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쉽게 따라하는 인니어

통역을 하다보면...

by 主同在我 2016. 3. 18.

누군가 그랬다

통역은 창작의 예술이라고...

그만큼, 100퍼센트 정확한 통역이란 없다는 말일수도 있고

또 다른 면에서 보자면

120퍼센트 더 와 닿게끔 할수도 있는 것이 바로 통역이란 뜻이 될수도 있다


전자의 경우에 동의하는 분이 더 많으리라 본다

엊그제도 통역에 참여했다가 내가 맡았던 분이 이렇게 말했다

"나는 짧게 말했는데, 왜 이렇게 통역은 길게 해요? 제대로 하고 있는 건가요?"

통역이라는 행위를 처음 맡았었더라면 

그 분의 의심섞인 질문에 상처를 받았을법도 하지만

으례껏 듣는 말이다


본인의 말을 이왕이면 100퍼센트 정확하게 가감없이 전했으면 하는 것이

모든 강사들의 바램일 것이다

내가 강사라도 그럴까..... 

그럴 것이다, 만약 내가 모르는 언어권에서 통역자가 따라 붙었다고 한다면....


사실, 인도네시아에 오는 팀들이 참 많고, 

그 가운데 통역에 의문을 품지 않는 분이 얼마나 되실까 

사실, 그게 나는 더 궁금하다

대부분 강사들은 통역자들의 통역이 잘 되었는지 못 되었는지는

강의 도중의 반응을 보고서 알아챈다

자신이 우스개 소리를 했을때 때에 맞춰 청중이 웃고 있는지

아니면, 무 반응인지.....


무 반응일 경우에는 세 가지로 먼저 생각해야 한다

첫째, 통역이 정말 정확하게 안 되었을 경우

둘째, 우스개 소리의 내용이 현지 문화에 전혀 적합하지 않거나 생소한 경우

셋째, 강사의 우스개 소리가 정말이지 재미가 없는 썰렁한 것이었거나, 오히려 진지한 경우

그런데 강사들이 두번째, 세번째 이유를 생각해 볼까.... 

하긴....

사실, 기대하지도 않는다

내가 그 자리에 있었더래도 가장 먼저 첫번째 이유를 생각해 볼테니까


물론, 통역자의 능력에 분위기가 달라지기도 한다

전혀 문화적 배경이 다른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현지 문화 가운데 가장 적합하고도 동감할 수 있는 소재로 바꾸어 통역을 한다면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바로 거기에서 많은 딜레마가 발생한다

흔히, 직역을 할 것인가 아니면, 의역을 할 것인가가 첨예한 문제로 떠 오르기도 한다

아직 통역을 써 가면서까지 강사로 뛸만큼 외국을 돌아다니지는 않으니 난 아직 강사의 입장은 잘 모른다

다만, 통역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면

직역이 필요한 때가 있으나,

어느 경우에서는 재량에 따라 의역이 더욱 적합해보여 그리 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엊그제의 경우를 다시 떠올려본다

강사는 짧게 말한것 같은데 왜 나는 길게 말했을까

지난 달 통역할 때도 역시 마찬가지 이야기를 듣게 되었는데 ㅋㅋ


일단, 인도네시아 말이 한국말보다 길다

왜냐?

한국어는 한자에서 대부분 차용된 말인지라 짧은 단어라 할지라도

거기에는 긴 뜻이 숨어있는 반면

인도네시아어는 한 단어에는 한 뜻만이 있는 그대로 들어있기에 말의 길이가 달라질 수 밖에 없다

더군다나, 강사들이 굳이 전문용어는 아니라할지라도 한자로 된 단어들만 나열한다면.....


둘째

통역자가 현지문화 및 청중들의 수준을 알고 있는 경우가 이에 해당하겠다

강사의 간단한 말이라 할지라도

그 말을 직역했을 때 청중들이 거의 못 알아들을 것을 알고 있다면

통역자는 그것을 선택하는 대신 의역을 선택할 뿐 아니라, 

더 효과적인 이해를 위해 첨언을 조심스레 행하기도 한다

물론, 이에 대해 월권이라 한다면 할말 없다


거기에는 통역자의 역할에 대한 시각차가 발생할 것이다

단순히, 하나의 스피커 역할을 할 것인가

아니면, 청중들을 내 새끼처럼 생각할 것인가

강사에게 충실한 통역자란 과연 어느 쪽일까.....

