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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사람들

내게 책임을 묻지 마라

by 主同在我 2013. 7. 5.
자와 지역은 어떤지 모르겠다만 
여기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성향이 비슷하다
좋은것 같으나, 무언가 상황이 잘못되었거나 민원이 들어왔을 때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한달전 쯤, 동재를 데리러 학교에 같다
11시 30분...
혹시나, 학교에서 학생들을 예고없이 빨리 하교시켜버릴까봐 미리 가 있어야 한다
한참을 기다리고 있는 나를 보더니 교장이 묻는다
왜 이리 일찍 와 있느냐고, 끝나려면 아직 멀었는데.....
그래서 바보처럼, 나도 모르게 상황을 설명하고 말았다

학교 하교시간이 12시 05분으로 정해져 있는 것은 알고 있지만,
와 보면 학교 문은 잠겨 있고, 아들은 보이질 않는 일이 종종 있었다고.....
어떤 때는 11시에 학생들을 보내 버리고, 어떤 때는 10시경에 보내버리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는 학교 문은 자물쇠로 잠가 버린다
물론, 예고는 없다
그래서 집이 먼 학생 부모들은 아이들을 찾아 주변을 헤매이고 걱정을 해야 하는 일이 벌어지는 일이 반복된다
2년 전 수위 아저씨가 있었을 때는 그나마 아이들을 학교에 보호하고 있었는데
학교 재정상황인지 수위 아저씨가 사라지자
학교는 일찍 끝나든 늦게 끝나든
학교가 일정을 마치는대로 학생들을 학교에서 내보내고는 문을 잠궈 버리는 것이다

사정을 듣던 교장 선생님의 얼굴이 갑자기 색깔이 변하며 하는 말,
자신이 지난 2주 수라바야에 가서 대학원 공부하던 기간을 빼고는
그런 일이 한 번도 없었다는 것....
나도 참 눈치 없지....
그만하면 상황을 눈치 챘어야 했는데 계속해서 대꾸를 하고 말았다
다른 학부모들도 경험하고 있는 불편이라고,
정해져 있지 않은 고무줄 하교로 인해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 데리러 갈 때마다 걱정이 된다고.....
드디어 교장 선생님의 언성이 높아졌다
하는 이야기는 여전히 똑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지만 기분이 상당히 얹찮은 눈치다
자신이 12시 05분까지 사무실을 지키고 있었으며,
학교가 끝나면 맨 마지막에 자신이 퇴근한다는 것....

더 이상 말해 뭘하랴 싶어 관뒀다
학부모로서 학교가 하교시간을 일정하게 지켜준다면 좀 더 안심이 되겠다는 이야기
일찍 하교시키는 날에는 하루 전에라도 미리 공지를 해 주면 좋겠다는 이야기.....
조금만 더 부모의 입장에서 생각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
그 이야기들은 결국 꺼내보지도 못하고 돌아왔다

다음날....

동재를 데리러 갔더니
학생들이 온통 학교 운동장에서 놀고 있다
물론, 선생님들은 교실에 보이질 않고.....
학교 끝났으면 집에 가자고 했더니, 동재 왈.....
12시 5분 넘어야 집에 갈 수 있단다.... 뜨아......

교장더러 당신이 잘못했소.... 하고 책임을 추궁하고자 한 말이 아니었는데,
단지, 학부모의 한 사람으로 불편사항을 전하고자 했었을 뿐인데,
그것이 "당신이 잘못했소, 책임지시오!!!" 라는 말로 비추어졌었다니...
나도 모르게 I message 가 아닌 You message 가 나왔었나??

아무튼, 이번 학교 일 뿐 아니라,
신학교 스탭들도, 교단 관계자들도, 만나는 동네 사람들도 아이들도
어떤 현상에 대해 이상하거나 불편한 점을 물을 땐
공통적으로 가장 먼저 나오는 말이 있으니,
"내가 않 그랬다...." 이다

300여년이 넘는 오랜 식민통치의 영향인가
아니면, 민족성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교육의 부재인가
아니면, 불편사항을 이야기하고 묻는 내 잘못인가

어떤 이상한 일의 현상을 이야기하고자 할 때는
듣는 이가 
마치, 내가 그 사람한테 책임을 추궁하고 있는 것마냥 들릴수 있음을 기억하고
지혜롭게 생각한 후 이야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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