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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역 이야기

6월 이야기

by 主同在我 2010. 6. 26.

정말 오랜만에 글을 쓰는 것 같습니다.

지난 3월, 반둥에서 첫 해 살던 집이 계약만료된데다 지반침하로 인한 계약연장 불가상황으로 인해

선배 선교사님 댁으로 들어가 1개월여를 살게 되었었다는 말씀을 드린 적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 상황 이후로 저희가 지금까지 얼마 되지 않는 시간들을 겪어오면서 새롭게 느끼는 것 한 가지는

선교지에서 부딪히게 되는 모든 시간적 개념과 상황에 대한 인식들은

지금껏 저희가 한국적 정서 가운데 느껴오고 경험해서 얻게 된 사고개념과는 전혀 다를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정해진 시간과 정해진 장소.....

모든 것이 미리 미리 정해지고 약속된 대로 움직이고 처리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해오던 사람들은

현지에서의 상황에 부딪히면서 적지 않게 당황하게 되는데 이것을 문화충격이라고도 부를 수 있겠습니다.

지난 3월에는 모든 행정서류 처리절차가 빠른 시일 내에 처리될 것으로 들었고

또한 그렇게 되리라 생각하고 임시 거주지를 마련했었는데,

이 곳 인도네시아에서 행정서류가 케이스 바이 케이스이다보니

다른 경우와 빗대어서 단언할 수 없는 상황을 맞게 되었습니다.

저희는 지난 4월 14일, 신세를 지던 반둥 선교사님 댁에서 나와서

자카르타 근교 찌부부르에 자리하고 있는 선교사 자녀 장학관(게스트 하우스)에 임시거처를 마련하였었습니다.

그런데 그 곳에서 2개월동안 생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진행관련 소식을 듣지 못하고 있던 중,

차라리 그 시간을 인도네시아 국립대학 언어과정(BIPA UI)에서

인도네시아어를 수정보완할 수 있는 기회로 선용하기로 결정하고 지금까지 다니고 있습니다.

물론, 게스트 하우스에서 머물 수 있는 최대 기간이 있었던 터라,

지난 24일, 자카르타에 거주하고 있는 A 선교사님 댁으로 또 다시 보금자리를 옮기는 등

기본적인 거주상의 어려움이 지난 반둥을 떠난 이후로 지속적으로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이것이 저희가 지금 겪고 있는 현실이니까요.

하지만, 매 순간마다의 불편함 가운데 발견하게 되는 것은 저희의 연약함,

다시 말해 저희 실력과 위치의 현실을 발견함과 동시에

인도네시아 하늘 아래 저희가 머물 수 있는 곳을 그 때 그 때 마련해 주시는 은총입니다.

물론, 서류진행이 이렇게 오래 걸릴수 있다는 것을 선배님들을 포함해 어느 누구라도 예견했었더라면

안정적으로 주택임대를 했었을텐데 그러지 않았던 1차적 실수가 한 가족의 가장으로서의 제게 있었습니다.

지금껏 1일 1시간이라도 톱니바퀴처럼 딱딱 아귀가 서로 맞아들어가며 일들이 진행되기를 바라고 살아왔던
 
제 삶의 방식의 허무함을 마주했던 시간들이었습니다.

논리도, 관례도, 선례도 그 어느 것도 기준 잣대로 삼을 수 없는 현실이

이 곳 인도네시아에서 저희를 맞아주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저희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것은

지금까지 얼마나 목적 중심적으로 살아 왔는가 하는 것입니다.

바울은 정해진 푯대를 바라보며 끝까지 경주한다고 하지만,

그의 의도와는 다르게 목적이 중심이 되다보니

그 가운데 일어나는 모든 과정들을 불편함으로, 장애물로만 여길 뿐

그 어느 것 하나 여유를 가지고서 마주하고 누리지를 못하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하고 있습니다.

사실, 지난 3월부터 저희 가족이 마주하고 있는 일련의 일들이 매우 불편한 것임에는 틀림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따지고 보면 저희 역시 그 순간 순간을 내가 누릴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지는 못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저, 빠른 시일 내에 지나가야만 하는 것으로,

일어나지 않아야 하는 일이 내게 닥쳤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스스로를 괴롭히는 것으로....

그렇게 지난 몇 개월을 보내다보니,

아내는 아내대로, 동재와 동진이는 또 동재와 동진이대로 스트레스를 받아가며

기다림의 시간을 말 그대로 '보냈습니다.'

삶의 목적이 없는 것 또한 바람직한 일은 아니라 할지라도,

그 목적을 바라봄 때문에 과정을 소홀히 여기고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이

얼마나 많은 부작용을 가져오게 되는지 온 식구가 몸으로 배워가고 있는 중입니다.

그나마 감사한 것은,

그동안 기다리고 있는 노동 허가지역 설정은(RPTKA) 지난 23일 마무리되어,

이제 남은 것은 노동 허가권(IMTA)과 주소 이전 신고과정(MUTASI)이 이 곳 자카르타에서 남아 있는 것들입니다.
 
그렇게 말들 하더군요.

"이제 산 하나 넘었다"고요 ^^.

그렇습니다. 저희는 이제 산을 하나 넘었습니다.

산을 하나 넘었기 때문에 가던 길을 계속 가려고 합니다.

그 뒤에 있는 산도 넘어보고, 그 뒤에 있는 산도 또 넘어보고....

정확히 어디를 향해 가는지 그 좌표는 저희가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걸음을 인도하시는 분이 우리 주님이시라 하셨으니 오늘도 산을 넘어가고자 합니다.

그러다 지치면, 산 등성이에 앉아 쉬기도 하고, 또 힘이 차려지면 갈 길을 가고 하면서요.

이미 먼 길을 가고 있는 선배들을 보면 '어떻게 저 길을 갈 수 있었나' 싶지만,

주님의 붙잡아주심과 귀한 동역자들의 사랑의 기도로 인해 저희 역시 갈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오늘도 걷습니다.

수습 2년차....

햇병아리 선교사 가족을 여전히 사랑과 관심으로 보아주시고

이 일에 동역해 주시는 동역자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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