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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사람들

군중이라는 이름

by 主同在我 2013. 4. 2.
군중..... 
이 말을 좋게 이해하면 민중.... 민초.... 국민....
국어학자 혹은 사회학자들의 시각에서는 이 단어를 놓고 설왕설래하겠지만
아무튼 군중이란 정부보다야 못하겠지만
그럼에도 어떤 면으로든 그 나름의 힘을 가지고 있게 마련이다
이 군중이 부정부패에 맞써 싸우기 시작하면
그들은 민중이 되고 민주화의 주역들이 되기도 하고,
또한 자신들의 불만을 토로하기 위하여 모이기 시작하면
시위대, 데모데, 폭도요 폭동의 주역들이 되기도 한다

지난 1월에 이 곳 작은 도시 빨로뽀에 시장선거가 있었다
하지만, 30% 이상을 차지한 사람이 없어
다득표자 2 팀이 지난 3월에 재경합을 벌였다
이것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대도시도 아니고, 이런 지방 소도시에서 선거를 하다보니
참~ 말이 많다
그리 정치에 별 관심도 없는 주민들이 대다수이건만
워낙 볼거리, 즐길거리가 없다보니 선거판 싸움도 재미난 구경이 되었나보다
누가 돈을 뿌렸다느니, 누가 밀어주기 모의를 했다느니.....
결국, 지난 3월 27일 선거는 치러졌고
뭔가 불공정하다고 느낀 측에서는 선거 직후를 계기로 급기야 물리적인 의사표현을 하기 시작했다
데모데가 일어나고, 대로에서 타이어를 태우고....

그런데 한심한 건, 그 때까지만 해도 난 전혀 몰랐다는 사실이다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건지..... 
굳 뉴스보다는 잔인한 배드뉴스가 너무 많은 지역신문이 너무 싫어 구독도 해지한지 오래였다

그리고 이틀 전..... 3월 31일....
드디어, 선관위를 통해 선거결과가 발표되었고
돈 봉투를 돌렸다고 의혹을 받고 있던 측이 당선 확정.....

그 날 저녁....
난 인터넷 신문을 통해 이 곳 빨로뽀의 소식을 보게 되었다
6대의 관용차가 불타고.... 
시청 시장 집무실과 지역신문, 선관위 사무실, 지역관리 사무실, 
그리고 당선자가 속한 정치정당 골까르당 사무실이 파손되고 불타고....
신문에 따르면, 약 500여명의 군중이 모여 공동행동을 취했다고 한다
바로 우리 집에서 오토바이로 10분 거리에 있는 곳들이다 (도시가 작아서리....)

난 그 시각, 어디에 있었냐고??

사건이 일어난 시각..... 
부활절에 기숙사에 그저 있을 신학생들 위로하겠다고 먹거리 사들고 사역지 가던 중이었다
그래서 그랬던걸까....
우리 집 근처에 있는 체육관에 경찰기동대가 와 있었다
300여명의 기동대가 주 정부인 마카사르에서부터 8시간 걸려 여기 왔단다

< 장갑차량을 포함한 기동대 차량들이 라갈리고 소재 체육관에 운집해 있다 >

겁쟁이가 돌아다닐수가 있어야지
집하고 사역지만 왔다갔다 하는거지....
시청 근처에도 얼씬도 못하다가, 이틀이 지난 오늘에서야 가봤다
시내 곳곳의 공공기관과 건물에 
경찰들과 군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말 그대로 '모여 있었다'.... 지키고 있는 것이 아니고 ㅡㅡ;)
하긴, 우리나라하고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니까....

부활절 아침.....
예수님의 중보로 우리가 죄에서 구원을 얻었듯
기독교인 역시 이웃과 정부를 위한 중보자로 그 역할을 감당하자 말씀을 전했었다
정말....
'내 탓이오, 내 탓이오......'가 되어 버린 느낌이다
오늘 시청 앞에 서서 사진에 담는 내 마음이란.....
토박이들 말로는 선거 때문에 과열이 되곤 하지만 이렇게까지 폭력사건으로 일어난 것은 처음이란다
폭력사건의 원인을 어디에서 찾아야 할꼬....
무엇이 군중을 몰아붙여 물리력을 과시하도록 하였을꼬....
폭동에 가담했던 이들은 따지고 보면 우리 이웃들일텐데....
그 중에는 정확한 이유나 사상으로 무장하지 않았음에도 
그저 분위기에 휩쓸려 함께 돌을 던지거나, 야유를 보내며 방화를 방관한 이들도 있었겠지

세상을 위한 제사장직을 감당해야 하는 것이 교회의 역할 가운데 하나라 한다면....
이 곳의 교회는 무엇을 해야 할까
무엇에 힘을 써야 할까
정의냐 불의냐를 떠나서.... 한 사람의 목사로서 마음이 참 답답하다 


< 국민당이라고 불리우는 골까르당사 건물.... 왼편은 절반정도 불탔고, 중앙건물은 유리창들이 파손되어 있다 >

< 시청 청사 가운데 시장 집무실이 위치한 곳이 전소되었다 >
 

< 시청 건물..... >
 


< 지역신문인 빨로뽀 뽀스 역시 전소되었다. 그래도 1년을 이 곳에서 신문구독했었는데.... >
 

< 지역신문 빨로뽀 뽀스 2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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