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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역 이야기

1년을 돌아보며

by 主同在我 2010. 2. 6.

어느덧 시간이 지나, 저희가 이 곳에 온지도 1년이 다 되어가고 있습니다. 작년 이 맘때에는 하루 속히 선교지를 향해 발걸음을 내 딛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설레였었는데, 막상 현지에 와서 1년이 지나가는 시점에 생각해보니 그런 설레임보다는 답답한 마음이 더 자리하고 있습니다. 따지고 보면, 어느 나라, 어떤 사람이든지 태어난 지 1살이 되었다고 하면 말은 제대로 못하고 책을 읽지 못해도 걸음마만 걸어도, 제 부모를 알아만 보아도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보통의 일일테지만, 막상 현지에 도착하여 삶을 꾸려나가는 입장에 처해보니 입장이 달라지고 있음을 느낍니다.

언어를 시작할 무렵만 해도 1년 후면 어느정도 언어실력이 배양되어 있으리라 기대함이 있었고, 또한 윗단계를 다니는 다른 분들을 볼 때면 정말 잘한다는 생각이 맴돌았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지난 1년동안 배양된 내 언어와 적응 정도를 돌아보니 참 뭐라 표현해야 할지요. 어느날엔 아내가 하는 푸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예전에 한 사모님이 자기도 7단계이지만 언어만 생각하면 아직도 답답한 마음이 있다고 하더니 그 말이 이제야 이해가 되네..."

참 우습지요, 한 살짜리가 말을 유창하게 잘 하는 것이 더 신기한 노릇일테지만, 오늘도 새내기 선교사들은 그런 고민들을 하고 있습니다. 내 안에 있는 생각과 가치관과 신앙을 전달할 수 있고, 또한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 마음으로 이해할 수 있는 정도만 해도 충분하다고 생각은 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모든 면에서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점점 더 자리잡아 갑니다. 특별하게 독보적인 존재로 남을 능력도 실력도 없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선배들이 걸어갔던 그 길에서 뒤처지고 싶은 마음은 없기 때문입니다. 그 옛날, 전 세계에서 그 어느 선교사, 단체에서도 가기를 꺼려했던 한국 땅을 향하여 발을 내 딛고 삶의 터전을 닦아나갔던 선배들은 어떤 마음이 들었을까 싶습니다. 말과 문화를 배우고 적응해 나가는동안 그들이 느꼈을 고민과 산들, 그리고 감격하고 보람으로 삼았던 경험들은 무엇이었는지.....

아무튼, 그렇게 1년이라는 시간을 이 곳에서 살아내면서 성탄절도 맞이하고, 신년도 맞이했습니다. 신학교 다니던 시절, 모 교수님께서 12월 마지막 주간에 이런 말을 했던 것이 떠 오릅니다. "1월 1일이라고 해서 달라질 것 하나도 없어, 어제 봤던 그 해가 내일도 또 뜰거야, 똑같아" 시간이 흘러가는 것에 대해 괜실히 마음이 흐트러지지 말고 오늘을 살라는 맥락에서 하셨던 그 말씀. 따지고 보면, 정말 시간이라는 틀이 우리의 생각과 현실을 조이고 은근히 압박해 오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사실 뒤집어 생각해보면, 얼마나 오래 있었나가 아니라 지금 여전히 무얼 하고 있는가, 지금 어떤 상태인가라는 물음 앞에 대면해야 할 필요성을 느낍니다. 지나간 세월이 얼마냐라는 물음에는 자신있게 내 놓을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음에 더욱 움츠러들게만 되지만, 지금 너는 어디 있는가? 라고 하는 '지금'이라는 물음 앞에서는 오히려 새 힘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산적해 있는 문제는 충분히 많이 있습니다. 기본적인 언어실력을 배양하는 문제, 계약만료된 집을 몇 개월이나 더 연장해야 할지의 문제, 또한 언어과정을 마치고 나서 본 사역지로 이동해야 하는데 그 장소를 어디로 정해야 하느냐의 문제,..... 사실, 이 모든 산적해 있는 질문들이 따진다고 해서 지금 당장 해결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제가 제 생명의 길이를 한 시간이라도 더 연장할 수 없는 것마냥 말입니다. 그래서 지난 1년을 돌아보면서도 더욱 마음을 내려 놓을 수 밖에 없습니다. 조급함보다는 차분함이 더욱 요구되는 때입니다. 지난 1년 동안도 주님의 일에 동참하기 위해 여전히 후원해 주시고 관심 가져주심에 감사드리며, 이 일을 위하여 계속하여 기도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2010. 02. 06. 지형습, 정선영, 동재, 동진 올림


*** 12월-1월 지나간 일들

- 언어과정 : 지형습 - 특별반 계속 / 정선영 - 7단계 수료

- 통합측 선교사 가족수련회 : 2010. 01. 05 - 08 (보고르)

- 소망교회 이미용봉사 통역협력 : 01. 31 - 02. 01 (찌마히)

<저희 식구들 찾아 보세요. 얼굴이 다른 사람보다 특별히 커서 숨으려 한 것도 아닌데 숨겨져 있네요 ^^
금번 수련회에서는 장신대 선교학을 가르치시는 한국일 교수님을 모시고서 귀한 말씀을 듣게 되었습니다>


<수련회 기간 중에 사모님들만 따로 모아서리, 엄마와 선교사로서의 정체성인가 몬가 아무튼 모 긴히 논의가 있었다네요 ㅋ>

<왼쪽으로부터 뻐깐바루에서 사역하고 있는 윤용호, 최우영 목사님 가족과 함께 한컷 찍어봤습니다. 처음 왔었을 때에는 외톨이로 있었던 동재가 이젠 제법 아는 얼굴도 생기고, 수련회 때면 친하게 지내는 누나, 동생들도 생겨 참 감사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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