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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역 이야기

또라자 출장에서

by 主同在我 2011. 1. 21.
어제 또라자에서 돌아왔다
열심이 특심인 GKSI 교단장의 준엄한 명(?)으로 
노회 임원들을 비롯해 9명이 출동했다
요는
또라자에도 역시 성경고등학교가 운영중인데
이번에 새로운 교사를 마련해서 이사를 하게 되었단다
그런데..... 문제는......
지난번 술라웨시 서베이때 글을 올린것처럼
새로 이사할 터가 제사 드리던 곳이라
마을 주민들은 물론, 아이들 역시 이사를 꺼리고 있다는 것!!

하지만, 스띠아 아이들이 누군가.....
여기서 굴하지 않는다
좋게 말하면 신앙의 열정으로
나쁘게 보면 단순무식하게
사람들이 그동안 두려워하고 섬겨왔던 대나무들을 싹뚝 베어내버렸다는거 아닌가 ㅡㅡ;
그런데....
더 심각한 건 
그 제사드리던 대나무가 그 자리에 있는것도 문제였지만
잘라내는 일은 더욱 금기시되어 있던 탓에
아이들이 더 겁먹고 있더군

<아이들이 겁내고 있는 문제의 그 대나무 터를 본보기로 몇 군데 잘라내 버리자, 마을에서는 간이 부어도 많이 부었다고 했다고 하는군 ㅡㅡ; 우리나라 옛날 신주단지나 서낭당 나무들을 잘라낼 때도 그랬었지 아마.... >

<마을 사람들과 아이들을 사로잡고 있던 대나무들은 결국 잘려져서, 학교 벤치가 되었네용.... 사진은 앞에서부터 신임노회장과 지역 임원, 그리고 마지막은 스띠아 출신 졸업생으로 지금은 다른 학교 선생님으로 있다고 하네요>

우리 입장에서 보자면, 
미신이고 더군다나 크리스챤이 뭐 그런걸 가지고 떨고 있냐고 한심하게 생각할수도 있겠지만
태어나서부터 그 배경 안에서 먹고 자라난 아이들과 주민들에게는
단순히 넘겨버릴 일이 아닌게지
그래서 결론은 뭐냐....
아이들이 두려워하지 않도록 새로운 교사 터에서 예배를 함께 드리고
기도를 하고 함께 자고 오라는 강력한 권고가 내려졌던 것이다
그래서 노회 임원들이 뜬거다

옛터와 새 터에서 아이들과 함께 예배하고 기도하면서
주의 말씀으로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도록 목소리를 합하면서도
여전히 나를 고민케 하는 것은
기독교 신앙과 저변의 문화의 갈등을 마주하고 있는 현실이었다
니버의 '문화를 변혁시키는 그리스도'를 배울 때만 해도
그게 무슨 소리인지
당연한 거지 뭘 그렇게 책까지 써가면서 열심이야 ? 싶었었는데
막상 현실에 부딪히고 보니
그리 만만한게 아니다
이미 기독교 신앙이 전래문화에 걸쳐진 옷처럼 되어 있는 상황에서
그 마을 사람들에게 있어서 기독교의 진리는
곧 그들의 문화를 거스르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진리로 인식되고 있는 마당에서
주의 종들은 무엇을 외쳐야 하는건가

그러다보니
정작 또라자에서 사역하고 있는 또라자 교회에서는 
문화의 옷을 가능한 벗기지 않고, 건드리지 않으려 애 쓴다고 한다
할 소리 않하고, 안할 소리는 더 안 하고...
그러니 GKSI 나 외부에서 들어온 우리 입장에서는 마음이 불편할 수 밖에
아니, 신앙이 불편한건가 ??
신앙의 토착화라는 것이 벌써 오랜 주제로 굳어져 왔지만
그 선을 정하는 문제에 있어서
학문에서 정의하는 것마냥 정답의 선을 확 긋는 일이 
현실에서도 과연 가능하고도 효과적인 것일까 하는 의문에는 자신이 없다
한국교회가 조상제사 문제와 유교적 문화로부터 아직 자유하지 못하는 것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럼에도 분명한 것 한 가지는
기독교 신앙이 그 믿는 자들에게 자유함을 선물해 준다는 사실이 감사하고
또한,
유형적인 것이든 무형적인 것이든 그 무엇도 
우리로 주의 사랑에서부터 끊어낼 수 없다는 그 현실이 감사할 따름이지
하지만 자신할 수는 없겠지
나 역시도 어떤 면에서는 진리가 아닌 내 관습과 내 인식을 선호하고 있는지도 모르니.....  

<다른 학교 헌 교사를 빌려서 사용하고 있던 또라자 성경고등학교 학생들. 새 터로 옮기기 전에 함께 예배드리고 있다>


<새로운 교사 터. 아직 공사가 진행중이다. 오른편 노란색으로 칠해진 2개 동이 기숙사와 사무실로, 그리고 왼편에 있는 아직 공사중인 건물이 강의동이다>

<다 지어졌다고는 하지만, 아직 천정과 내부 집기들은 자리잡고 있지 못한 상황. 그래도 이만하면 이쁘다는 생각이 드는데..... 나도 여기 있다보니 어느 새 눈이 낮아져 버렸나보다.... ㅡㅡ;>

<강의동은 아직 공사 진행중..... 스리띠의 경우는 이 상태로 재정지원이 끊겨 벌써 7년 넘게 방치가 되었었는데, 여기는 제발 완공되기를 ^^;>

<아이들 기숙사 자리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다. 사진을 잘 보면, 저마다 두꺼운 긴팔옷과 스웨터를 걸치고 있는 게 보일게다. 나 역시 깔깔이하고 점퍼를 뒤집어 쓰고 있는 형편. 원래 또라자가 지대가 높아 약간 기온이 떨어지는데다 학교 자리잡은 곳이 산 꼭대기이다보니 기도하기에는 좋아도, 피부적으로는 춥다. 저녁이 되면 더 춥다 ㅋㅋ>

이 사진 제목은 '용감한 사내들' 아니다. '못 말리는 사내들'이 낫겠다. 또라자 와본 사람은 안다. 길이 어떻게 생겼는지.... 더군다나 여기 GP 와 본 사람들은..... 기도의 손을 함께 들려고 올라온 이들.... 안전하게 자고 가라는 권유에도 불구하고 40여분 넘게 걸리는 산길을 내려가겠다고 기어이 나서고 만다. 집이 더 좋은가 부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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