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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역 이야기

9월 이야기

by 主同在我 2009. 9. 30.

이 곳에 오면 세월을 잊고 살것만 같았었는데, 여기에서도 한국 소식들은 다 듣게 되네요. 좋은 일도 있고 안타까운 일도 있고.... 세상 일이 다 내 마음만 같게는 안되는 것 같습니다. 개인의 인생살이도, 나라의 살림살이도 모두들 저마다의 질고를 안고서 각자의 길을 그렇게 걸어가는 것만 같습니다. 이 곳 생활도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그저 평범한 한 사람으로서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다보니 웃을 일이 생기는가 하면 제 안과 밖으로 답답한 일을 마주하기도 합니다. 이런 과정들을 겪으면서 요즈음에 드는 생각은 문득 제 자신을 발견해가기도 하고, 목사가 무언지, 선교사가 무언지, 또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를 고민하게 되네요. 근황부터 전합니다.

1. 언어습득

많은 분들의 격려에 힘입어, 아내는 임락에서 4단계를 진행중에 있습니다. 특별히 4단계부터 6단계까지는 주어진 주제를 가지고서 사람들 앞에서 발표를 하는 과정인데, 이러한 과정들을 통해 아내의 언어가 시간이 흐를수록 진보해 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한편, 저는 임락 스탶진과 선배님들께 조언을 구하고 또한 고민한 결과 UNPAD 대학교 랭귀지 코스를 지난 학기로 마무리짓고 2학기부터는 개인교습과 반둥소재 신학대학에서 두 과목 청강을 하고 있습니다. 저희 부부가 남은 과정도 정말이지 주님의 은혜 아래에서 언어를 충실히 습득하여 복음전달을 위한 언어소통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2. 교회사역

방학기간동안 설교사역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7월 5일에는 선배 선교사님의 소개로 반둥 공항 근처에 있는 현지인 교회에서 낮예배 말씀을 전하였습니다. 비록 부족한 인도네시아어 실력임에도 불구하고 말씀을 전할 기회를 주셔서 참 감사했습니다. 또한, 8월 8일에는 자카르타 한인열방교회에서 아동부와 유치부 성경학교를, 그리고 7월 8일부터 8월 5일까지는 반둥 소재 한인교회에서 새벽예배를 비롯한 설교사역들을 감당하게 되었습니다. 주일과 수요일, 그리고 새벽마다 말씀을 나누다보니, 이국 땅에서라도 하나님의 말씀 듣기를 사모하고 예배하기를 즐거워하여 모인 한인 성도들을 보며 오히려 제가 큰 은혜를 입었던 시간이었습니다. 비록, 한시적인 기간이었지만 이 기회를 통해 저와 저희 가족의 영혼이 소생하고 큰 힘을 얻게 되었습니다. 부족한 사람에게 잠시동안 귀한 교회를 맡겨 주신 하나님과 선배 선교사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3. 라마단 금식기간

지난 한 달 동안은 이슬람교의 중요한 절기 가운데 하나인 라마단 금식기간이 있었습니다. 이 곳, 인도네시아 역시 전세계 최대 이슬람 인구를 자랑하는 국가이기에 거의 전국민이 금식에 동참하였습니다. 일출부터 일몰때까지 금식을 하고, 일몰부터 일출 직전까지는 음식을 섭취하는, 우리 기독교의 금식과는 약간 다른 형태를 띄고 있습니다. 그런 까닭에 한편으로는 '이런 것이 무슨 금식일까?' '이렇게 금식을 해서 도대체 이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어쩔 수 없이 따라하는 사람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들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한 달 동안 계속되는 금식과 또한, 일몰이 되면 매번 집회를 가지고서 기도하고 말씀을 듣는 이들의 행위를 보고 있다보니 이들의 행위가 단순한 것이 아니라 종교행위임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비록, 남이 하니 따라하고, 또한 거의 전국민이 하다보니 따라하는 이도 있을 수 있겠지만, '형식은 내용을 수반한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처음엔 코웃음치며 비웃던 이 외국인으로 하여금 이들은 자신들이 믿고 따르는 신앙을 '몸으로' 보여 주었습니다. 반 나절의 금식과 하루 다섯 차례의 기도행위..... 어떤 이들의 비판처럼 변화 없는 속죄 행위는 아무 소용 없다고 할지라도, 자신들의 시간을 드리고, 몸을 드리는 이들의 움직임은 결코 비웃을수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말도 안되는 것 같지만, 몸으로 따라야 하는 절기를 정해두고서 신앙의 길을 걷게 하는 이들의 행위는, 믿음으로 구원을 얻는 이신칭의의 교리로 인하여 몸과 행위의 중요성을 간과해 버리기 쉬운 우리 기독교인들에게 큰 도전이 될 것입니다.

특별히, 라마단 금식기간이 끝나는 지점인 '이둘 피트리' 혹은 '르바란' 때에는 '실라뚜라흐미(Silaturahmi)'라고 해서 그동안 마음 상하게 했던 이들을 찾아다니며 용서를 빌며 화해하는 시간을 가지는데, 이 역시 작은 도전이 되었습니다. 우리 나라 추석과 같은 명절로 인식되는 이 기간동안, 모든 집에서는 서로에게 전해 줄 작은 음식물 꾸러미를 마련해 놓고서 화해와 사랑을 준비하는 모습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주었습니다. 물론, 이슬람의 위험성과 과격성을 간과하지는 않고 있으나, 이 곳 인도네시아에서 이슬람과 기독교의 또 다른 면모들을 마주하면서 복음을 전하는 이로써 귀한 경험을 하게 되었음에 감사드립니다.

4. 가족근황

저희 가족은 기도해 주시고 관심을 가져주시는 덕분에 이 곳에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큰 아이 동재는 다니던 유치원을 7월말로 그만 다니고 있으며, 아내는 댕기열병으로 인하여 두 차례 언어를 중단했던 적도 있었으나, 여전한 주님의 은총의 빛 아래에서 지금까지 잘 지내고 있습니다. 사도 바울이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자신을 끊어낼 수 있는 것이 그 무엇이냐 했었지요? 비록, 사도 바울에게 왔던 위험과 칼은 아니지만, 저희 역시 주의 사랑이 저희의 뱃 속에 있는 까닭에 이 걸음을 계속해가고 있습니다. 이 사랑이 더욱 불타고 그 사랑이 저희를 계속하여 이끌어 갈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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