한 집을 향하여 불평하거나 돌을 던지는 이는 없다.



<동재 엄마 다니는 학교 근처에서 가장 좋은 집..... 불러도 대답이 없다.... ㅡㅡ;>
 

 

그저 사는 거다.

 

이 곳에도 대형 쇼핑몰은 있다. 특히 반둥에는 까르푸도 있다. 보통 그럴듯한 상점에서 파는 물건은 값이 비싸기 마련인데 까르푸와 같은 쇼핑몰은 더 그러한 법이라 일반 서민들은 감히 엄두도 못 내는 장소이다. 하지만 웬걸….. 외국인의 선입견과는 다르게 까르푸에는 인도네시아 현지인들이 넘쳐난다. 모두들 자가용을 끌고서 말이다.

 

들리는 말로는 전 국민의 20퍼센트가 중산층(여기서는 부자)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 국민 총 수보다도 많다. 우리는 상상 못 할 정도로 정말 부자들이다. 이들이 까르푸를 점유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상점마다 취급하는 물건도 다르다. 있는 사람을 상대할 것인가? 가난한 사람들을 상대할 것인가? 부자를 고객으로 결정한 상점은 분명 이득을 많이 남길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사람들 같으면 분에 못 이겨서라도 폭동이 나거나 불매운동이라도 벌였을 법 한데, 여기에서는 그렇지 않다. 없는 사람은 없는 사람들이 가는 가게, 식당, 시장으로 발걸음을 돌리면 모든 것이 간단해진다. 그리고 거지조차도 부자들이 다니는 가게, 식당, 시장에는 접근조차 못하니 서민들의 거처로 발걸음을 돌려 도움을 구한다.

 

가난한 이는 가난한 이에게서만 도움을 구할 수 있다니…..

하지만 이렇게 살면서도 별다른 불편함과 불평은 보이지 않는 것 같다. 밖으로 표현하지 않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자기의 영역을 벗어나지 않고 그 안에서 폼도 재며 재미나게 살아간다. 마치 운명에 순응하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처세술인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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