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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인도네시아

아차!! 여기가 인도네시아지.... ㅡㅡ;

by 主同在我 2009. 5. 14.

사람은 가끔씩 정신을 놓고 사는 때가 있는가보다

아니면 그만큼 자연스러워져버렸든지….

 

오늘은 전기가 나갔다

학교에서 돌아와보니 전기가 나갔단다

퓨즈를 살폈다

우리나라 퓨즈와는 아주 다르게 생긴 녀석인데

겉으로는 멀쩡, 고장난 부위는 안쪽에 있는데

우리나라 옛날 두꺼비 집처럼 퓨즈만 따로 바꿀 수 있는게 아니라서

통째로 바꿔야 한단다

<요 녀석이 바로 시크링이라는 우리나라로 하면 퓨즈에 해당하는 녀석인데, 이미 구시대 유물이 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가운데 파랑색으로 동그란 버튼이 툭 올라오면 전기가 끊어진 상태라고 한다. 우리 집은 2200와트가 들어기 때문에 10A 짜리면 충분하다.>

아래 동네 전기가게로 가서 시크링을 찾았더니

오래된 제품이라 안 나온단다

요즘엔 거의 시스템을 바꾸고 있어서 그 제품을 가져다 놓을수도 없다는 주인의 말….

허걱….

 

할 수 없이 수소문을 해 반둥역 근처에 있는 빠사르 바루(신흥 시장)로 가서

두 개를 사왔다

혹시 1년동안 반둥에 사는동안 또 고장날까봐

근처 동네에는 더 이상 안 판다니, 어쩔 수 없었다ㅡㅡ;

 

<요 녀석이 바로 두꺼비 집..... ㅡㅡ; 둥그런 시크링 아래에는 온 오프 스위치가 선풍기 스위치마냥 달려있다. 그나마 페인트로 칠해버려서 잘 돌아가지가 않네....  >

그런데 이게 웬일….

시크링을 바꿔 끼웠는데도 불은 캄캄….

할 수 없이 지난번 정전을 경험하고 나서 사왔던 비상전등을 켜놓고서

저녁을 보내는데

묘한 생각이 들었다

전기에 너무 익숙해 있다보니 전기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구나…… 하는 생각 말이다

컴텨야 잘 안쓰지만

냉장고 안 돌아가고, 불 안들어오고

무엇보다도 펌프가 안 돌아가니 따뜻한 물도 안 나와 씻지도 못하겠고….

 

깔리만딴 생각이 났다

내가 살던 곳도 그랬는데…..

저녁 6시만 되면 컴컴해져서 아무것도 안 보이기 시작하는 동네

그래서 늦어도 7 30분이면 저절로 잠이 오는 동네

그 동네가 생각났다

흐흐흐…. 나도 좀 있으면 다시 그 동네로 갈텐데……

미리 연습시켜 주시는군….. 하는 생각이 번개처럼 스쳐 지나갔다

 

드뎌 전기공 아저씨가 왔다!!

불이 들어왔다

환했다

살 것 같았다

숨이 잘 쉬어지고, 가슴이 열리고 캬캬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이제서야 샤워를 하나보다 하고 물을 틀었더니

이번엔 물이 안 나온다

이럴수가…..

찔찔 거리던 물이 멈춰서버렸다

다행히 멈춰서기 직전까지 막 낭비하며(?) 욕조에 받아놓은 물로 대강 씻고 났는데

정말 다시 한번 그런 생각이 드는건 왜 일까…..

깔리만딴 들어가는 훈련소인가….

 

벌써 몇 번이나 주인집에 물 문제를 요청했으나

별다른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아직까지 간헐적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니 짜증이 조금 나는게 사실이다

 

그런데 저녁예배를 드리는 중 갑자기 드는 생각 한 가지!!

그렇지, 여기가 인도네시아지…..!!

 

그랬었다

여기는 한국이 아니었다

내가 뭘 기대하고, 뭘 자연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던가…..

오히려 내가 누리고 쓰고 있는 모든 문명의 혜택이

결국은 요나의 호박덩쿨 잎파리에 불과할수도 있는 것을

그나마 이렇게라도 전기를 쓰고, 물을 쓸 수 있는 것이

이 곳에서는 천국과도 같은 생활임을 잠시 잊고 있었다

 

물이 나오는 것이 정상이 아니라, 비정상일수도 있다는 사실을 다시 자각할 때가 온 것인가…..