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도네시아 사람들

아주 유치한 이야기

by 主同在我 2011. 3. 31.
오늘은 창피하지만, 아주 유치하고도 유치한 이야기를 하나 해보련다
지난 월요일부터 어제까지 또라자로 출장 다녀왔다
사실은 월, 화는 노회대회가 있어
하루동안 금식하며 각 처소와 기관을 위해 중보기도하면서
금식 끝자락에는 각 지역교회들의 사역평가가 있었고
수요일에는 노회 시찰장 목사님의 결혼식이 이어졌다
워낙 시골이라 하객이 오기 힘들다보니
노회 모임하면서 결혼식 날짜를 잡은거다
비록, 사순절 기간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ㅡㅡ;

암튼, 이야기를 잇기 위해서는 일정 이야기부터 해야한다
빨로뽀 집에서 또라자까지는 자동차로 3-3.5시간
그리고 또라자에서 우리 교단이 있는 교회까지 가기 위해 산을 올라갈 수 있는만큼 자동차로 올라가는데 1시간,
자동차 잠궈놓고 걸어서 목적지까지 가는데 1시간 30분이다

문제는 두 가지!!
산자락 아래에서부터 차를 버려두고 가야 하는 산 중턱까지의 길이
보통때에도 곳곳에 진흙뻘이요 옆은 낭떠러지라는 것!!
비가 오면 끝장이다
그 날은 산 내려오는것 포기하고 하루 더 자야한다
두번째....
늦어도 오후 1시에는 출발해야 한다
그래야 5-6시에는 빨로뽀 도착하니까
왜?
또라자 지역 자체가 높은 산을 꼬불꼬불 돌아야하다보니
오후되면 빨리 어두워지고
게다가 비라도 올라치면
지독한 안개까지 겹치니 중간에 차 돌릴수도 없고 참 난감한 상황을 맞게 된다

그런데.....

결혼식 시작이 늦어진다
물론 인니에서 1시간 늦어지는건 보통이지만
그렇게 신신당부, 부탁에 부탁을 했건만.....
늦어진 시작시간에
짧게 끝날줄 알았던 축사들은 왜 그리도 앞에 서기만 하면 늦게 끝나는지.....
노회장 목사님이랑 짧게 끝내자고 했던 모든 계획이 도루묵이다 ㅡㅡ;
점심만 후다닥 먹고 짐 챙겨서 8명이 움직였지만 출발은 2시 30분.....
자동차 놔둔 곳에 왔더니 역시나 4시
감사하게도 자동차는 산에서 혼자 잘 있더구만....

차를 몰고 나오는데
배가 아팠다
괜히 뿔따구가 났다고나 할까
동승하고 있던 7명에 대한 뿔따구일까
아니면, 대장 노릇을 하던 모 아저씨에 대한 뿔따구였을까....
자신들의 돈은 하나도 들이려 하지 않고
차를 타고 가는것도 우리차 가면 가겠다고 하고
산에서 악조건 속에서 긴장하며 운전하는 것도, 기름을 넣는 것도, 차 청소를 하는 것도
전혀 생각하지 못하는 것 같다
뭐든지 제공되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은 이들.....
그러면서도, 휴게소에서 물이든 사탕이든 살 일이 있으면 자기 먹을것만 사와서 혼자 먹는 이들.....
차에서 내려서도 '고맙다, 잘왔다' 등의
거의 신경 안쓸 그런 소리조차 없이 당연하다는 듯 자기 등만 두드리며 피곤하다면 내려 갈 길 가는 이들....

사실, 모든 것이 은혜이지만
사람이 어느 순간부터 은혜의 사건을 당연한 일로 생각하는 순간
그 은혜는 더 이상 은혜가 아니다
그러니 감사도 없다

그래서였을까......
평소에도 대장노릇하며
차에 탈 사람까지도 자신이 마음대로 지정해서 태우고 내리고 하는 그 아저씨에게 말해버렸다
"차에 탄 사람들 전부에게 물 한병씩 사주세요"
조그만 가게 앞에 차를 세우고 나서 말이다 ㅡㅡ;

당황스러운 표정이 있긴 했지만 아저씨는 물을 사와서 모두에게 돌렸다
그랬더니, 마음이 좀 편해졌냐고??
편해졌다
늘상 내가 사는 것을 너무나도 당연히 여기는 것이 얄미울 때도 있다
늘상 받는 것에 너무나도 익숙해져 있다고 생각되어
살짝이라도 그럴것같은 표정, 자세를 보이면
벌써부터 마음에서 소리가 들려온다
'거봐~ 그럼, 그렇지!'

산에서 진흙구덩이로, 돌밭으로, 짙은 안개낀 밤에 빗길운전으로
겨우 겨우 내려와 한 사람, 한 사람 마지막 사람을 집에 태워주고 나니
그제서야 비가 멈추더구만
이제 1시간을 다시 운전해서 집으로 갈 일이 남았긴 했지만.....
그래도...
그 아저씨가 물을 샀다
내가 주문해서 샀던지, 기쁨으로 샀던지간에
아무튼 그들 중 한 사람이 물을 샀다
자기 말고 동승한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언제까지 이런 갈등과 유치한 실강이 안에서 살아가야 할지.....

<지난 1월부터 아직까지 잘 견뎌주고 있는 샌달. 요번 출장에서도 요 녀석 덕택에 편히 걷고, 편히 빠지고, 편히 적시고..... 모든 편안함과 간편함을 누렸다, 땡큐! >

'인도네시아 사람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방가게에서 본 '민'의 권리  (0) 2011.07.13
생활신앙으로 살아가기  (0) 2011.06.28
꾸랑 아자르! (Kurang Ajar)  (0) 2011.02.28
웬 데모 ??  (0) 2010.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