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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둥지 증후군

by 主同在我 2024. 2. 7.

< 안식월 기간동안, 순천에 생존해계신 아버지 찾아뵈던길에 드라마촬영장에 방문했다. 가보니, 내가 방위받던 시절 부대를 개조해서 드라마 촬영장이 들어서 있더군.... 후덜덜.... 35경비대대는 어디갔노... 같은 부지에 있던 709기동대대도 없어지고... 그 자리엔 변소체험 등 다른 체험장들이 들어서 있었다. 아이들은 처음 보았을 변소에 들어가 자세 잡아보라 해놓고 한 컷!! >

지난 월요일 저녁
드디어 인도네시아 입국...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후덥지근함이란...

첫 날이었던 어제(화)
아침일찍부터 비자 에어전트를 만나
여권과 필요서류들을 넘겨주고선
쌀과 다른것들을 구입하러 인근 마트로 갔지
그런데....
매장에 들어서면서 나는 쾌쾌한 냄새며
이 말로 다 형용할수 없는 습도와 냄새들은 뭐지?

간단한 장을 보면서
몇 차례를 서로 바라보며 웃었는지 모른다
아내도 나도 웃는 것은
이상한 냄새와 분위기때문이요
이게 예전에는 전혀 못 느꼈었기 때문이요
또한, 한국에서 온 분들이 어떤 느낌이었을지
이제서야 이해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

우린 그런것도 모르고
이번 안식월 지내면서도 누가 인도네시아 살기 어때요 물으면
"덥지 않아요, 습도도 하나도 없어요"
확신 가득한 대답으로 일관했었는데... 쩝
이제서야 우리의 대답 역시도
우물 안의 개구리식 대답이었음을 깨닫는다

아무튼, 
바빴던 첫 날 일정을 마치고
오늘은 수요기도회 "가야하는 날"
이번주는 좀 쉬었다 다음 월요일부터 복귀하고 싶었는데...
사실은 3월부터 시작하고 싶었다
2월 말까지는 천천히 재적응하고 말이다
그런데 맡길 사람이 없다는...ㅠㅠ

아침에 산책을 다녀왔다
장군이를 데리고 저녁마다 돌아다니던 동네 한바퀴
그런데 그 길이
왜 그리 쓸쓸하고 허전한지....
눈물이 절로 흐른다는게 뭔지 이제 느껴본다
왁자지껄!
그 저녁마다 동네를 깨우며 돌던 동네 한바퀴
마지못해 개 산책시키던 그 길
이젠 그 길에 아이들이 없다
빨리빨리 따라붙지 못하던 동재도
자기 급하다고 약삭빠르게 집으로 가버리던 동진이도

집에 돌아와 짐 정리하던 선영이에게 
그 이야기를 하며 멍하니 있는데
다가와 안아주더라
그러더니 그 사람도 울고, 나도 울고
이제서야 아이들을 놓고 왔다는게 
몸으로 와 닿았나보다
왜 이리 가슴이 아린지
마치 칼로 도려내듯....
눈물리 흘러 내린다

빈둥지 증후군이라 했던가
자녀들이 독립해서 나간후
모든 의욕을 상실한 부모들의 상태를...

아이들에게 한국에서의 삶을
한 놈은 포항에서
또 한 놈은 서울에서
담대하게 살라 했던 그 응원의 샤우팅을
이젠
우리 스스로에게도 해야할 때가 온것같다

바쁜 일정으로 
돌아다니다보면 잊혀지기도 하겠지만
그보다는
당장은
현실을 직시하며 
내 마음의 아픔을 알아주고 보듬어주고 싶다

주여,
선한 길로 저희를 인도하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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