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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사람들

가방가게에서 본 '민'의 권리

by 主同在我 2011. 7. 13.

민주주의라는 것은 '민'이 주인이 되는 것이라 배웠다
'민'이라 함은 물론 모든 이를 포함하는 것이 되어야 하겠지만
대개는 피지배계층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임금이 아닌 백성을
대통령이 아닌 국민을
사장이 아닌 사원을
업주가 아닌 소비자를 말이다

그런 까닭일까
법이라는 체제는 기업주와 기득권을 차지하고 있는 이들을 대변하고 보호하는 장치들을 계속 만들기도 하지만
국민과 소비자, 그리고 서민들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내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이러한 안전장치가 제대로 잘 작동되는 곳을 선진국이라 하기도 하고
안전장치로서의 모양은 있으나 제 구실을 하지 않는 곳을 후진국 혹은 개도국이라 부르기도 한다
물론, 그 단어들의 원래 뜻은 다른 것이겠지만 말이다

인도네시아를 보자
지난주 아이 이빨치료차 자카르타를 다녀왔다
집에서 마카사르 공항까지 9시간여를 운전한 후
비행기 타고 2시간을 날아간 자카르타....
보람이 있었다
멋진 시설과 비교적 깨끗한 환경 가운데에서 약 일주일을 보내고 돌아왔다

물론, 인도네시아에 처음 발을 내 딛었을 때의 그 느낌은 아직 그리 달라지지 않았다
품질에 비해 너무나 어처구니 없는 물가를 비롯해
서비스의 질이라는 것은 정말이지 이 나라가 왜 이러나라는 물음을 계속해서 해대게 했거든
그런데 그런 물음 물을게 없다
원래 그게 이 나라니까
아니, 이 나라가 아직은 그 정도 단계에 머물고 있기를 아직은 즐기고 있으니까가 바른 말일게다
정부나 국민이나 기득권자나 서민들이나.....
위 사람들은 이 정도는 밟아줘야지 자신의 권위와 체면이 서는 줄로 알고 있으며,
아래 사람들은 밟히는 것을 당연히 여기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아니, 밟히지 않는 이를 만나면 이용하려 할뿐 그것이 옳은 것인줄을 모르는 것처럼 느껴질때가 있기까지 하다

힘 없는 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법은 만들었으되 집행은 하지 않는 곳
교통신호만 해도 그렇다
지키는 사람만 바보다
아니, 지키는 이에게 오히려 다수가 화를 내는 곳이다, 빨간 불이건 뭐건 빨리 앞으로 가라고
도로공사도 그렇다
실제로 그 곳에서 살아가는 현지주민의 불편과 의사 반영도는 50퍼센트를 넘지 않는듯 보이는 것은 왜일까
도로를 고치는 것도 공무원의 생각에서 비롯될 뿐이다
또한 공무원의 그런 생각에서 실제 일하는 일꾼들의 생각대로 모든 공정들이 진행되어 버리다보니
돈은 투자했고, 공사도 했지만 정작 별 유익은 없고 공사기간 내내 불편만 초래하는 이상한 공사가 될 뿐이다

옷 장사들을 볼까
어제 가방 하나를 샀다
가격은 26만 9000 루피아..... 시골 소도시에서 꽤 비싼 가격이다
그래도 샀다, 필요하니까
그런데 집에 돌아와 물건을 넣어보니 A 4 용지가 들어가지 않는다
오토바이를 타고서 바꾸러 갔다, 조금 더 큰 사이즈로 사려고
그런데 직원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이미 팔아버린 물건을,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주인의 계산기에 입력시켜버린 물품을 교환해 줄 수 없다는 것
하긴, 바꾸고자 했던 큰 사이즈의 가방의 가격이 20만 9000 루피아
6만 루피아를 환불해줄수 없다는 것이다
대신, 최초 26만 9000천를 상회하는 물품으로만 교환 가능하다고 하니.....

이런 경우, 소비자는 직원과 싸울수가 없다
직원은 직원이니까
그럼, 주인과 싸울수 있는가?
지난 번 시장에서처럼 큰 소리 쳐가며 싸우다보면 돈을 토해내기도 하겠지만
많은 가게들의 주인들은 곤란한 지경에서는 자리를 비우기 일쑤이지
결국, 나의 의사와 상관없이 불필요한 물건들을 더욱 큰 비용을 지불하고 구입해야만 하는 것이 바로
인도네시아의 소비자들의 현주소이다
그래서 물건을 구입할때는 고민하고 또 고민한 후에 구입해야 한다
교환, 환불은 않되는 거니까
그것은 사장과 업주들의 권익을 침해하고 직원들의 심기를 불안하게 하는 것이니까

소비자의 심기와 불편은  안 중에도 없다
주민들의 필요 역시 안중에도 없다
국민의 요구 역시 안 중에도 없다

역사를 거듭해 계속되어오는 민주화의 물결이
아니, 힘 없는 이들의 목소리가 각계각층각처로 흘러들어가 꽃을 피우게 될 날이 오겠지
오늘도 그렇게 부질없는 바램을 해보며 가게에서 돌아왔다
한숨을 쉬며 말이다
아, 어떻게 되었냐고? 남는 돈......
결국, 허접한 양말 한 켤레를 5만 8천 루피아에 샀고
남는 2천 루피아는 살 수 있는게 없어 돌려받지 못하고 팁이라는 명목으로 자위하면서 돌아왔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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