청중이 알아듣든 못 알아듣든, 변화가 있든 말든 들리는대로 그대로 충실하게 직역해내는 사람일까

비록, 강사가 의심은 하고 기분은 조금 상할 수 있겠지만

청중이 강의내용을 확실히 이해할 수 있도록 첨언까지라도 시도해내는 사람일까


나는 솔직히 말해서 후자쪽에 더 많은 비중을 두는데

그것은 통역사가 내 직업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목사다

멀리에서부터 비싼 비행기 타고 와서 말씀을 전하는 하나님의 말씀이

하나라도 땅에 떨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그리고, 또 하나

그 말씀을 듣는 교인이면 교인, 학생이면 학생, 목회자면 목회자들이

변화받고 도전받고, 그 강사의 강의를 통해 하나님의 음성을 듣기를 바라는 마음....

사실, 

그 마음 때문에 통역요청을 받아 들인다


그러기에 통역요청이 들어오면 고민이 되는 것도 그 이유다

이 통역 사역에 내가 굳이 필요한 자리인가

내가 굳이 가서 청중들의 눈을 보아야 하는 자리인가

그 강사를 하나님께서 정말 보내셨는가

Yes 응답을 내리기까지 많은 고민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내겐 한국에서 오시는 강사님들께 예를 갖추고 최선을 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말씀을 전해들어야 하는 이 땅의 사람, 한 사람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통역에는 항상 아쉬움이 따른다

하지만, 그러하기에 또한 겸손해질 수 있다

특히나 협력통역을 해야 할 경우에는 더더욱....

길을 가는 세 사람 중 한 사람은 내 스승이 있다.... 했던가

오늘도 배운다

함께 통역하는 동역자들에게서도 배우고

멀리서부터 먼길 마다않고 달려온 분들에게서도 배우고.....


참, 글을 마치기 전에

혹..... 

한국에서 강의하러 오실 계획이 있다면 부탁드릴 말씀이 있다

넘치는 열정으로 인해 문장을 끝내지 못하고 만연체로 말씀하시는 분들은

주어와 동사를 분명히 해서 단 문장으로 몇 개로 나눠 준비해오시라는 것

나를 포함한 적지 않은 통역자들의 암기능력을 과신하지 말라는 말씀이다

만연체로 하면 할수록

전하고자 하는 내용의 절반까지도 통역자의 입 안에서 날라가 버릴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셔야 한다

두번째로,

평소 추상적인 단어로 화려한 미사어구를 사용하시는 분들은

자신의 그 화려하고도 매혹적인 미사어구들이 한 마디도 제대로 전달되지 못할수도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시라

물론 예외는 있다

통역자가 현지에서 초, 중, 고, 대학교를 현지언어로 졸업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 땅의 역사와 문화, 언어를 그대로 흡수했을 가능성이 혹시 50퍼센트는 넘을 테니까


전하고자 하는 바를 선택하고, 포기할 것을 선택하라

화려한 미사어구와 수식어들인가

아니면, 꼭 전해야만 하는 그 분의 말씀 자체인가


통역자의 에너지 소모..... 

강사의 그것을 뛰어넘는다는 것을 아는가....

강사의 의도와 청중의 이해도를 동시에 반영해야 하고

어떤 단어가 가장 적절할지 선택해야 하며

문장의 어느 부분에 포커스를 두어야 할지를 선택해야 하며

직역을 할 것인지, 의역을 할 것인지를 순간순간 생각해야 하며

혹시나 강사의 이야기가 자신의 신앙고백과 확신과 전혀 다른 경우라면

직업 통역사가 아닌 다음에야

거기에 소모되는 에너지는 몇 배 이상.... 아니, 그 괴로움이란 말로 표현할수 없는 것이라 한다면.....

통역을 할 때 받는 스트레스의 정도를 공감할 수 있을지.....


그저 주저리 해본다

평소 하던대로

오랜만에 해 보는 주저리 ^^

쉴 시간이 되었네..... 


'쉽게 따라하는 인니어' 카테고리의 다른 글

Pusing 을 새로 알다  (0) 2017.11.22
현지인을 믿지 마라  (0) 2012.07.09
Kamu, Kita 의 다른 용법  (0) 2011.09.19
IMLAC vs UI BIPA 과정  (0) 2011.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